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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Jun 05. 2023

나는 시를 본다

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곶자왈 검문소     



  

                                                                         

제주에는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

숲의 바다 곶자왈 

곶자왈 숲속 탐방로에는 

이상한 검문소가 하나 있다

검문소에 경찰이나 군인은 없고

대신 나무들이 X자로 팔을 겹쳐 검문한다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도 필요 없고

이름이나 주소를 대라고 하지도 않는다

멈춰 서라고 

지나가지 말라고

되돌아가라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숲과 나무와 하나가 되어

응어리진 가슴 녹여 길게 내쉬고 

새벽이슬 맑은 바람 깊게 들이쉬며 

고개 살짝 숙여 지나가라고 

잔가지 잎 귓속말로 안내만 하고 있다     


더 낮은 곳을 향하는 

나무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

곶자왈 검문소              


     




제주에 가서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가야 할 곳이 있다. 

제주에서 내 집 정원 같은 휴양지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제주에 있는 또 하나의 바다, 숲의 바다이다. 

한라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힘든 산행을 하지 않고도 피톤치드 향기로 가득한 울창한 숲속 산림욕을 즐기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도 지치고 힘든 일이 있어 제주에 갔다가 이곳 곶자왈을 찾았다. 

그런데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제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탐방로의 어느 한 곳을 나는 ‘곶자왈 검문소’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행로에는 잘 닦여진 열린 길도 있고, 우둘투둘한 돌투성이 길도 있고, 미로 같은 좁은 숲속 길도 있다. 잘 닦여진 열린 내 길이라 여기고 으쓱대며 뛰어가다 부딪혀 낮춤은 굴복이고 비굴이지만, 스스로 고개 숙여 낮춤은 겸손이다. 제주 곶자왈 숲속 탐방로 검문소 나무들이 얘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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