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Nov 22. 2024

겨울철 든든 국밥 아우터 6종 리뷰

Stories: Heavy Outerwear


Stories: Heavy Outerwear
겨울철 든든 국밥 아우터 6종 리뷰






겨울 옷이 제일 예쁘다. 겨울 날씨가 뚜렷한 나라 사람들이 옷을 확실히 더 잘 입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겨울 옷이 제일 비싸다. 가벼운데 따뜻해야 하니까 코튼 티셔츠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할 것이고, 구스며 캐시미어며 가치가 높은 소재를 써야 하기에 필연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겨울 옷 쇼핑만큼은 그 어떤 계절보다 더 현명하게 해야 한다. 매일 다른 아우터로 바꿔 입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패딩을 하나 사더라도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옷들과 잘 어울리는지 꼭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일주일 중에 3일을 입더라도 질리지 않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옷 하나가 돈 값을 제대로 할 것인가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하나만 사더라도 뼈가 시린 겨울에 국밥 한 그릇을 먹은 듯 온종일 든든할 아우터 6종 리뷰를 준비했다. 아우터를 살 때 꼭 확인하게 되는 보온성과 무게부터 각 제품의 독특한 특징까지 지금 바로 시작하겠다.











무게는 무거울수록 낮은 점수를, 보온은 높을 수록 높은 점수로 부여함




LEMAIRE HOODED PUFFER BLOUSON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뜨는 릴스가 있다. 제목은 ‘UNIQLO에서 LEMAIRE 사기’ 뭐 이런 뉘앙스였다. 크리스토퍼 LEMAIRE 는 UNIQLO U라인을 디렉팅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의 DNA가 UNIQLO에 주입된 것이다. 매장에 방문해서 실제로 착용했을 때도 훌륭한 퀄리티의 패딩이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전량 품절이었으니 그 인기에 대해서는 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LEMAIRE의 패딩을 사는 건 의미가 있을까? 어느 측면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는 지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콘텐츠를 쓰기 위해 LEMAIRE 패딩을 박스에서 꺼내 들었을 때, 그리고 몸에 걸치고 거울을 봤을 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것은 사소한 디테일에서 판가름 난다. 후디드 블루종 같은 경우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단추와 실루엣이다. 블루종의 앞판에만 단추가 여덟개나 달려있다. 외투를 잠그더라도 단추가 전부 다 노출이 된다. 존재감을 강조하고 싶었으면 단추 색을 블루종과는 다른 색상으로 가져갔겠지만, 역시 LEMAIRE 는 미묘(SUBTLE)함으로 승부를 본다. 그렇다면 실루엣은 어떨까? 패딩 뒷면에 두 개의 다트가 있어 어깨라인을 더욱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준다. 후드 역시 스트링과 스토퍼로 모자의 조임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패딩의 전반적인 실루엣에 자연스러운 곡선을 추가해 준다. 각진 옷은 왠지 모르게 LEMAIRE 냄새가 나지 않는다.

⦁   무게: 6/10 보통 패딩 무게치고 살짝 가벼운 편
⦁   보온: 8/10
⦁   사이즈: 남성 46(95, M)
⦁   충전재: 리사이클 다운
⦁   여밈 장치: 지퍼와 단추
⦁   모자 탈부착: 가능






OUR LEGACY WHALE COAT



누구에게나 블랙 코트는 필요하다. 교복처럼 입어도 질리지 않고, 똑같은 코트를 특별한 날 입어도 손색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완벽한’ 블랙 코트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코트는 모두가 찾는 요소를 충족하고 있다.

여유 있는 품의 테일러드 핏으로 안에 후디를 입고도 편안하게 활동이 가능하다. 모헤어와 버진 울을 사용한 특유의 소재 때문에 코트에서 딱 보기 좋은 정도의 광이 돈다. 더블 브레스티드 디테일과 피크드 라펠로 포멀함까지 녹여냈다. 코트의 총장은 114.1cm로 기장감이 너무 길지 않아서 지하철이나 버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그냥 보기에도 예쁘다. OUR LEGACY의 시그니처 코트이기도 하고 블랙, 그레이, 카멜 등 다양한 색상으로 선택지의 폭 마저 넓다.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코트처럼 클래식한 카테고리의 옷을 고를 땐 그런 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   무게: 2/10, 탄탄하고 두꺼운 소재로 무게가 꽤 나가는 편
⦁   보온: 6/10
⦁   사이즈: 남성 44, 살짝 오버핏
⦁   소재: 모헤어 울 50%, 버진 울 30%, 폴리아미드 20% (이탈리안 패브릭)
⦁   여밈 장치: 단추






ROA HEAVY DOWN JACKET


나는 등산 1년 차 등린이다. 등산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아웃도어 의류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아웃도어 의류나 가방 등 그 구성을 뜯어보다 보면 모든 것이 그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 등산용 가방의 경우가 그렇다. 가방에 주렁주렁 달린 부자재들 덕분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에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참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ROA 패딩 역시 이하 동문.

우선 무엇보다 가벼운 무게감과 주머니 디테일에서 이 옷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함은 기본이니 걱정 마시길) 이 옷을 입고 등산을 가다가, 열이 오르면 주저 않고 가방을 열어 옷을 쑤셔 넣어도 될 것 같다. 그렇더라도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둘째, 포켓에 손을 넣었을 때 깜짝 놀랐다. 손이 미끄럼틀을 타듯이 부드럽게 주머니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주머니에서 물건이 흘러내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좌우 포켓에는 콘솔 지퍼(겉에서 지퍼의 이가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지퍼)가 달려 있어, 사실상 이 포켓은 좌우에 네 개나 공간이 있기 때문. 가슴팍에 위치한 주머니와 우측 안쪽의 안 주머니까지 합친다면 무려 7개의 방이 있는 셈. 미니멀한 인상 덕에 매년 꺼내 입어도 무리가 없는 데다가 기능성과 보온성까지 기본으로 갖춘 이 제품이 진정한 국밥 템이다.

⦁   무게: 10/10, 솜사탕보다 가볍다
⦁   보온: 7/10, 가볍다고 얕보지 마라
⦁   사이즈: 남성 M
⦁   충전재: 흰색 오리털 90% 흰색 오리 깃털 10%
⦁   모자 탈부착: 불가






PRADA NAVY CROPPED DUFFLE JACKET


떡볶이 코트. 주기적으로 갖고 싶어지는 아이템이다. 2000년 겨울연가가 방영했을 때 최지우의 버터 색 떡볶이 코트를 보고 너무 예뻐, 바로 그 다음 날 엄마 손을 붙들고 백화점을 갔다. 그리고 PRADA FW23 런웨이에서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별안간 기다란 떡볶이 코트를 입고 나왔을 때 다시 한번 심장이 요동쳤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

떡볶이 코트의 정확한 명칭은 더플코트다. 두툼한 울 소재와 나무 단추가 특징인 아우터다. 본래 영국 해군을 매서운 바닷바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한용 군복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더플’이냐고? 이 코트의 원래 소재인 울 직물이 벨기에의 더플(Duffel) 지역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PRADA의 더플코트는 어떨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짧뚱한 기장감이다. 코트의 부피감과는 대비되는 크롭함으로 멀리서 보면 당구공 마냥 귀여워 보인다. 하지만 귀엽다고 결코 쉽게 보면 안 된다. 코트 안쪽에는 탈부착 가능한 패딩이 있어, 지금까지 소개한 아우터 중 가장 무겁고 또 제일 높은 보온성을 자랑하니까. 그러니 이너는 꼭 얇은 티셔츠 한 장으로 끝내시길 권장드린다. 이 제품에 대한 찬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트의 뒷쪽에 붙어있는 PRADA 삼각 로고와 앞판 여밈장치를 고정해 주는 삼각 가죽 패치가 소장 욕구를 자극해 순간 내 지갑을 열뻔했다.

⦁   무게: 1/10
⦁   보온: 10/10
⦁   사이즈: 남성 L(정사이즈보다 작게 느껴짐)
⦁   소재: 울
⦁   여밈 장치: 레더 토글과 스냅 버튼






LEMAIRE SHORT DUFFLE COAT

이 코트의 킥은 무조건 카라다. 노멀하게 떡볶이 단추를 두 개만 잠그면, 코끼리 귀처럼 큰 카라가 여러분을 반겨줄 것이고. 떡볶이 단추를 세 개 다 잠그면 통통한 카라가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며, 단추를 다 잠근 후 깃을 세우면 하이넥 스타일로 완전 무장이 가능하다는 것. 피코트의 디테일을 차용한 것이 이 코트의 디자인 포인트인 셈.

떡볶이 코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PRADA의 떡볶이 코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PRADA 코트가 라운드진 쉐입으로 귀여운 감이 있었다면, LEMAIRE의 떡볶이 코트는 할아버지 옷장에서 가져온 듯한 사이즈감과 어딘가 투박해 보이는 디테일이 그 특징이다. 이 옷에 감히 투박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모든 디테일이 죄다 크기 때문. 패치 포켓이나 소매통, 떡볶이 단추 등 모든 디테일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래도 소매 비조 덕에 소매 부리의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고, 안 주머니도 있으며, 코트 안쪽에 검정색의 천이 덧대어져 있어 옷 자체가 쉽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무심해 보여도 넉넉한 인심을 가진 할아버지인 셈.

⦁   무게: 4/10
⦁   보온: 4/10
⦁   사이즈: 남성 48
⦁   소재: 알파카 50% 울 50%
⦁   여밈 장치: 레더 토글






MAGLIANO HOODED BOMBER JACKET


2006년 한국을 강타했던 영화, 괴물. 나는 이 MAGLIANO 봄버를 보고 괴물이 떠올랐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이 입을 쫙 벌리고 있는 듯한 모습과 흡사한 봄버의 자태. 정확히는 이 봄버의 후드에 달려있는 지퍼를 완전히 열었을 때 그렇다. 이 아우터는 왜 나에게 괴물로 보였을까?

사연은 다음과 같다. 큰 사이즈의 후드를 푹 눌러쓰고 거울을 보니, 머리 위에 지퍼가 달려있는게 아닌가.손을 갖다 대니 부드럽게 열린 지퍼. 후드는 곧 카라로 변신한다. 그러니까 이 후드는 모자였다가 카라였다가, 지킬 앤 하이드처럼 변신할 수 있는 변신의 귀재였던 것. 모자 부분은 심지어 똑딱이로 탈부착도 가능하다. 똑딱이가 바깥으로 노출된 것이 흡사 노출 콘크리트 건물처럼 날것의 느낌이었으며, 후드 안쪽 털의 촉감이 꽤 거친 것이 야생적이다. 모자의 좌우에는 스트랩이 달려있는데 이 스트랩을 주욱 당겨주면 짧아진 스트랩 덕에 카라의 모양이 더욱 입체적으로 고정된다. 아- 정말 이 봄버는 지킬 박사가 인간 본성을 둘로 나누고자 한 것처럼 후드의 용도를 두 개로 나누고자 했구나.

⦁   무게: 8/10
⦁   보온: 3/10
⦁   사이즈: 남성 M
⦁   소재: 폴리에스터
⦁   여밈 장치: 끈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며 스타일링에 기교를 싹 뺐다. 그걸 눈치챘다면, 당신은 꽤 예리한 사람이다. 가장 기본적인 옷을 매치했을 때도 이 아우터가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기 위해 티셔츠에 청바지 정도만 받쳐입었다는 사실. 베이직한 코디에도 예쁘게 착용했던 6가지 아우터를 개인의 개성을 녹여 스타일링해서 입으면 얼마나 예쁠지.

겨울 아우터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이 레이어링을 할 수 있고, 옷은 층이 켜켜이 쌓이면 쌓일수록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지고 스타일링에 재밌는 포인트가 많이 생긴다. 아무튼 그래서 겨울 옷이 제일 예쁘고, 아우터 쇼핑이 제일 재밌는 게 아닐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