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해 Jan 31. 2023

나를 웃게 하는 여행

생각만 해도 웃게 되는 나의 세 번째 이야기


여행.



단어만 들어도 설렘, 추억, 웃음 모든 것이 떠오른다. 가기 전엔 설렘으로, 여행 중에는 항상 미소를 입에 걸고서, 다녀와서는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으로 다시 되뇌어 본다. 주변에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왜 그런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내든 해외든, 몇 달이든 당일치기든, 언제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타고선 마주 보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던 기억, 외국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몸짓으로 눈빛으로 대화해서 어렵사리 찾아간 로컬 맛집의 추억.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걸었던 이국적인 산책길. 자그마한 소품 가게에 들어가서 기념품을 고민했던 순간. 처음 겪어보고, 처음 만나본 풍경이 주는 신선함과 누군가와 함께 오롯이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 찰나라는 아름다움으로 남아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 준다.


여행에게는 신기한 힘도 있다. 평상시엔 대중교통으로만 다녔을 거리를 걸어 다니며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함께 간 사람과 다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반짝이는 기억들로 남게 해준다. 사지 않을 물건들을 사게 하고, 먹지 않을 음식들에도 도전하게 해준다. 다른 때라면 엄마랑만 팔짱을 꼈겠지만 아빠랑도 손잡고 다니고 싶어진다. 언제 철드냐며 걱정한 남동생에게서 어른스러운 면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물이 싫다던 배우자가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보부상처럼 모든 걸 챙겨 다닌다며 놀리던 친구의 여벌 옷을 빌리며 역으로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여행의 끝엔 아쉬움과 편안함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가기 전엔 조금은 지긋했던 내 일상들이 쉼터가 되는 순간이 바로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닌가 한다. 사랑하는 가족, 편안한 내 침대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서 쇼핑한 내 물건들과 사진들을 보며 여행을 ‘돌아볼 수 있기에’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된다.


조금만 시선을 돌린다면 바로 지금 우리는 인생이라는 알 수 없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여행을 하는 중일 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일이, 그럴 수 있다며 침착할 수 있는 일이, 매일 나의 일상에서는 찡그린 채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일생에서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누군가가 여행이란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어쩌면 매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에 감흥도 없고, 때로는 불행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흘려버린 즐거움과 감사한 순간을 찾아본다면 어떨까?


오늘이라는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웃게 하는 실패 이력 모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