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Fashion and Color Brown
Stories: Fashion and Color Brown
가을엔 브라운을 입겠어요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 브라운. 그래서인지 요즘 거리에선 브라운 아이템이 유독 자주 목격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잊지 않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브라운에 대한 이야기.
고백한다. 나는 브라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다. 가을 쇼핑을 나설 때마다 항상 진심으로 꽂히는 브라운 아이템이 하나씩은 꼭 있다. 이번엔 MIU MIU의 신상 부츠다. 빈티지한 레더와 브라운의 조화가 얼마나 절묘한지, 게다가 디자인은 얼마나 독특하고 실용적인지. 하지만 다들 이쁜 건 알아가지구...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쉽지만 그저 득템신에게 간절히 기원하는 수밖에.
그러니까 브라운, 이 컬러는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허나 우스운 건 브라운을 향한 대중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남성들 사이에선 가장 좋아하지 않는 색 1위, 여성들 역시 불호 색상 2위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엔 항상 브라운 천지다. 일단 소파부터 책장까지 각종 가구를 비롯해 유명 브랜드의 로고에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 색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적 측면에서의 브라운은 고객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색이다. 차분함과 고급스러움까지 품고 있기 때문에 특히 서재를 꾸밀 때는 절대 제외해선 안 될 컬러다. 게다가 기분 좋은 경험들과도 관련이 참 많다. 고소한 커피 향과 달콤한 초콜릿, 싱그러운 흙내음,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숲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덕분에 브라운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없는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찾게 되는 컬러가 되었다. 특히 자연을 닮았다는 사실은 도시 생활이 일상인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는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브라운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작품에 주목하자. 마냥 고리타분할 것만 같던 이 색도 그의 손 끝을 거치면 놀랍도록 역동적으로 변하니까. 빛과 어둠, 그 사이의 오묘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브라운을 선택했던 카라바조. 그의 화폭 속 브라운은 블랙보다도 강렬한 힘을 드러낸다.
앞서 카라바조가 내렸던 선택처럼 패션에서도 브라운은 블랙의 좋은 대안이다. SS시즌 보단 톤 다운이 된 컬러 팔레트가 많이 등장하는 FW시즌, 날카롭고 묵직한 블랙보단 브라운 쪽이 낫다. 너무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무난하고 동시에 적당한 생기를 보충하기 딱 좋은 색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가장 화력이 좋은 아이템은 바로 브라운 레더 재킷. 어쩌면 블랙 재킷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을 수도 있기에 가장 우선해야 할 아이템으로 꼽아본다. 작년 봄부터 그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가죽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기에 선택지도 풍성하다. 평소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신나게 고르기만 하면 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MIU MIU의 컬렉션은 브라운 레더 재킷 변주의 연속이다. 물론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계절 내내 브라운을 키컬러로 제안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뿐만 아니다. Acne Studios 역시 색이 예쁘게 바랜 브라운 레더를 적극 사용하며, 팬츠부터 슈즈 백까지 통일시켜 버리는 패기 넘치는 착장을 선보인다.
브라운과 스웨이드의 조합 역시 지나칠 순 없다. 2023 FW에 PRADA가 쏘아 올린 재킷이 올해 GUCCI와 Ralph Lauren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스웨이드의 실루엣은 레더와는 달리 보다 포멀한 느낌의 연출이 가능하다.
항상 그래왔듯 브라운 아우터는 가을 아웃핏의 단골손님이다. 블랙 못지않게 어디에나 걸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맛이 있으니까. 스타일 리스트 교체 후 매번 리즈를 갱신하고 있는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와 브라운 아우터의 변천사나 다름없는 켄달 제너(Kendall Jenner)의 코디를 눈 여겨 봐둘 것.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은은하게 다가오는 브라운의 변화무쌍한 무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테니.
예측할 수 없는 간절기 날씨에 벌벌 떠는 나를 구하러 온 구원자, 브라운 니트. 약간의 두께감이 있어도 부해보이지 않는데다 어딘가 클래식해 보이는 고상함까지 갖추고 있어 캐주얼과 포멀함,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소박한 매력의 AURALEE와 자연미가 돋보이는 Zegna, 프렌치 시크란 이런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ISABEL MARANT까지 정말 다양한 브라운 니트들이 FW 컬렉션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결국 따스함이다. 브라운이 품은 신비로운 온기가 소재가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화려한 파티 피플들 속에서 나만이 가진 분위기를 뽐내고 싶을 때가. 그럴 땐 주저하지 말고 브라운 셋업에 도전하라.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착장이라 할지라도 브라운이 가진 고혹적인 우아함 앞에선 무릎꿇고 말 테니. 게다가 무채색 일색인 셋업 시장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돋보일 수 있으니 무조건 추천이다.
컬러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서로 다른 소재여도 상관없다. 브라운 계열로 통일하는 것만으로도 그 독보적인 우아함을 쟁취하는 데엔 전혀 문제 될 게 없으니까. 팬츠나 스커트, 원피스 등 아이템 각각의 활용도도 훌륭하다. 블랙 컬러의 아이템을 매칭할 때처럼 고민 없이 일단 실행 하면 된다. 채도와 명도에 관계없이 어떤 색을 만나도 스무스하게 스며드는 게 브라운의 가장 큰 장점.
자, 마지막으로 브라운 부츠다. 다 된 밥에 브라운 슈즈를 얹는 게 얼마나 현명한 판단인지 깨닫고 싶다면 Chloé의 컬렉션을 참고하면 된다. 드레시한 무드부터 캐주얼한 무드, 또한 의상 컬러까지 무난하게 살려주는 브라운 부츠의 다정함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
누구나 하나쯤은 구비하고 있는 블랙 부츠. 하지만 자칫하면 뭔가 세 보이고 가끔은 여전사(?)처럼 보일 때도 있다. 마치 당장 전투에 참여해야 할 것 처럼. 하지만 브라운 부츠는 다르다. 이 매력적인 슈즈는 마치 요리 속 파슬리와 같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플레이팅의 미적 요소까지 충만하게 채워주는 훌륭한 고명이 되어준다. 그러니까 블랙 부츠는 이제 그만. 더는 그만. 브라운 부츠로 과감히 눈길을 돌려라.
모든 색은 아름답다. 그러니 그 정도를 가리기 위해 순위를 매겨봤자 헛수고다. 왜냐하면 색의 진정한 힘은 다른 색과의 어울림을 통해 발현되니까. 브라운은 특히 그렇다. 비록 인기투표에선 꼴찌에 그쳤지만 어쨌든 우리 주변에 항상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색.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경험을 잔뜩 떠올릴 수 있는 색. 브라운이 가진 매력은 아직 한참 남았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