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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Nov 20. 2024

대도시 여성의 로망을 실현하는 법

Brand LAB: Proenza Schouler


Brand LAB: Proenza Schouler
대도시 여성의 로망을 실현하는 법






‘성공(成功)’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다.
뉴욕 고층 빌딩 속 통창에 따뜻한 분위기, 스무드 재즈가 흘러나오는 공간. 왜 하필 뉴욕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뉴욕이어야만 한다. 아마도 숱하게 본 대중문화가 무의식에 미친 영향이겠지. 막연하게 꿈꾼 환상 속 뉴요커의 옷장에는 Proenza Schouler가 가득할 것만 같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에도, 친구의 생일 파티에도 혹은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위해서도. 그 모든 자리에 시크하게 입고 갈 수 있는 세련된 무드의 옷이니까.




두 남자가 만드는 여성복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된 여성복 브랜드, Proenza Schouler.
듀오 디자이너,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즈(Lazaro Hernandez)가 이끄는 이 브랜드는 1998년 뉴욕 파슨스 대학(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만나 졸업 컬렉션을 함께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각자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을 합쳐서 브랜드명을 지은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다.


Proenza Schouler 듀오 디자이너,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즈 ©proenzaschouler.com


기회는 몸소 움직이는 자에게 오는 법. 에르난데즈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VOGUE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를 보고 그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냅킨에 냅다 메모를 써서 일등석에 있는 그녀의 음료수 밑에 두었다고 한다. 당시 어깨를 두드려도 무시했던 안나였지만, 이후 2주 뒤에 인턴으로 일하겠냐는 연락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상업 패션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렇게 두 디자이너는 VOGUE에서 인턴십을 하고, Michael Kors에서 기부받은 원단을 사용해 제작한 파슨스 졸업 컬렉션에서 큰 호평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컬렉션은 뉴욕 백화점 체인인 Barneys에서 전부 사들이며 주목받는 신예의 반열에 오른다.


Barneys가 발매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공개한 Proenza Schouler의 첫 컬렉션 ©thecut.com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Proenza Schouler. 같은 해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에서 Vogue Fashion Fund를 수상했고, 그 후로도 2009년 올해의 악세서리 디자이너 상, 2007년, 2011년, 2013년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연이어 수상하였는데, 무려 총 5회의 CFDA 상을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Proenza Schouler SS24 캠페인에 노메이크업으로 등장한 9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아이콘, 파멜라 앤더슨, 클로이 세비니 ©@proenzaschouler


브랜드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 뉴욕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Proenza Schouler는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옷장을 채우고 있다.




옷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비롯될까?
이 듀오는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고, 이를 컬렉션에 반영해 왔다. 항상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기 때문일까. 브랜드 인스타그램 곳곳에는 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예술 작품들을 옷 사진과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
도널드 저드(Donald Judd) ,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proenzaschouler


여러 면에서 Proenza Schouler의 행보는 개척적인 면모가 있다. 유서 깊은 하우스 브랜드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스스로 시작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브랜드를 이끄는 맥콜로와 에르난데즈는 그리하여,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사람은 각 컬렉션이 끝난 후 함께 휴가를 보내거나, 또 따로 휴가를 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각자 받은 독특한 영감을 한데 모아 두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오히려 함께하는 덕분에 둘의 방향이 맞닥뜨리면서 생기는 새로운 ‘반전’을 컬렉션에서 담아낼 수 있는 셈.


©vogue.com


이 듀오는 말한다. Proenza Schouler의 옷을 입는 모든 이가 예술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멋진 걸 멋지다고는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예술이 맥락이 있으면 패션이 된다는 믿음으로 Proenza Schouler만의 브랜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Proenza Schouler FW14 ©vogue.com, Proenza Schouler FW18 ©vogue.com


“패션 사이클은 너무나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마치 햄스터 쳇바퀴처럼 매년 반복된다. 그래서 아티스트에게 영감받은 협업을 하고 패션 밖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Gagosian과의 인터뷰에서 Proenza Schouler의 잭 맥콜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존 커린(John Currin)의 작품 에서 영감받은 하트 쉐잎의 컷아웃 탑을 선보인 Proenza Schouler SS17.


Proenza Schouler SS17 ©vogue.com, 존 커린 ©gagosian.com


예술과 상업이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온 Proenza Schouler는 두 세계의 경계를 어떻게 모호하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상업성만 내세워서는 브랜드를 전개할 수 없고, 동시에 너무 창의적이거나 난해해서 실제로 옷을 입는 여성들의 삶과 관련이 없는 것을 만들 수도 없다고. 그 고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팽팽히 균형을 잡아간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의 그림 속 모티브와 패턴을 가져와 만든 PS1백 ©milled.com, 하모니 코린 ©gagosian.com





뉴요커 옷장 따라잡기


웨어러블하고 세련된 실루엣이 주 특징인 Proenza Schouler. 무엇보다 주로 옷을 입는 도시 여성들이 가진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옷을 만들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모던한 멋을 담아내는 이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들을 만나 보자.




당신이 주목해야 할 키 아이템


우선 출시되자마자 히트쳤던 PS1 백.
XOXO, 뉴욕 하면 떠오르는 미드 <가십걸(Gossip Girl)> 속 “이 구역의 미친년” 블레어(Blair Waldorf)를 연기한 배우 레이튼 미스터(Leighton Meester)를 기억하는가. 그녀 또한 이 백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재빠르게 메고 등장했던 인물이다.


©purseblog.com


2008년에 처음 발매된 이 백은 할리우드 셀럽들의 잇템으로 등극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스쿨룩에서 영감을 받아온 브랜드답게 스쿨백을 고스란히 따온 실루엣이 그 특징이다. 여전히 다양한 색깔, 사이즈로 발매되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백이라 할 수 있겠다.


©vogue.com


그 외에도 FW24에서 처음 등장한 얇은 원통형의 silo 백부터 토트백, 숄더백 등 다양한 스타일의 각종 백을 만나볼 수 있다. 평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백을 고르는 게 베스트일 것. 그중 에디터는 Ruched 토트백을 찜해두었다.


silo 백, Ruched 토트백 ©@proenzaschouler
Large Drawstring 숄더백, Park 숄더백 ©@proenzaschouler


대망의 포근한 담요(!) 탑. 알아보니 이 피스를 제작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남성복을 만들지 않는 이 듀오는 남성 친구들이 결혼할 때 줄 ‘어울리는 선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큰 양면 캐시미어로 제작한 킹 사이즈 침대용 담요를 만들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스타일리스트가 담요를 실제 옷처럼 둘러보게 되면서, 그 뒤로 아래의 담요 스타일 피스를 컬렉션에 넣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Proenza Schouler FW24, ©vogue.com


쉬어한 소재가 자아내는 우아함이 있다. 어느 계절이건 상관없이 레이어드해서 입고 싶은 셔츠와 드레스. 여성의 우아한 실루엣을 돋보이게 하는 섬세한 테크닉도 Proenza Schouler의 재능.


Proenza Schouler FW24, SS24 ©vogue.com


미니멀한 무드와 정교한 테일러링이 Proenza Schouler의 대표적인 수식어였다지만, 찰나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자유롭게 휘날리는 프린지 드레스도 자주 눈에 띈다. 컬렉션에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아이템, 특히 팬츠 위에 매치한 밑단에 프린지 디테일을 더한 블랙 드레스는 그대로 따라 입고 싶은 룩이다.


Proenza Schouler SS25, ©vogue.com


팬츠도 마찬가지. 얼핏 보면 미니멀한 실루엣이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돋보이는 팬츠를 여럿 선보였다. 겹쳐 입은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님+가죽 피스에 야무지게 묶은 벨트는 과연 뉴요커스러운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proenzaschouler, ©vogue.com


각자의 어머니의 이름에서 브랜드 이름을 따왔듯, Proenza Schouler는 여성의, 여성에, 여성을 위한 브랜드다. 여성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디테일 한 끗으로 녹여내는 슈즈 맛집이기도 하니까.


Proenza Schouler SS25 ©vogue.com


좀 더 웨어러블한 옷을 원한다면 Proenza Schouler의 White Label로 눈길을 돌려보자. 2019년부터 시작된 이 라인은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들이 주를 이룬다.


Proenza Schouler White Label, ©proenzaschouler.com


Proenza Schouler는 여성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도시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완벽하고 현대적인 옷장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뉴욕을 넘어 전 세계 도시 여성들의 옷을 20년간 만들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20년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보자.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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