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17. 2024

응답하라 2025 SS 맨즈웨어 트렌드

Trend: 2025 SS Menswear


Trend: 2025 SS Menswear
응답하라 2025 SS 맨즈웨어 트렌드







지난 6월, 파리와 밀라노를 뜨겁게 달구었던 2025 SS 맨즈 패션위크. 패션 애호가인 젠테의 독자들을 위해 현장의 열기가 물씬 느껴지는 비하인드 신을 바리바리 챙겨 왔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봄의 트렌드를 미리 예습해 두도록 하자. 오직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니.




Louis Vuitton & Zegna


퍼렐이 퍼렐 했다,라는 극찬을 받은 Louis Vuitton의 컬렉션.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진행된 이 쇼는 Le monde est à vous, 세상은 당신의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현재 위태로운 국제 정세 속 세계적 통합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퍼렐은 이번 시즌의 룩을 글로벌 댄디(Global Dandy)라 칭하며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유니폼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데, 마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가 직접 떠나볼 것을 제안하는 것 같다.


ⓒvogue.fr


Zegna가 덴마크의 배우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을 뮤즈로 발탁한 건 신의 한 수다. 고리타분했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건 물론 인지도까지 함께 급상승했으니까. 그 때문일까. 마침내 쇼에 직접 올라 피날레까지 장식하게 된 매즈. 덕분에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본 듯하다. 그렇다면 의상은 어떨까. 내년의 Zegna 역시 지금까지의 Zegna처럼 한결같이 고급스러운 자태다. 아티스틱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사르토리(Alessandro Sartori)는 그동안의 엄격한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보다 가볍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고백하는데 보다 루즈해진 실루엣과 과감해진 컬러, 강렬한 프린트들을 적극 사용해 이런 변화를 잘 표현해 냈다.


ⓒvogue.fr




JW ANDERSON & LOEWE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두 얼굴. 먼저 그의 창의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JW ANDERSON의 차례다. 이번 쇼에서 그는 당혹스러울 정도의 부푼 실루엣과 과장되고 실험적인 장치들로 보편성에 일부러 균열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균열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에게 흥미로운 경험과 상상을 선사한다. 그게 바로 JW ANDERSON의 변치않는 매력. 런웨이를 가득 채운 독특한 조형미와 초현실적인 모티프가 그의 도전 정신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vogue.fr


이에 반해 LOEWE는 조나단이 가진 균형감과 절제미를 드러내는 쪽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밀성(precision)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재현하기 위해 ‘면도날 같은 룩’을 추구했다는 조나단. 말 그대로 스키니한 실루엣과 날렵한 구두, 나아가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독특한 액세서리까지 탑재하여 신비감까지 더했다. 보기만 해도 불편한 이 액세서리는 정말 시야를 방해하는 걸 목적으로 제작된 것인데, 인간에게 강제된 모든 관점들, 즉 해묵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자는 그의 외침을 대변한다.

ⓒvogue.fr




UNDERCOVER & SACAI


경계를 없애고 싶다. 갈등을 없애기 위해. UNDERCOVER의 수장인 준 타카하시(Jun Takahashi)는 2025 SS쇼를 준비하며 경계의 개념에 대한 깊은 고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의 문화들에서 조금씩 재료를 모으고 이를 섞어 새로운 의상을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바로크 시대와 중앙아시아 전통 의상에서 착안한 실루엣이나, Champion처럼 전형적인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등 과감한 문화적 레이어링을 시도한 것이다. 나아가 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호주의 월드 뮤직 밴드인 Glass Beams를 오프닝으로 내세워 범세계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켜냈으니.


ⓒvogue.fr


제임스 딘(James Dean)의 초상을 새긴 티셔츠로 관객들의 기선을 제압한 Sacai. 컬렉션 전반에서 미국 50년대 스타일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것이 작년 난해했던 쇼의 느낌과는 180도 달라진 무드다. 거의 모든 착장에 안경이 더해져 있는 것도 인상적인데 이는 최근 불붙은 긱 시크 트렌드를 그대로 계승한 듯 보인다. 이외에도 변화무쌍한 데님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어 평소 데님을 즐기는 이들에겐 최적의 컬렉션이 되어줄 듯.


ⓒhypebeast.com




Martine Rose & RICK OWENS


이번 2025 SS가 밀라노 패션 위크 첫 데뷔인 Martine Rose. 그녀의 개성 강한 언더그라운드적 무드가 과연 패션의 본고장인 밀라노에선 어떻게 해석될지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역시는 역시.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코 보형물을 단 모델들을 앞세워 사람들의 기대를 조롱한다. 사람들이 이 쇼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작전이 보란 듯이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코일까? 얼굴의 가장 중심이 되는 코에 예상치 못한 변주를 주어 아름다움에 대한 또다른 의미를 찾게 만들고 싶었다고.


ⓒpurple.fr

RICK OWENS는 우리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매해 더 스펙터클 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2025 SS도 그렇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 알레그레토와 함께 등장한 순백의 군사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웅장한 의식을 치르는 듯 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듯 의상이며 연출이며 평범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릭은 이 쇼를 통해 과거 할리우드의 화려한 시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멀리간 것 아닌가?


ⓒvogue.com





AWGE by A$AP Rocky


그렇게 옷을 잘 입더니만, 기어코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 에이셉 라키(A$AP Rocky). 그의 음악은 물론이며, 스타일까지 탐하던 우리에겐 너무나 반가운 이벤트. 그의 첫 데뷔쇼의 제목은 ‘아메리칸 사보타주‘로, 뉴욕 할렘가 생활에서 느꼈던 불안과 분노들을 노동자들의 급진적인 저항 수단인 사보타주(Sabotage)에 빗대어 표현한다. 왠지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패션으로 승화시켜 낸 그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


ⓒashadedviewonfashion.com









DRIES VAN NOTEN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그가 이번 2025 SS를 끝으로 DRIES VAN NOTEN을 떠난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왔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런칭한 후, 129번째 쇼이다. 4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쉼 없이 활동해 온 그의 마지막 컬렉션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vogue.com
에디트 드킨트의 작품 ⓒdailyartfair.com



이 컬렉션은 시간과 그 영향에 관한 것이다.

그는 벨기에의 아티스트 에디트 드킨트(Edith Dekyndt)에게서 이번 쇼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에디트의 작업은 일상의 물건이 외부 환경으로 인해 변형되어 가는 과정을 탐구한다. 한 분야에서 긴 시간을 머물러 온 그에게 이런 에디트의 작품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bbc.com


은빛으로 펼쳐진 활주로 위를 걸어가는 드리스 반 노튼의 마지막 걸음, 그리고 한 시대의 거장을 향해 쏟아지는 관객의 기립박수. 아마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뭉클하고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작가의 이전글 초록으로 간 식집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