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Check Pattern
Trend: Check Pattern
세상에 나쁜 체크는 없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만 있을 뿐. 체크무늬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엔 나쁜 체크는 없다. 오직 나쁜 매칭만이 있을 뿐이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찾아온 체크의 전성기, 이 사랑스러운 패턴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늘 그렇듯 이번 FW시즌에도 체크의 귀환이 예고된다. 여름엔 구멍이 송송 뚫린 메시 소재가 인기 만점이라면, 가을 겨울엔 무조건 포근해 보이는 체크가 선두에 올라서게 될 테니. 하지만 역사도 길고,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패턴인 만큼 종류도 많아 우리에게 늘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신은 절대 체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체크만큼 흔하게 목격되는 패턴도 없기 때문이다. 패션은 물론이며 가구와 인테리어, 문구류에 예술품까지 체크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는 없다. 근처 화장실만 가도 보이는 격자 무늬 타일 역시 엄밀히 따지면 체크의 한 종류니까.
하물며 패션에서의 체크는 단순한 무늬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70년대 펑크 뮤지션들은 타탄 패턴을 내세워 그들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형성했고, 더 과거엔 스코틀랜드 귀족 가문들이 권위의 상징으로 아가일 체크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체크를 아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채택한 BURBERRY도 빼놓을 순 없으니.
때문에 패션 아카이브에서 체크의 순간은 쉴 틈 없이 발견된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인 킬트(Kilt)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Alexander McQueen의 2006 FW부터 버펄로 체크의 힘과 위상을 보여준 YOHJI YAMAMOTO의 2020 FW, 온 런웨이를 체크로 물들였던 Maison Margiela의 2023 FW까지. 서로 다른 방식과 규칙으로 결합된 색들의 공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잠깐, 여기서 상식 하나. 사실 우리가 타탄체크라 부르는 패턴의 명칭은 정확하게는 타탄 플래드(Plaid)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비율의 바둑판을 일컫는 체크와는 달리 플래드는 좀 더 다양한 색감과 사각 크기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격자무늬를 가리키는데, 타탄은 후자에 가깝다.
때문에 타탄 플래드는 일반 체크 패턴보다 훨씬 풍성하고 알찬 색감을 자랑한다. 차갑고 뜨거운 정반대의 색은 물론 대비가 강한 보색 관계도 거침 없이 한 틀에 넣어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것이 강점.
그렇다면 이번 FW 컬렉션에선 어떤 체크 아이템들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을까? 지금부터는 브랜드 별로 엄선한 체크 맛집 리스트를 살펴볼 차례.
진정한 체크 맛집으로 거듭난 2024 FW의 Rabanne. 컬렉션 의상 중 절반이 넘는 아이템이 체크로 뒤덮여 있다. 원색과 파스텔톤, 무채색까지 편견 없는 컬러 팔레트는 물론 타탄 플래드와 깅엄 체크 위주로 구성된 아이템들도 잔뜩 출현한다. 팬츠와 아우터, 셔츠까지 온통 체크지만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경이롭다.
세상에 Dior만큼 체크에 진심인 브랜드가 있을까? 올해 FW는 물론 내년 RESORT 컬렉션까지 체크로 꽉 차있다. FW엔 창문을 닮은 윈도페인(window pane) 체크로 파워풀하고 당찬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RESORT에선 킬트를 재해석하여 클래식하면서도 위트 있는 착장들을 선보인다.
체크 셋업이란 이런 것이다. 몽환적인 색감으로 가득한 CHANEL의 체크는 셋업으로 도전하기 참으로 적합하다. 자칫하면 광대(?)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패턴 셋업의 압박에서 잘만 매칭하면 은은하게 흐르는 느낌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손수 보여준다. 역시 체크의 승패는 색감으로부터 시작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컬렉션.
가만 보면 요지상도 체크를 참 사랑해. 우리에겐 블랙 러버로 통하던 그가 간혹 가다 보여주는 체크 룩은 팬들을 열광케 할 만한 위력을 가졌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에 찰떡같이 맞물리는 체크 패턴이 인상적. 난해한 외형에 다채로운 색감을 입혀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그의 이번 시즌 승부수인 듯.
최근 이런저런 시도를 거듭하며 브랜드의 부흥을 꾀하고 있는 VERSACE. 이번 시즌의 그들은 레드와 브라운을 키컬러로 한 체크 패턴을 컬렉션의 핵심으로 잡는다. 디렉터인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는 고인이 된 유명 뮤지션 프린스(Prince)와 반항기 짙은 음악 장르인 펑크(Punk)를 언급하지만, 결과물은 너무나 세련된 모습. 물론 체크에 서려있는 70년대 펑크 정신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긴 한다.
어떻게 하면 체크를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UNDERCOVER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체크 패턴을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들며 스타일리시하게 뽑아냈으니. 정직한 체크가 주는 안정감과 약간의 꾸러기스러운 면모가 교차되며 체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증명한 컬렉션.
잘 고른 체크 아이템 하나, 열 아이템 안 부럽다. 이번엔 종류별 추천템 체크!
우선 체크 패턴의 아우터는 블랙 아우터로 가득 찬 한국 거리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 시즌 극찬을 받았던 보호 시크의 연장전에 돌입한 Chloé와 브라운의 정갈함을 무기로 한 Acne Studios, 미국 사냥모임의 유니폼에서 유래된 건클럽 체크를 채택한 Stefan Cooke까지 블랙 아우터를 대신할 영민한 아이템들은 많고도 많다.
그렇다면 하의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체크 팬츠나 스커트는 어떨까? 혹여나 파자마로 오인받을까 망설여지긴 하지만, 날이 갈수록 어둡고 무거워지는 겨울 코디 속에서 화사함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누드톤과 어우러지는 브라운의 조합이 인상적인 BURBERRY나 핑크 타탄 플래드로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Vivienne Westwood, 온기 가득한 컬러로 자체 발광 중인 Collina Strada의 것들처럼 말이다.
체크 상의 역시도 자칫하면 칙칙해질 수 있는 겨울 착장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귀중한 아이템이다. 열 손가락이 훌쩍 넘어갈 정도의 수많은 종류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는 건 오버사이즈 셔츠와 아가일 체크 니트. 이 둘은 잘 고른 체크 아이템 하나면 무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을만큼 막강하다. 어디에나 걸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들쑥날쑥한 간절기 날씨에 최고의 활용도를 증명할테니.
자, 이제 동의하는가? 세상에 나쁜 체크는 없다는 것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 중인 당신! 이제 그만 안심하고 체크를 선택해라. 막연한 아웃핏 고민에 빠진 당신을 자유롭게 해 줄 하나뿐인 체크, 메이트가 되어줄 테니.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