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sacai
Brand LAB: sacai
남과 똑같아 보이는 게 누구보다 싫다면
자세히 알수록 더 입고 싶어지는 브랜드가 있다. 친숙한 것을 새롭게 보게 하는 sacai가 그렇다.
최근 구매한 아이템은 sacai의 백 플리츠 재킷. 앞에서 보면 단순한 저지 재킷이지만 옆이나 뒤에서 보면 디테일이나 실루엣이 풍성한 sacai만의 ‘반전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옷이다. 편해서 손이 자주 가는 것에 더불어, 스타일리시하기도 하니 극강의 실용주의자인 에디터는 기꺼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각기 다른 패브릭의 믹스 매치하고 기존에 있던 실루엣을 재해석해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멋스럽게 엮어내는 sacai. 이 브랜드의 정체성은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치토세 아베(Chitose Abe)로부터 온다.
근본적으로 나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 아무리 신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일지라도 도시에서 일상을 보낼 때 입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이 '아니'라면 그 옷을 만들지 않는다.-sacai 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치토세 아베
‘일상에서 입는 옷’을 강조한,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숱한 여성들을 매료시켰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평범한 아이템 하나에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내는 일은 sacai만의 독보적인 재능이니까.
1999년 시작된 sacai를 어엿한 하이 브랜드로 키워낸 치토세의 패션 세계는 COMME des GARCONS에서 제대로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른 사람과 똑같아 보이는 게 정말 싫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그 후 World co.라는 회사에 다녔다. 그곳에서 획일화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취향을 담은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꿈꿨다고.
마침, 그녀의 회사 근처에는 COMME des GARCONS이 있었고,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그곳의 직원들을 보며 언젠가 일할 수 있기를 바랬다고 한다. 그러다 만난 좋은 기회로 처음에는 COMME des GARCONS의 패턴 메이커로, 나중에는 JUNYA WATANABE에서 총 8년을 보내게 된다.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의 해체주의 정신을 이어받은 sacai의 디자인.
그녀가 레이 가와쿠보와 준야 와타나베, 두 사람을 스승으로 삼은 기간 동안 배운 건 다름 아닌 ‘독창성’이었다고 한다. sacai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동시에 디자이너는 단순히 옷을 디자인하는 걸 넘어서서 브랜드 역시 제대로 디자인해야 하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다고.
“(브랜드 초기에는) 장기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로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을 뿐이다." - 치토세 아베 치토세 아베가 COMME des GARCONS을 그만둔 결정적 계기는 다름 아닌 결혼과 출산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이 식을 리 없었다. 그래서 육아를 하면서도 수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니트 아이템 위주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sacai의 첫걸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초반에는 3년 넘게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는 자택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며 모든 의류를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일본 의류 브랜드이자 유통 업체 BEAMS에 바잉되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사실 니트웨어 중심으로 전개되던 초기에는 지금의 ‘sacai스러운’ 개성은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녀는 현재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다양한 패브릭을 믹스매치해보며 다채로운 실험을 이어갔다.
sacai는 네 번째 시즌부터 색을 제대로 드러냈다. 셔츠, 니트, 트렌치 자켓과 같은 기본 아이템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변신시킨 것. 예상치 못한 디테일의 패치워크를 선보이거나, 앞과 뒤 혹은 안과 밖이 다른 흥미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sacai’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확실히 sacai의 컬렉션은 단번에 알 수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일관된 느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면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축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덕분일 거다.
sacai의 정체성을 말할 때 꼭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다. 다른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새롭게 재조합해 내는 치토세 아베의 재능은 확실히 협업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2015년부터 지속된 NIKE와의 협업은 기존에 sacai를 몰랐던 스트리트웨어 팬에게까지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acai가 지금까지 협업한 브랜드를 나열하자고 하면 끝도 없다. BIRKENSTOCK, THE NORTH FACE, ACRONYM, AMBUSH, Cartier 등.
그럼 sacai 어떤 기준으로 함께 협업할 브랜드를 택하는 걸까? 그 기준은 오로지 ‘재미’라고 한다. 재미있지 않다면, 하지 않는다고. 이는 sacai가 원하는 일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독립 브랜드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스포츠 브랜드부터 하이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sacai 협업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역시 잘하는데 즐기기까지 하니 잘될 수밖에.
치토세 아베는 ‘한 사람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해서 말했다. 마치 그녀의 옷처럼 말이다. sacai를 입는다는 건 그렇게 익숙한 한 사람에게서 여러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는 일이 아닐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