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Work Jacket
Trend: Work Jacket
바람과 함께 불어온 워크 재킷 열풍
어느덧 서늘해진 날씨는 재킷의 계절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워크 재킷!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매력을 가진 워크 재킷은 지금 패션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이는 트렌드의 선두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PRADA, MIU MIU 그리고 LOEWE가 적극적으로 조명한 덕분. 이 시대의 핫걸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또한 워크 재킷을 자주 입고 등장하며 이 핫한 아이템의 기세를 더하는 중이다.
영국 패션 검색 플랫폼 Lyst에 의하면 최근 몇 달간 CARHARTT ‘디트로이트 재킷’은 2024년 상반기 5번째로 많이 팔린 인기 상품이었고, 검색량도 전에 비해 410%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워크 재킷의 근본인 CARHARTT 재킷의 인기는 곧 워크 재킷의 인기를 증명한다.
코듀로이에 더해진 가죽 소재 카라가 특징인 이 옷은 노동자들이 주로 입었다고 해서 워크 재킷이라고 불리지만, 정확히는 영어권에서는 ‘농장이나 헛간에서 일할 때 착용하는 재킷(Barn Jacket)’으로 불린다. 19세기 농장이나 들판에서 일하던 프랑스 농부와 노동자가 처음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 옷이 헛간과 목초지를 떠나게 된 건, 1980년대 미국 중서부로 넘어가게 되면서다.
당시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던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 옷은 작업복이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튼튼한 소재, 장비를 마음껏 수납할 여러 주머니를 갖춘 철저히 실용성에 무게를 둔 덕분이었다. 그 후, 브랜드 CARHARTT가 이 옷을 주요 실루엣으로 삼으며 자신들만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하여 한때 노동자들의 필수품이었던 워크 재킷은 이제는 모든 이들의 필수품으로 거듭나며 궁극의 재킷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태초에 CARHARTT의 디토로이트 재킷(Detroit Jacket)이 있었다.
1889년 창립 이후로,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노동자’를 위한 옷을 선보인 CARHARTT. 1954년에 처음 탄생한 디트로이트 재킷은 무거운 캔버스 소재를 활용해, 튼튼한 내구성과 워크 웨어만의 날 것의 감성이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사실 CARHARTT 디트로이트 재킷은 단순히 트렌디한 아이템이 아니다. 80년대 스케이트 보더들이 워크 웨어를 착용하기 시작하고, 투팍(2Pac) 같은 힙합계의 아이코닉한 인물들이 즐겨 입으면서 그 위에 서브컬처가 가진 쿨한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이제는 하나의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평소 CARHARTT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sacai와의 협업도 눈여겨봤을 법하다. sacai의 수장인 치토세 아베(Chitose Abe)가 VOGUE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CARHARTT와의 협업을 결심한 계기는 꽤나 흥미롭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속 등장인물들이 입은 CARHARTT 디트로이트 재킷과 오버롤 등을 보며 진심으로 멋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디트로이트 재킷의 두드러진 특징은 해지면 해질 수록 멋스럽다는 거다. 누군가는 당장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릴 낡고 해진 옷을 두고 CARHARTT 팬들은 “이거 멋진데(YO THIS HARD)”라고 한다는 밈도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SS24 시즌부터 그야말로 런웨이에 칼하트 풍(风)이 불었다. 이제 CARHARTT의 디트로이트 재킷을 단순한 워크 웨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이 브랜드들이 앞다퉈 레퍼런스로 가져가며 지금 가장 럭셔리하고 트렌디한 아우터로 등극했으니.
런웨이에 선 숱한 워크 재킷들 중 끝판왕은 PRADA였다. 입을수록 자연스럽게 해지는 매력을 지닌 워크 웨어를 아주 예술적으로 표현해 냈으니까. 특히 아래 사진 속 베이지 컬러의 600만 원대 워크 재킷을 보라. 재킷 끝부분에 자연스럽게 표현한 해진 디테일은 이게 정녕 새 옷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섬세하다.
SS24 시즌도 그렇지만, 워크 재킷은 PRADA가 몇 시즌째 꾸준히 보여주는 단골 아이템. FW24 시즌에서 포착된 화이트 워크 재킷에는 해진 디테일이 사라졌다. 그 대신 장인의 공정 과정을 거쳐 자연스러운 생활 얼룩 같은 빈티지 워싱을 더했고, 거기에 가슴 쪽 주머니를 추가하며 실용성은 배가 됐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여사가 말아주는 MIU MIU 표 워크 재킷은 좀 달랐다. 주머니와 카라 디테일이 돋보이는 워크 재킷의 형태는 유지하되, 다양한 소재감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확 넓힌 모습.
수레를 끄는 모델이 등장한 LOUIS VUITTON의 FW24 쇼. 누가 봐도 CARHARTT에서 영감받은 워크 재킷과 함께였다. 특히 디트로이트 재킷과 쏙 빼닮은 로고 패치 위치나 주머니 디테일에서 퍼렐(Pharrell Williams)의 유쾌함이 절로 전해진다.
사실 최근 런웨이에 워크 재킷이 처음 등장한 건 LOEWE의 SS23 쇼에서다. 지금까지 등장한 하이 브랜드의 워크 재킷들에 비해 밑으로 갈수록 퍼지는 실루엣으로 돋보이는데, 투박한 면이 있는 워크 재킷을 페미닌하게 입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
워크 재킷의 생명은 뭐니 뭐니해도 카라다. FENDI와 Alexander McQUEEN 모두 버건디 컬러 카라 워크 재킷을 선보이며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재킷에 보다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상을 줬다. 워크 재킷으로 단 하나의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카라 컬러에 주목하자.
워크 재킷의 장점은 스타일링이 어렵지 않다는 거다. 캐주얼하게 입는 팬츠나 스커트 위에 함께 곁들여 주기만 해도 적당히 멋스러운 ‘꾸안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WALES BONNER처럼 밝은 컬러의 재킷에는 팬츠나 이너 컬러를 한층 어둡게 해서 대비를 주면 보다 조화롭게 스타일링 할 수 있을 것.
옷장에 옷이 이렇게 많은데 왜 매번 입을 게 없을까.
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민 속에서 최근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진짜 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언제든 편하게 손이 갈 것. 둘째, 적당히 멋스러울 것. 세상에 예쁘고 멋진 옷은 차고 넘친다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옷이 많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가 있다면 자신 있게 워크 재킷을 권하고 싶다. 이토록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아이템은 귀하니까. 그렇게 이번에도 침 꼴깍 삼키며 보던 PRADA의 화이트 워크 재킷을 장바구니에 넣어둔 채 결제 직전에 이르고 말았다는 소식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