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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Sep 09. 2024

새로운 호러 스타의 탄생

Stories: Mia Goth


Stories: Mia Goth
새로운 호러 스타의 탄생






이 구역의 미친 X은 나야. 미아 고스(Mia Goth)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이보다 좋은 표현이 없다. 물론 극찬이다. 영화는 물론 패션에서도 독보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그녀의 매력을 지금부터 탐구해 보자.





내 이름은 미아 고스



1993년, 브라질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런던 출신의 미아 고스. 그녀의 오묘한 마스크의 기원은 아마도 이러한 출생 배경으로부터 기인한 게 아닌가 싶다. 모델로 먼저 데뷔한 이력이 있는데, 한때 눈썹 없는 모델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때문에 그녀의 독특한 눈썹이 자연산인가 아닌가에 대해 메이크업 전문가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MIU MIU 2023 FW 캠페인 속 미아 고스 ⓒmiumiu.com


결론은 예상외로 자연산. 2017년 Into the Glos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밝혔다. 어렸을 때는 이런 밝은 색의 눈썹이 컴플렉스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른 이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특별한 요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고. 모델이나 배우로서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신의 시그니처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머리색을 시도하는 그녀지만 눈썹만은 언제나 한결같다.


영화 엠마(Emma, 2020)의 한 장면 ⓒscreenmusings.org, ⓒdazeddigital.com, ⓒwonderlandmagazine.com


파격적인 건 미아의 외모뿐만이 아니다. 예사롭지 않은 필모그래피도 그녀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데에 한몫한다. 지금의 남편 샤이아 리보프(Shia LaBeouf)를 만나게 해 준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의 님포매니악(Nymphomaniac, 2013)이 바로 그녀의 데뷔작. 내용부터 연출, 심지어 포스터까지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님포매니악에서 ‘P’역을 맡은 미아 고스 ⓒuncut.at


이런 과감한 선택 덕분일까. 이후 그녀가 맡는 역할의 대부분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일색이었다. 10편 남짓 되는 출연작들 중 절반 이상이 호러 장르이고, 타이 웨스트(Ti West) 감독의 2022년 작인 X부터는 광기와 살육에 사로잡힌 무시무시한 역할만 줄곧 연기했으니 말이다. 이런 그녀의 선택이 혹시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면 걱정 마시라. 한때 이혼 소송까지 갔던 샤이아와는 극적으로 재결합하여 2022년 이쁜 딸까지 얻었다고 하니.


비밀리에 치뤄졌던 결혼식 현장 ⓒyahoo.com
이젠 둘이 아닌 셋이 된 미아-샤이아 커플 ⓒgeo.tv





새로운 호러 스타의 등장



아마 모든 장르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호러는 미장센이 무척이나 중요한 장르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인 공포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루려면 감각의 7-80퍼센트를 차지하는 시각을 건드려주는 쪽이 효과가 좋을 테니까. 이에 더해 스토리나 연출에서 오는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이기도 하다.


데뷔 초의 미아 고스 ⓒbifa.film


이러한 맥락에서 수많은 호러 영화감독들이 미아 고스를 탐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창백한 피부와 풀린 눈,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무표정한 얼굴까지 원하는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으니까. 앞서 언급했듯 유독 호러 장르 영화에서 성과가 좋았던 이유도 이런 남다른 아우라의 도움이 컸을 것이다.


영화 더 큐어(A Cure for Wellness, 2017)와 서스페리아(Suspiria, 2019) ⓒimdb.com


특히 X와 펄(Pearl, 2022), 맥신(MaXXXine, 2024)으로 이어지는 타이 웨스트의 호러 3부작 속 미아 고스는 여러모로 감탄스럽다. 연기는 물론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여성 연쇄 살인마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매니아 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으니까. 아마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 외엔 어느 누구도 이 캐릭터를 대신할 수 없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타이 웨스트의 호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X ⓒempireonline.com


특히 펄은 동화적 무드의 패션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주인공 ‘펄’의 순수함과 그 틈을 찢고 나오는 악마성, 그 양극단의 성격을 보여주는 데에 옷차림이 큰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무료한 삶을 보내며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던 펄이 비로소 낡은 데님 오버롤을 벗어던지고, 마치 분출되는 욕망을 처럼 타오르는 레드 드레스로 차려입었을 때의 그 쾌감이란!


ⓒmetacritic.com


최근 개봉한 맥신도 마찬가지다. 미아 고스는 이 영화에서 성인 영화 스타이자 신인 여배우인 주인공 맥신 역을 맡아 열연한다. 작품 전반에 80년대 무드가 가득 차 있는 것도 모자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할리우드가 배경이니 당연히 주연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스타일리시해야 함이 관건.


ⓒharpersbazaar.com, ⓒbloody-disgusting.com


때문에 맥신의 의상 디자이너인 마리(Marie-An Ceo)는 펑크와 디스코 등 여러 트렌드가 섞여있던 혼란의 80년대에서 오직 주인공 맥신만을 위한 의상을 찾아내는 데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한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잔뜩 부풀린 헤어, 반짝이는 드레스, 타이트한 핏의 데님 셋업까지 전부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 추려낸 아이템들이라고.


ⓒforbes.com, ⓒvariety.com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배우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미아가 대단한 건 이 모든 의상들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멋지게 소화해 낸다는 점이다. 그렇다. 연기와 비주얼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호러 스타가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영화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2023) ⓒimdb.com





잊혀지지 않는 속삭임


매거진 W의 카일(Kyle Munzenrieder)은 미아 고스의 레드 카펫 스타일을 잊혀지지 않는 속삭임이라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에선 내내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던 그녀가 공식 석상에선 우아한 고혹미를 뿜뿜 발산하니 말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나를 부르는, 하지만 엄습하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이내 그 쪽으로 향해야만 할 것 같은, 정체모를 속삭임처럼.

그녀의 성이 고스(Goth)라서 일까. 미아는 블랙을 기반으로 한 신비로운 고딕룩을 즐긴다. 그 중 2022년 영화 펄 프리미어에서 착용한 Dolce & Gabbana의 블랙 레이스 드레스는 단연 베스트. 가슴께까지 드리운 베일과 핏빛같은 검붉은 색의 립 컬러의 단합이 예술이다.


ⓒwmagazine.com


블랙 벨벳 소재와 매끄러운 실루엣의 조화가 일품이었던 ARMANI의 드레스, 202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보여준 Dolce & Gabbana의 코르셋 드레스, 이 둘도 절대 놓칠 순 없다. 특히 후자에서는 스카프와 선글라스, 매시 글러브까지 모든 액세서리를 블랙으로 통일해 안정감과 동시에 지루하지 않은 연출을 더한다. 그녀의 드라마틱한 면모를 배가시키는 센스있는 착장이다.


ⓒwmagazine.com


그녀는 블랙을 정말 현명하고 알차게 활용한다. 누디한 컬러와 블랙의 조화, 화이트와 블랙의 강렬한 대비, 나아가 올 블랙에 포인트 컬러로 레드를 선택하는 탁월한 감각까지. 모두 컬러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아웃핏이다. 당신이 평소 블랙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면, 이런 그녀의 룩을 통해 영감을 얻어보는 것도 좋을 듯.


ⓒvogue.com, ⓒwmagazine.com


저는 무언가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끌립니다. (CRASH Magazine, 2018년 12월)

과거의 미아 고스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었다. 이는 여태껏 그녀가 왜 이런 광기 어린 역할만 선택해 왔는지 그 이유를 가리키는 중요한 힌트다. 어쩌면 그들은 미아에겐 그저 살인마가 아닌 삶 속의 필연적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아가 기꺼이 맞서려 하는 숭고한 사람들로 읽혔을지 모른다. 비록 그 방법이 잘못되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선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신기한 경험이 찾아온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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