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람이 먼저다
고용한파를 넘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잠식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2023년 한 해에만 무려 8만 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출처: https://www.warntracker.com/?year=2023
이미 조짐은 있었지만 오픈 AI가 chatGPT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인간과 AI 간의 자연선택 및 진화의 시대가 열리지 않았을까. 챗지피티 이전에도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부분에 상용화되어 있었지만, 챗지피티를 통해서 인간을 소프트 웨어로 가장 직결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도라 박스를 열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 쇼핑부터 교육, 취미활동 및 경제활동까지 옮기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매일 일상에 사람보다 컴퓨터/전화기/기계와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제 내가 컴퓨터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나를 대체함을 넘어 나를 조종하는 삶을 걱정해야 된다. 정말 디스토피안 공상 영화에서만 존재하던 사회가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을 느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허세이겠지. 그래서 당장 내일 아침에 잘려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일해야지라고 마음먹고 퇴근하더라도 저녁 먹고는 슬며시 회사 랩탑을 열게 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정글 같은 회사 생활, 각자도생만이 답이란 것 이미 알고 있었는데. AI 덕분에 회사는 이제 대놓고 인원 감축 (role reduction)이 아닌 인원 개편(role elimination)을 한답시고 하루아침에 내가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해버린다. 이제는 딴데로 이직하더라도 이 큰 시대적 흐름을 타거나 밑으로 가라앉거나 (sink or swim) 둘 중 하나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AI라는 격변의 시기에서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면 이제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업무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우물 파러 아무리 열심히 삽질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지하수를 찾아 뚫어내느냐 아니냐로 성공 여부를 따졌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당연히 지하수를 보장해 주고 파주기까지 해서 인간은 성공 그 외에 법적 허가 및 책임, 우물의 주변 환경, 주변 자연환경이나 거주민들과의 조율 등 그런 케이스바이케이스 판단의 영역을 맡았으면 한다. 그래서 명확한 실패와 성공은 기계 담당, 그리고 여러 가지 선택 및 시나리오가 있어서 스토리가 중요한 영역만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 각자 개인의 주체성을 기반으로 다수의 타인이 인정할 수 있는 성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기계가 성공을 보장해 주고 인간은 스토리를 부여해 그 스토리 자체만으로 인간의 존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미래사회로 발전해 나가기를.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