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Grandpacore
Trend: Grandpacore
멋쟁이 할아버지 따라잡기
클래식과 편안함 모두 놓칠 수 없는 당신에게, 그랜파코어(Grandpacore).
한 해 한 해 갈수록 나이 잘 먹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이를 잘 먹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에디터에겐 스스로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포함된다. 잘 차려입는 건 결국 자신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타일 좋은 어르신들을 보면 절로 눈길이 가고 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입기보다는 자기가 기분 좋은 옷을 입는 걸 우선에 두는 철학이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마침, 지금 이들에게서 영감받은 트렌드가 있다고 하니, 바로 ‘그랜파코어’다. 할아버지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뒤적이게 한 이 레트로 트렌드는 빈티지 느낌 가득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이 그 특징이다.
볼캡에 단추 푼 오버핏 셔츠, 웨스턴 벨트를 한 착장의 할아버지부터 레터링 비니와 어깨에 두른 스웻 셔츠, 그리고 뉴발란스 990의 조합을 한 할아버지까지. 얼핏 보면 간단한 아이템이지만 이를 믹스매치하여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 낸 탁월한 센스가 돋보인다. 거기에 자신감 있는 에티튜드는 덤.
‘고도로 발전한 패셔니스타는 동묘 어르신과 구분할 수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패셔니스타가 노력해서 차려입은 옷을 어르신들은 애써 힘주지 않고도 입는다는 뜻. 하기야 할아버지들이 오랜 시간 쌓은 연륜을 한 번에 따라 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순 없다. 이럴 땐 예전부터 이 스타일을 즐겨오던 스타들에게서 영감을 얻어보자. ‘할아버지 스타일’의 대표 주자, 바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다. ‘그랜파코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할아버지의 옷장에서 막 꺼내 입은 듯한 룩을 선보여 왔으니. 상큼한 민트 컬러의 슈트 셋업에 강렬한 레오퍼드 타이, 깔맞춤한 퍼 모자와 양말에 로퍼까지. 그야말로 그랜파코어의 정석!
그랜파코어라고 해서 남성들만 입으란 법은 없다. 중성적이면서 클래식한 단정함이 그랜파코어의 매력.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는 그 예시를 제대로 보여줬다. 오버 핏 블레이저 안에 착용한 플레드 셔츠, 그 위에 완벽하게 꽉 멘 넥타이 그리고 로퍼까지. 이 모든 게 한 룩에서 어우러져 할아버지의 중후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디자이너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랜파코어를 풀어냈다. 클래식하면서도 절제되지 않은 편안함을 가진 스타일의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그랜파 스타일을 위해 딱 하나의 아이템을 사야 한다면 주저 없이 가디건을 추천한다. 따뜻하고 편안한 무드에 입고 벗기도 편해서 활용성도 좋기 때문. 티셔츠나 셔츠 위에 레이어드해서 입고, 함께 스타일링하는 원단에 따라 계절에 맞춰 질감의 대비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특히 VALENTINO 의 가디건은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실제 거리의 할아버지 룩을 따라 하기 제격이다.
일부 디자이너는 기존의 가디건을 보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했다. JW ANDERSON은 넉넉한 품의 오버사이즈 가디건을 선보였고, AMIRI는 단추 디테일이 돋보이는 파스텔 핑크 색상의 가디건으로 할머니도 같이 돌려 입을 수 있을 화사함을 물씬 더한 모습이다.
의외로 스트리트 브랜드가 클래식한 느낌의 그랜파 가디건 맛집이라는 사실. 확실한 컬러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가디건을 찾고 있다면 NOAH, Supreme이 정답이다.
노르딕, 아가일 등 화려한 패턴으로 수놓아진 니트웨어는 그랜파코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구현한 LOEWE 롱 가디건은 클래식한 패턴에 더해진 긴 기장감과 따뜻한 소재감이 어우려져 포근한 무드를 자아낸다.
가디건이 질렸거나, 더 편하게 손이 갈 아이템을 찾는다면 패턴 스웨터를 추천한다. 그랜파코어의 핵심 아이템답게 아가일, 자카드 패턴 스웨터 하나만 입어줘도 할아버지 옷장에서 가져온 듯한 편안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Neil Barrett, OUR LEGACY 모두 이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런웨이에 세워 보였으니 참고해 보자.
다만 이렇게 화려한 패턴과 색상의 스웨터를 입을 때는 기본적이고 캐주얼한 팬츠로 강약 조절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점!
여기서 스웨터 활용법 하나, 안에 셔츠를 넣어 입자. LGN LOUIS GABRIEL NOUCHI처럼 루즈한 핏의 화이트 셔츠를 빼서 보여주거나, MIU MIU처럼 의도한 듯 아닌 듯 카라 하나를 빼놓는 것도 참고할 만한 스타일링 포인트다.
사실 니트 베스트가 눈에 들어온 건 요즘 들어서다. 알고 보면 이만한 효자템이 없으니. 티셔츠 위에 입어도 펑퍼짐한 넉넉한 셔츠 위에 입어도 좋은데,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간절기에 보온성을 위해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역시 어르신들이 즐겨 입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이번 시즌에는 다채로운 니트 폴로 셔츠도 쏟아졌다. 긴 기장의 폴로 셔츠를 선보인 UNDERCOVER, DRIES VAN NOTEN의 스타일링처럼 스커트와 팬츠 그 어느 아이템과 함께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폴로 셔츠는 편안함을 중시하는 할아버지들이 선호하는 아이템답게 입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입고 벗을 때 목 부분이 늘어나는 일반 티셔츠와는 달리 단추만 풀어주면 머리가 널널하게 통과하는 덕에 그럴 일이 없다. 한 번 사서 관리만 잘하면 두고두고 입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그랜파코어 룩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아우터가 필요하다. 막 할아버지 옷장에서 가져와 입은 듯한 고전적인 카멜 컬러 재킷을 선보인 HERMES. 화려한 패턴의 셔츠와 함께 매치한 태극기 컬러의 강력한 조합이라니. 어쩐지 실제로 저렇게 입은 할아버지를 동묘에서 본 기억이 있다.
긴 기장의 재킷이 부담스럽다면, 블레이저나 스타디움 재킷도 고려해 보자. 할아버지가 중요한 모임 때 꼭 챙겨 입으시는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아이템의 장점은 언제든 가볍게 휙 입을 수 있고, 무채색의 팬츠에 입으면 확실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
바지에 벨트 하지 않은 할아버지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러니 멋쟁이 할아버지 스타일을 따라잡기 위해서 벨트는 정말이지 필수템. 버클이 클수록 더 클래식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누가 봐도 GUCCI 벨트임을 드러내는 로고가 확실히 드러나는 선택지도 있지만, 평소 과한 옷차림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면 JACQUEMUS, FENDI의 간단한 디자인 벨트가 더 손이 자주 가긴 할 거다.
베레모 모자, 넥타이, 브로치, 선글라스. 할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마성의 아이템이다. 진정한 그랜파코어 룩을 완성하고 싶다면 액세서리도 함께 매치하는 걸 잊지 말자. 혹시 너무 할아버지 같으면 어떡하냐고? 동묘에서 거니는 할아버지들이 입고 계실 법한 스타일이라도 선글라스와 목걸이로 스트리트 무드 한 스푼 얹어준다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테다. 이렇게 안 어울릴 것 같은 아이템을 매치해 다채로운 레이어드를 해보는 것도 그랜파코어 룩의 재미다.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그랜파코어. 할아버지에게는 매일 입는 일상의 옷이지만 우리에게는 안정감과 동시에 새로움을 선사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유행에 지치진 않았나? 그래서 언제든 그 자리에 있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을 찾고 있다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할아버지가 그 해답이 되어줄 거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