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Fashion Director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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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렉터들은 쉬는 날에 뭐할까?
몸이 하나인 게 부족할 정도로 과격한 일정을 소화하는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들. 때문에 간만에 주어진 개인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 역시 그들에겐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쉬는 날에 뭘 하며 보낼까?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그들의 취미를 살펴보며 그 해답을 찾아보자.
1984년에 설립되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Marc Jacobs와 최근 런칭한 뉴 브랜드 Heaven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그는 영향력있는 디자이너이자, 세상의 멋진 취미는 모조리 섭렵한 취미 부자이기도 하다. 플라워 아트부터 귀여운 물고기들의 물집사, 게다가 소문난 독서광. 피드만 언뜻봐도 취미와 관련된 사진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요즘엔 네일 아트에 빠져 있는지 최근 게시물은 온통 손톱 뿐. 쉬는 날, 단골샵에 앉아 네일 컬러와 비즈를 고르고 있을 그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한 브랜드의 계정을 탐험하다 보면 디렉터의 관심사 역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요즘 떠오르는 THE ROW의 계정은 특히 그렇다. 디렉터인 올슨 자매가 비밀리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장르 불문 예술 작품들이 피드를 채우고 있다. 어쩌면 제품이나 캠페인 관련 사진보다 더 많을 수도 있을 듯.
취향도 뚜렷하다. 샤갈(Marc Chagall)과 달리(Salvador Dalí), 만 레이(Man Ray) 등 유독 초현실주의 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나아가 이탈리아의 거장 카를로 부가티(Carlo Bugatti)의 가구,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체스 테이블까지 목격되는 걸 보면 덕 중의 덕, 가구덕임이 분명하다.
Dior의 첫 여성 아트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의 인스타 역시 여느 유명 갤러리 계정 못지않다. Dior의 컬렉션 사진과 더불어 그의 영감이 되었던 작품들을 함께 친절히 업로드해 주는데 대부분 고미술과 유적지의 사진들이다. 그동안 Dior에서 느껴졌던 뿌리 깊은 역사의 향취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 아마 그녀는 일터 외에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블랙핑크 제니와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브랜드 JACQUEMUS. 덕분에 디렉터인 시몬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의 얼굴 역시 이젠 익숙하다. 2024년 FW가 열렸던 카프리 섬처럼 JACQUEMUS의 쇼는 매번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열리는데, 어쩜 그리 이쁜 곳만 선별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브랜드의 인스타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그 비결이 나타났다. 바로 곳곳에 숨어있는 여행 사진이 그 증거. 해변 사진이 많은 걸 보니 왁자지껄한 도심보단 휴양지 추구형이 맞다. 아마 휴가 일정이 잡히자마자 바로 비행기표부터 체크할 것 같은 그. 사이좋은 연인과의 뜨거운 럽스타그램도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서핑으로부터 시작해서 여전히 서핑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는 STUSSY. 설립자인 숀 스투시(Shawn Stussy)가 서퍼 출신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피드는 온통 서핑, 서핑, 서핑. 이에 더해 다양한 디자인의 서핑 보드를 만나볼 수 있으니 서핑 매니아들이라면 무조건 팔로우하는 게 이득이다. 스타일리시한 서퍼가 골라주는 보드라니, 이보다 완벽한 조언자가 어디있냔 말이다! 덤으로 그가 찾았던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꽤 쏠쏠한 일거양득이다.
2024년 상반기를 강타한 걸코어(Girl Core) 붐의 최대 수혜자인 Simone Rocha와 Sandy Liang. 이 시대 소녀라면 그 영롱한 걸리시 무드를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여기서 하나의 팁! 걸코어 룩에 대한 본격적인 영감을 원한다면 그들의 인스타를 적극 탐색해 보길 추천한다. 세상 반짝이는 것과 로맨틱한 것, 아기자기한 것, 러블리한 것, 귀여운 것들까지... 우리의 추억 속에 잠들어있던 소품과 이미지들을 마주할 수 있다. 분명 그들은 틈이 날 때마다 문구점이나 빈티지 소품샵으로 직행하고 있을 듯.
서브 컬처의 강국 일본. UNDERCOVER의 리더 준 타카하시(Jun Takahashi)가 이를 몸소 증명한다. 직접 제작한 신기한 피규어들과 매니악한 영화 포스터, 추억의 애니메이션까지 그의 한결같은 취향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으니. 게다가 최근엔 회화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화풍이 떠오르는 게 작품들이 꽤나 수준급이다. 이쯤되니 그의 컬렉션만큼이나 그의 작업실의 풍경도 궁금해진다.
Y/PROJCET의 흥행에 힘입어 2020년부터는 DIESEL까지 맡고 있는 강철 체력 글랜 마틴스(Glenn Martens). 그의 인스타는 그야말로 혼돈의 소용돌이다. 뭔가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의 밈 모음집 갖기도 한 것이, 발칙하고 흥미로운 이미지들이 속속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 손에 그의 휴대폰이 주어 진다면,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당장 앨범부터 열어볼 것 같다. 요새 부쩍 달라진 DIESEL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피드다.
손만 대면 그 즉시 대세가 된다! 미다스의 손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취미가 사진인 건 이미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은 어디서 볼 수 있는가. 바로 에디의 개인 인스타를 찾아가면 된다.
작품은 뭐 말할 필요도 없다. 전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놀라운 생동감을 품고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주로 인물 사진 위주인데, 모델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가득해 피드를 감상하는 내내 지루할 세가 없다. 어쩜 못하는 게 하나도 없어.
에디처럼 취미가 사진인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언더웨어 브랜드 SKIMS를 이끌고 있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그 주인공. 하지만 그녀의 피사체는 오직 그녀 자신 뿐이다. 다시 말해 셀카가 취미란 말씀. 어쨌든 사진이 취미인 건 매한가지 아닌가. 그녀의 라이프 자체가 가장 위력적인 마케팅인 셈이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녀와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좀 피곤할 수도 있겠다. 대화나 식사를 즐기기보단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을테니.
파도 파도 끝없이 재미난 게 쏟아지는 패션 디렉터들의 인스타그램. 덕분에 그들의 일상과 취미, 관심사까지 공유할 수 있으니 팬의 입장에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직, 여기 마지막 무림고수들이 남았다. 신비주의의 끝판왕, 게시물 0의 쿨가이들! Dior Men과 Fendi의 킴 존스(Kim Jones)와 Maison Margiela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다.
열심히 따라다녀 봤자 나올 건 아무것도 없는데 둘 다 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걸 보면 그들이 패션계에서 갖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서운하긴 하다. 가끔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올려주면 좋을 텐데... 저기 형님들, 조금만 더 서윗해지시면 안 될까요?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