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GALLERY DEPT.
Brand LAB: GALLERY DEPT.
빈티지 리워크로 완성된 유일무이한 미술관
이건 옷이 아니다. 하나의 작품이다. GALLERY DEPT.에게 옷은 패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GALLERY DEPT.의 옷을 처음 보면 여러모로 당혹스럽다. 다른 브랜드에선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핏과 난해한 디자인 때문이다. 물론 이건 100% 경험담이다. 페인트가 흩뿌려진 티셔츠와 아방가르드한 외형의 팬츠 앞에서 고개를 갸웃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피팅을 한 번 해보면 이런 걱정은 단숨에 사라진다. 스키니 핏이 한창 유행했던 과거였다면 손사래를 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생소함과 난해함이 어느새 독보적인 개성으로 둔갑하는 신비한 경험. 바로 이것이 GALLERY DEPT.의 매력이다.
덧없는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GALLERY DEPT.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다. 아, 이런 옷은 정말 이 브랜드에서 밖엔 만들지 못하겠구나. 그들의 옷을 직접 마주하며 매번 이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GALLERY DEPT.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뿌리를 파헤쳐야 한다. 2014년. LA를 기반으로 설립된 이 브랜드의 수장은 요수아 토마스(Josué Thomas). 그의 예술적 소양은 모두 예술가였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2021년 COMPLEX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피에 새겨진 남다른 안목을 자랑한다.
저는 항상 부모님이 수집한 오래된 옷들을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버지의 부츠, 스니커즈, 모터사이클 재킷 같은 것들요. 때문에 일찍부터 저는 이런 오래된 것에 대한 미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특성과 개성이 있어요. (COMPLEX, 2021)
브랜드 설립 이전 토마스는 Ralph Lauren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켠엔 언제나 직접 옷을 만드는 제작자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겐 특별한 기술이 없었다. 옷을 만들고 싶지만, 옷을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였다. 원래 존재하던 옷을 재료 삼아 이를 재구성하는 것.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빈티지 의류들을 활용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에도 조니 뎁(Johnny Depp)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직접 제작한 판초를 팔았다고 하니 범상치 않은 재주를 가지고 있었음은 분명한 듯.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2017년, 본격적으로 GALLERY DEPT.을 런칭하며 패션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다.
옷은 자신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와 같아야 한다. (Medium, 2024)
혁신은 GALLERY DEPT.의 옷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다. 그들은 기존의 규범을 과감히 파괴하며 새로운 도전을 반복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설립 초반부터 지금까지 GALLERY DEPT.은 장인 정신과 개성으로 똘똘 뭉쳐있다. 얼핏 보면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두 덕목이 어떻게 이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우선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디스트레스 데님부터 살펴보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옷이 마모되고 찢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는 흠이 아니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자연스러운 매력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무결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패션계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시각은 고객에게 신선한 비전을 선사하는 계기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 한동안 대세였던 스키니 실루엣이 저물고 루즈한 핏이 유행하게 되면서, 그들의 의상 역시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 브랜드의 런칭부터 꾸준히 밀고나갔던 바지 밑단이 넓게 마무리된 플레어 실루엣과 넉넉하게 몸을 감싸는 오버 핏의 아이템들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 특히 편안함과 유니크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스웻 팬츠는 GALLERY DEPT.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아이템이다.
브랜드의 인기 품목인 후드티와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그들은 타 브랜드와 다른 노선을 타게 되는데, 바로 한정판과 소량 생산을 무기로 하여 소수의 고객들을 유혹하고 사로잡는 것이다. 잘 팔린다고 무조건 찍어내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 피스 한 피스에 심혈을 기울여 다른 데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이처럼 의도된 희소성은 브랜드의 경쟁력이 되어준다.
또한 GALLERY DEPT.은 아티스트들이 유독 애정하는데, 그들의 자유로운 태도와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트랩(Trap) 장르로 유명한 힙합 그룹 미고스(Migos)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비롯해 공식 룩북엔 오프셋(Offset)이 직접 등장했으며, 패션계의 한 획을 그었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역시 단골 고객이었다고.
GALLERY DEPT.을 이루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들의 협업. 왜냐하면 정말 모든 제품에서 그들 고유의 색채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보자마자 이건 분명 GALLERY DEPT.과의 콜라보다! 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 만큼.
특히 2021년 LANVIN과의 협업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고상한 프랑스의 패션 하우스와 재기 발랄한 LA의 브랜드의 만남이라니. 하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놀라웠다. 쨍한 레드빛의 LANVIN 로고와 흩뿌린 페인트 디테일, 화이트 스니커즈를 물들인 총천연색 컬러감은 생각보다 훨씬 케미가 좋았으니까.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22년에 한 번 더 협업을 진행하며 둘만의 남다른 궁합을 과시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던 UGG와의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GALLERY DEPT.의 주특기인 업사이클링을 적극 반영하여 재활용된 데님과 가죽 소재 등을 사용했다. 또한 올해 초부터 트렌드에 반열에 올랐던 웨스턴 스타일을 적용해 화이트 스티치가 매력적인 카우보이 부츠까지 라인업에 올랐다. 본연의 아이덴티티는 물론 트렌드까지 섬세히 챙겨주다니. 이쯤 되면 믿고 보는 협업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누군가는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이내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건 제가 항상 좋아했던 일이었어요. (요수아 토마스)
진정성이란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믿고 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 이거면 충분하다. 인위적인 것이 범람하는 시대의 한 켠에서 이러한 신념을 품고 있는 사람, 그리고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