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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약방 Dec 19. 2022

비타민 먹을까 ? 말까?

둥글레의 근사한 양생6

  비타민은 먹을 필요가 없다! 아니다 꼭 먹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려 종종 논쟁이 있다. 전문가들인 만큼 그들의 주장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자료가 있다. 일반인들이 복잡한 연구자료를 평가하기는 어렵고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의견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런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약사인 내게는 지인들의 문의가 온다. 문의가 오면 그 근거들에 대해 살펴보지만 결국 그 근거들에 실망할 때가 많다. 어느 한 측면만 부각하거나 어떤 측면을 평가 절하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타민의 필요성은 그 부족함이 불러오는 여러 증상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 부족함은 결국 음식을 적절히 먹지 않아 생긴다. 그러니 영양을 생각해서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면 굳이 보충제나 영양제 형태의 비타민은 먹지 않아도 된다. 나도 여름이 되면 채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종합비타민 섭취를 끊는다. 또 비타민 D의 경우 햇볕을 잘 쬐면 피부에서 합성이 되기 때문에 음식이건 보충제건 필요치 않다. 비타민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원칙에 근거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이 원칙을 지키기가 그리 쉽지 않다. 코로나 이후 실내 생활은 더욱 늘어서 햇볕을 쬐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또 탄수화물 위주의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기름에 튀겨서 활성산소가 많은 음식 등 칼로리는 많지만 영양가는 낮은 식생활은 늘었다. 약국에 찾아오는 사람 중 젊을수록 거의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 또한 많다. 이런 경우 나는 미네랄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을 권한다. 비싸지 않으면서 영양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제는 각 성분의 함량이 높지 않아서 부작용을 걱정할 염려도 없다. 몸 안의 항산화 시스템, 면역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생리 활동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수이다. 


  사실 영양제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문제 삼는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 영양제를 한 주먹씩 먹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불안은 의료화 된 사회에 살면서 자기 몸을 불신한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이 영양제 대신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권한다는 점에서 이들도 의료권력의 자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편 어떤 약도 안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역설적으로 건강에 대한 불안이 있다. 약은 무조건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양극화된 주장 속엔 우리가 찾는 답은 없을 것이다. 세상엔 몸에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쁜 건 없다. 지나침과 모자람이 있을 뿐이다.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 어떻게 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난 천식 때문에 심박수가 올라가는 운동을 하면 바로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기침이 시작된다. 해서 작년 봄부터 플랭크와 푸쉬업으로 심박수를 그리 올리지 않으면서도 전신과 특히 상반신에 효과적인 운동을 했다. 또 주말엔 2시간 정도 산행했다. 점점 기관지 상태가 안정되어 갔다. 한데 올봄 과로로 피곤하고 허리도 갑자기 아파지면서 운동을 쉬게 되었다. 운동을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기관지 상태는 안 좋아졌다. 게다가 여름이 되자 갑자기 상반신에 열이 올랐다. 갱년기로 인한 열이다. 몸의 열을 끄는 한약 제제를 얼마 전부터 먹고 있다. 


  내 몸이 어느새 균형을 잃었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운동을 쉬면서부터 몸컨디션도 안 좋아졌고 먹게 된 약의 종류가 늘어난 것이다. 내가 하는 운동은 아침에 30분도 안걸렸지만 하루의 활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운동이 만든 아침 루틴이 망가지면서 무리하거나 늘어지는 절도 없는 생활이 내 일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방만한 일상이 갱년기 열도 심화시킨 건 아닐까? 균형은 생활 전체에서 잡아야 한다. 영양제를 먹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 몸에 이런저런 증상이 있을 거다. 과도하지 않다면 아픈 사람이 영양제 도움을 받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비타민 논쟁은 어쩌면 핵심을 빗겨 난 게 아닐까? 건강은 일상 전체가 만들어 낸다는 당연한 사실 말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음식은 너무 잘 먹고 있으니 종합비타민은 일단 패스. 단 내 몸 상태에 맞게 유산균과 비타민 D 그리고 한약 제제는 당분간은 먹을 거다. 이러다 몸에 변화가 생기면 빠지고 추가되는 영양제가 있을 수도 있다. 건강에 원칙은 없다! 다만 균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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