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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약방 Dec 05. 2022

‘열심(熱心)’은 그만~

둥글레의 근사한 양생5

  약국에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피로를 호소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는 에너지를 쓰는 방식이 문제다. 주중에 무리하면서 에너지를 몰아 쓰고 주말에는 시체 모드로 누워 지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무리하는 것과 너무 늘어지게 쉬는 것 둘 다 기의 소모를 가져온다. 그러니 쉬어도 피곤하다. 무리를 한다고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 사는 거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건 미덕이 아닌가? ‘갓생’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치는 요즘 세상에 ‘열심’은 자연스럽다. 120% 아니 200%로 일하는 게 디폴트가 되어 버린 세상에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죄책감마저 든다.


  문제는 이런 ‘열심’ 모드가 몸에서는 병리라는 것이다. 열심(熱心)의 한자를 풀어보면 심장에 열이 난다는 뜻이다. 한의에서는 다른 장부도 그렇지만 특히 심장에서 열이 나면 위험하다고 본다. 원래 열(熱) 또는 불(火)은 몸에 있는 에너지의 한 형태이지만 필요 이상의 열이 생겨 장부를 침범할 때는 문제가 된다. 양의에서 말하는 염증, 종(양), 암 등도 이런 과열의 여러 표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심장은 불을 관장하는 장기이다. 심장의 불을 군화(君火)라고 하는데 군화는 물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뜨겁지 않다. 몸에는 상화(相火)라는 다른 성질의 불이 있는데 이 불은 뿌리가 없어서 뜨겁다. 군화는 신진대사의 항상성을 담당하고 상화는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점화의 동력으로 쓰인다. 점화의 동력으로 쓰고 꺼져야 할 상화가 꺼지지 않고 더욱 성해질 때 문제가 된다. 이를 ‘상화망동(相火妄動)’이라고 한다. 상화망동이 몸에 일으키는 증상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상화가 군화를 어지럽혀 심장이 뜨거워지면 정신적인 문제까지 생긴다. 정신활동을 심장이 주관하기 때문이다. 우울, 불안, 공황, 강박 등 정신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상화망동의 원인은 한마디로 ‘지나침’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써버리면 근원적 에너지인 정(精)이 고갈되고 물의 형태인 정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불(열)이 많아지는 상태가 된다. (몸의 에너지는 물과 불 두 형태가 있다) 과로하는 배경에는 성과나 인정을 향한 욕망이 있다. 과도한 욕망은 감정조절에 실패하게 하고 감정의 극심한 동요를 일으켜 열을 만든다. 지나친 성생활, 무절제한 음식 섭취 또한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밤에 자는 잠은 물을 충전하는 일인데 어떤가? 밤도 낮이 된 지 오래다. 결국 몸은 물과 불이라는 두 형태의 에너지가 적절히 어우러져야 건강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꾸 열을 만들게 한다. 성과와 과로를 요구한다. 기후 위기도 성장 일변도 세상이 지구의 온도를 올렸기 때문이 아닌가?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할까? ‘열심(熱心)’의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적당한 선에서 ‘단념(斷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일상에 일과 쉼이 함께 배치될 수 있다. 요즘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워라벨’이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내 얘기와는 좀 다르다. 여과 시간에도 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이나 공부를 쪼개서 매일매일 조금씩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웬만하면 쉰다. 나이가 드니 주경야독은 어렵다. 해서 이른 아침에 공부를 배치하고 있다. 티 안 나는 일에는 성의를 내려고 한다. 청소와 책상 정리,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또 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돈도 에너지다. 소비를 줄이는 삶이 열을 덜 만들 거다. 각자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양생법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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