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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15. 2024

초록으로 간 식집사

용산 터줏대감 식물 편집숍 4t의 김동은 대표를 만나다

Interview: 4t 

초록으로 간 식집사



<푸른 친구들을 돌보는 방법 세 가지>
충분한 햇빛, 정기적인 물 공급, 적절한 비료 사용.

막상 식물을 곁에 들이면 세 가지 중 하나만 소홀해도 선명한 푸른 잎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를 잃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어떤 일보다 수고로운 식물 생활. 도심 속 나만의 푸른 세상을 설계한 플랜트 샵 오너 김동은을 어느 여름날에 만났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4t를 운영하는 김동은입니다.



쇼룸 한 켠 붙여진 포스터, 4t 패키지 박스





Q2. 플랜트 샵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나 찾아보니 ‘For Tree’. 그래서 4t가 되었다고. 이름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식물은 생명이 있는 생명체잖아요. 처음 4t를 준비할 때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는 숍이 아니라 식물을 위한, 식물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식물을 위해 일하는 브랜드’라는 주제를 정해두고 이름을 지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Work) for green’으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그럼 4g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Work) for tree’에서 지금의 4t가 되었습니다.




Q3. 공간을 둘러보니 동은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샵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식물들이 가진 얼굴과 표정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하는 것. 4t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고객님이 작성해 주신 블로그 후기를 본 적이 있어요. 일반 식물 가게와 다르게 식물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여백이 있고 분재부터 실내 식물, 난초,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들이 모여있어 마치 식물 편집숍처럼 느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늘 고심하고 신경 쓰는 부분을 잘 알아주신 것 같아 감사하더라고요.






Q4. 작년 이맘때쯤 식물 클래스도 운영하셨습니다. HOBBY CLASS, MASTER CLASS. 취미반과 창업반 두 개로 나뉘는데요. 클래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동은님이 얻었던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강생들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함께 수업했던 수강생 중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넘어 친구가 된 사이가 있기도 하고, MASTER CLASS를 수료 후 브랜드를 창업한 수강생들은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기도 했어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게 늘 고민이 많고 또 혼자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하면서 외로울 때가 자주 있는데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같은 업계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게 든든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큰 용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Q5. 무심코 지나치면 보기 힘든 것. 미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눈여겨봐야 하는 게 식물 관리라고 느껴집니다. 식물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시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식물을 대하는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식물에 대한 큰 사랑과 관심이 가끔은 화를 부를 때가 있어요. 잦은 관심으로 지나치게 물을 자주 준다거나 약해진 식물에 과한 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그런 과한 사랑이 가끔은 식물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적당한 거리와 무관심이 나와 식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물은 흙이 마르거나 잎이 살짝 처질 때 듬뿍,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집 안을 환기할 때 식물도 창가로 옮겨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식물들이 정말로 관심을 필요로 할 때 보내는 시그널을 파악하고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다가가 보세요.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Q6. 저와 같은 초보 식물 집사에게 꼭 필요한 철학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나를 식물로 대변하기.

드라세나 종류가 떠오릅니다. 어디에 두어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고 어떤 환경에서도 잘 크는 특징이 있는데요, 예민하지 않고 무던히 어디든 잘 적응하며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저의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쭉 뻗은 창 모양 잎이 매력적인 드라세나 자바





Q7. 카페 테라스부터 다양한 의류 브랜드 공간에 4t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플랜트 디스플레이를 진행하며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부터 식물이 공간에 채워지기까지의 과정이 알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실제로 자연 속에서 레퍼런스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장 사실적으로, 또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같아요.

우선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통해 디스플레이 주제를 정해요. 이미 내부적으로 주제가 정해진 상태에서 저희에게 제안을 주시는 경우도 많고요. 그때 정해진 내용들을 바탕으로 1차 시안 작업을 해요. 제가 역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기도 하고 사용할 재료들에 대해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최종적으로 레퍼런스들이 정해지면 작업에 돌입합니다. 작업실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 직접 작업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설치 당일에 작업 또는 배송을 마무리하고 가장 중요한 사진 촬영을 마치면 하나의 현장이 마무리됩니다.




Q8. 현재 젠테는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동은님 손길로 꾸민다면 어떤 식물이 떠오르나요?

흔히 서양란과 동양란으로 많이 구분하는 난초 종류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난초는 아주 오래전부터 귀족들의 취미로 많이 키워졌다고 해요. 개성 강한 여러 브랜드가 있는 젠테를 떠올렸을 때 원색의 화려한 꽃을 자랑하는 반다나 파피오, 얇은 선의 잎과 소담한 꽃을 가진 신비디움이나 덴드로비움을 함께 연출하면 같은 식물군을 사용함으로써 통일감과 동시에 브랜드의 디테일한 무드들을 자세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란 신비디움 ⓒgardens.si.edu





Q9. 출근할 때는 주로 어떤 옷을 입나요?

작업이 많을 땐 활동이 편하고 세탁이 쉬운 옷들을 주로 착용합니다. 그 외 주말이나 쇼룸에서 근무할 때는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예쁘지만, 불편한 옷들을 꺼내 입어요.






Q10. 식물 외 동은님의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년 8월부터 도자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곧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식물과 화분은 매우 가까운 관계라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직접 만든 화분에 식재까지 마친 식물들은 유독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릴리즈된 분재 키트 속 화분들도 전부 제가 직접 손으로 빚은 화분들인데요. 품이 많이 들더라도 제가 원하는 느낌은 제가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4t 동은님이 가장 마음에 들게 매치한 식물, 댕댕이 덩굴과 메추리알이 떠오르는 귀여운 도자기 화분.
ⓒshop-4t.com






Q11. 플랜트 샵 이전 패션 MD로 일하셨다고. 동은님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꼽아 주세요.

특별히 정해놓은 브랜드는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자주 구매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면 여성복이지만 맨즈 웨어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거나 아웃도어나 워크웨어의 요소들이 많이 느껴지는 옷 들인 것 같습니다.




Q12. 데일리 아이템과, 최근 구매한 아이템이 궁금합니다.

데일리 아이템: HED MAYNER 플리츠 데님
저는 이 데님을 총 3개 가지고 있는데요. 맨 처음 구입했던 컬러가 워싱 없는 블랙 컬러였는데 너무 자주 입어서 지금은 그레이 컬러가 되어버렸습니다. 색이 많이 바래 작년에 블랙 컬러를 하나 더 구입하면서 블루 워시 컬러를 추가로 구입했답니다.



HED MAYNER 2024 SS Collection ⓒHED MAYNER




최근 구매한 아이템: HYKE x The North Face 콜라보 볼레로 후드 재킷
고어텍스 소재로 되어있는 재킷인데 볼레로 디자인으로 아주 크롭 한 기장이 특징입니다. 캐쥬얼룩, 페미닌룩 모두 잘 어울리는 아이템입니다.



ⓒHYKE





Q13. 앞으로 4T, 그리고 식물을 통해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질문이 참 어렵더라고요. 질문을 받고 며칠을 고민해 봤는데 그냥 정해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4t를 운영하던 초창기에는 ‘4t는 이런 모습이여야 해’, ‘나는 이런 브랜드가 될꺼야’ 하는 생각들이 저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아요.

올해 7월이면 4t를 오픈한 지 햇수로 5년이 되는데, 초창기에 정해놓았던 4t의 모습과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순간순간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취향을 찾고, 또 그것들이 모이면 앞으로 제가, 그리고 4t가 바라고 또 원하는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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