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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Jun 16. 2023

나는 시를 본다

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틈 



       

                                                                           

해안 바위절벽 틈에 자란

거친 해풍을 벗 삼은

푸른 소나무를 보았다

저 실금 같은 틈 하나가 없었다면 

저 강인한 생명도 잉태조차 못했을 터


틈은 사이의 벌어짐이 아니다

틈은 관계의 멀어짐이 아니다

틈은 상생의 갈라짐이 아니다

그 틈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원천이다

그 틈에서 관계가 시작되어 

사랑으로 자라나는

세상 모든 인연의 시발점이다 


솔가지를 맴돌고 흔드는  

파도소리 바람소리 

사랑과 배려로 틈 사이를 이어라는 

세상을 향한 바다 마음의 큰 울림이다     






틈이란 사이가 벌어지거나 관계가 멀어진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틈은 그 사이에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이 틈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틈이 없으면 생명도 존재할 수 없다. 

틈을 통하여 세상의 모든 관계가 맺어지고 

이 관계를 통하여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인간의 모든 감정도 형성된다.

틈은 또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틈을 인정할 때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고

이 배려가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틈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이 틈을 서로에 대한 배려로 메우자.

이 틈을 사랑이란 이음줄로 묶자. 

이 틈을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숲으로 가꾸자.

틈이 없는 세상의 디지털 유리 문명

새삼 틈과 관계, 사이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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