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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10. 2024

아버지가 인정한 트래킹화

Brand LAB: SALOMON

Brand LAB: SALOMON
아버지가 인정한 트래킹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쇼핑엔 뚜렷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우선 장점부터. 사고 싶은 제품이 뚜렷하고, 원하는 기능이 확실하며, 브랜드에 대한 편견이 없다. 자, 그럼 이제 단점이다. (숨을 고르고) 약 10분 안쪽이라는 촉박한 제한 시간 때문에 미리 동선을 최소화해 놓아야 하고, 가격을 들켜선 안 되며, 전문 판매원보다 더 많은 지식을 미리 탑재해 두어 끊임없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해야 한다. 뭔가 아리송하면 바로 탈락이니까.


게다가 본인이 원하는 게 워낙 뚜렷하다 보니 트렌드 따위엔 관심없다. 오히려 그게 뭐냐, 왜 그렇게 생겼냐, 색이 이상하다... 같은 비평을 서슴없이 날린다. 근데 또 오랜 세월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뚝심 있는 미감(?)도 있어서 때론 묘한 포인트에 감탄하기도 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런 아버지가 이번에 내게 내린 미션은 가벼운 등산 겸 산책이 가능한 운동화였다.





아버지가 SALOMON에 반한 이유



그 미션을 받자마자 내 머릿속엔 SALOMON부터 떠올랐다. 이미 두 켤레나 장만해 두고 너무 잘 신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꽂힌 건 디자인이지 착화감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등산 경력 30년. 쉽지 않다. 그래서 틈만 나면 온 세계의 산을 타고 다니는 등산 애호가 친구 J에게 도움을 청했다. SALOMON의 착화감이 어떠냐. 실제 등산에서도 쓸모가 있냐. 그럼, 굉장히 편해. J의 대답은 매우 긍정이었다.



나를 SALOMON에 입덕시킨 한 장의 사진 ©vogue.com


그래도 왠지 불안했다. 사실 SALOMON이 빼어나게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고프코어(Gorp Core)의 무드를 안다. 때문에 SALOMON의 디자인에 동의하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어떨까? 고프코어는 커녕, 거 참 조잡하게도 생겼다...라는 날카로운 한 줄 평으로 SALOMON만의 무드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틀었다. 아빠, 일단 한 번 신어봐요.

1초가 1분 같았던 그 시간. 아버지는 우선 신발끈이 없다는 데에서 약간 갸우뚱하더니,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퀵 레이스 사용법에 금방 적응해 무난히 시착을 끝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주변을 서서히 거닐기 시작했다. 사이즈는 맞아요? 어때요? 색깔도 볼수록 예쁘지 않아요? 이거 아버지가 원하는 기능이랑 딱 맞아요. 트래킹화라서 가볍게 등산도 되고 아빠 걷기 운동하는 데도 전혀 문제없고...라고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괜찮네.

세상에. 나는 그렇게 주어진 10분 안에서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가격표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확인하기 전에 확 뺏어버렸다. 선물이니까 제가 계산했어요 라고 대충 둘러대며 말이다. 이게 약 두 달 전의 일인데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함께 산책을 할 때마다 운동화 칭찬을 하신다. 이게 참 편하다며, 발이 안 아프다며, 산도 척척 오를 수 있다며, 투박한 등산화보다 가볍고 좋다며… 이쯤 되면 SALOMON, 그래 인정이다.







아버지의 첫 SALOMON ©salomon.com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았다



아무리 주변에서 좋다좋다 해도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렇기에 요번엔 진짜다. 예쁜 것만 보면 환장하는 나를 포함, 등산 30년차 베테랑 아버지, 등산 애호가 친구 J까지 만족시키는 게 바로 SALOMON이니까. 이들이야 말로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은 대단한 능력자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신발을 개발해 낸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그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스키의 본고장인 프랑스 알프스에서 태어난 SALOMON은 1947년 프랑수아 살로몬(François Salomon)에 설립되었다. SALOMON의 인기가 비교적 최근인 걸 보면 꽤 의아하다.

하지만 스키를 즐기는 이들에겐 SALOMON은 무척 익숙한 이름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초기 사업이 바로 스키 장비 생산이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작은 공장에 모여 스키 엣지를 제작했던 것이 시작이었고, 점차 부츠에 스키를 연결하는 바인딩과 의류, 부츠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특히 설립자 프랑수아의 아들인 조르주가 이 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접목시키며 퀄리티를 점점 발전시켜 나갔다. 당시에도 높은 품질력을 인정받아 스키계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브랜드였다고.


SALOMON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설립자의 아들 조르주 살로몬
큰 성공을 거둔 스키 부츠들 ©salomon.com


그들의 도전은 이걸로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90년대엔 트래킹화 개발에도 몰두하기 시작한 것. 그동안 스키 장비를 생산하며 파악한 다양한 지형에 대한 이해와 여러 기후에 걸맞는 소재를 연구하며 쌓인 노하우를 이용해서 말이다. 덕분에 2001년엔 양질의 기능을 탑재한 상징적인 트래킹화 Raid Race를 출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이후 이어질 슈즈 라인 행보에 초석이 되었다.

©flatspot.com









고프코어가 가져다준 행운



2019년부터 최근까지 여전히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고프코어 트렌드. SALOMON이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된 건 모두 이 고프코어의 역할이 컸다. 야외활동과 액티비티를 즐기던 이들의 룩이 패션의 한가운데에 설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매의 눈을 가진 똘똘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기능성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슈즈를 찾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SALOMON이었다.



SALOMON 2024 SS
SALOMON의 캠페인들 ©hypebeast.com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요를 자랑하는 건 XT-6와 XT-4 OG. XT-6는 트래킹 및 경등산에 적합한 하이킹 용도의 신발로 도심 산책이나 험하지 않은 코스의 등산로까지 무난히 소화가능하다. 어찌 보면 도시인들을 위한 최적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신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TX-4 OG는 기능성에 좀 더 힘 쓴 라인으로 본격적인 등산과 난이도 높은 레저 활동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다.


XT-6(좌)와 XT-4 OG(우)
보다 편한 접근성을 위한 메리제인
더운 날씨를 겨냥해 메쉬 소재를 차용한 RX MOC ©hypebeast.com



독특한 외형과 흔치 않은 색조합 역시 SALOMON을 타 브랜드와 차별화시키는 지점이다. 때문에 여러 셀럽들에게 러브콜을 받기도 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 벨라 하디드의 착장이다. 그녀가 꽤 자주 신었던 TX-4 OG 레드는 애슬레져 룩은 물론 박시한 럭비셔츠 등 스포티한 느낌의 아웃핏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vogue.co.uk, ©instyle.com, ©teenvogue.com



뿐만 아니다. 이외에도 아메카지, 캐주얼, 슈트 셋업에도 함께 매칭하는 경우도 많다. 그저 슈즈만 놓고 보면 꽤나 난해한 디자인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놀랍다.


©pinterest






콜라보계의 떠오르는 샛별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SALOMON은 다수의 협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COMME des GARCONS과 MM6, Sandy Liang 등 개성 강한 의상들이 돋보이는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PALACE와 JJJJound, BEAMS, The Broken Arm 등 스트릿과 편집샵들까지 섭렵할 정도로 대단한 위력이다.



COMME des GARCONS 2024 SS
COMME des GARCONS x SALOMON
MM6 x SALOMON ©sneakernews.com, ©hypebeast.com



워낙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다 보니 그 결과물이 정말 천차만별인데, 놀랍게도 살로몬의 외형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독보적인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함께 녹여냈다는 것이 경이롭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와의 작업들이 그렇다. COMME des GARCONS과 MM6, Sandy Liang의 개성 즉 미니멀리즘과 과감한 변주, 소녀스러운 분위기와 컬러감까지 모두 소화해 냈으니 말이다. 애초에 SALOMON도 본연의 스타일이 강한 편인데 강과 강이 만나니 최강으로 거듭난 것인가!


PALACE x SALOMON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JJJJound x SALOMON, BEAMS x SALOMON, The Broken Arm x SALOMON
Sandy Liang X SALOMON, KITH x SALOMON
Jah Jah x SALOMON ©hypebeast.com, ©highsnobiety.com



설립 이래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SALOMON. 작년 겨울부턴 의류 라인도 본격적으로 론칭하며 그들만이 가진 아웃도어 미감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줄 태세다. 물론 제품도 멋지게 잘 나왔다. 뭐, 기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젠 좀 걱정이다. 그러니까 자꾸만 예뻐져서 문제다. 뭐만 살까 하면 품절, 품절, 품절... 오늘도 품절 사인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자신이 가엾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자고로 의미있는 쟁취엔 반드시 경쟁자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이 반복되는 구매 전쟁 덕분에 내 패션 전투력 레벨도 무럭무럭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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