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 한마디가 전사 공지처럼 퍼지는 그 상사, 안전하게 상대하는 법
회사에 가보면 꼭 있다. 입만 열면 카더라 소문이 섞인 동료 이야기를 늘어놓고, 회의보다 티타임에 더 진심인 사람. 놀랍게도, 이들이 사내에서 꽤 평판이 좋은 경우도 있다.
“말 잘 통한다”, “분위기메이커다”, “회사 돌아가는 걸 제일 잘 안다”는 이유로.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선 솔직히 피곤하다. 일보다 ‘말’이 먼저인 상사, 어떻게 잘 지내야 할까?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봉세라 과장
밝고 붙임성이 있지만, 자기애가 강하다. 업무에는 딱히 관심이 동료사이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모습. 로맨스나 승진, 이직과 관련된 사내 이야기에만 귀가 밝다. 적으로 돌리면 상당히 피곤해지는 스타일. 친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이 또한 조금씩 휘둘려 피곤해진다.
가십에 관심 많은 관계지향적 상사는 조직 내에서 ‘사회적 정보 흐름(Social Information Flow)’을 중심적으로 관리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회사 내 공식 커뮤니케이션보다 비공식 네트워크, 즉 사내 인간관계·분위기·소문·정서 흐름을 더 민감하게 포착한다. 때문에 업무 성과가 다소 평균적이더라도, 조직 내부에서는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상사”, “분위기 메이커”, “회사 돌아가는 걸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얻으며 과대평가되기 쉽다.
이 상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구조’가 아니라 ‘사람의 정서’다. 보고의 논리·데이터·마감일보다 “누가 누구랑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를 먼저 읽는다.
팀원의 감정, 팀 분위기를 지나치게 신경 씀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빠르게 감지
업무 평가보다 ‘사람 챙기는 이미지’에 더 집착
공식 의사결정보다는 주변 분위기를 우선 고려
조직심리학적으로 보면, ‘정서적 지능(EI)’이 높은 편이지만, 방향성이 “업무 생산성”보다 “관계 소비”로 기울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회사 내 공식 보고라인과 절차보다, 점심시간·커피타임·흡연실·회식 자리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듣는 것”, “퍼뜨리는 것”, “해석하는 것”이 모두 비공식적이다.
사내 루머와 이슈를 빠르게 파악
공식 정보보다 “누가 뭐라더라”, “어디 들으니까”를 신뢰
‘내부 인맥 지도’를 스스로 업데이트
조직에 내부자처럼 보이는 전략적 언행
이들은 ‘정보 우위’를 자신만의 영향력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일 자체가 약해도 ‘정보 접근성’ 때문에 평판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가십형 상사는 “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본인이 잘 알지만,“정보를 흘린다”는 사실은 본인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
소문 전달을 “그냥 얘기하다 나온 것” 정도로 여김
본인은 사람 챙긴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은 부담스러움
공·사 구분이 흐려, 개인적 이야기가 쉽게 외부로 확산
귓속말을 좋아하지만, 그 귓속말이 곧 팀 전체로 퍼짐
이들은 ‘조직 내 스피드 한 정보 확산자’라는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그래서 이들과 일할 때는 내 말이 어디까지 퍼질지를 항상 계산해야 한다.
칭찬·격려·호의적 표현을 자주 사용
감성적 메시지를 선호 (예: “덕분에 분위기 좋았다”)
팀에서 내 의견을 누군가 싫어하면 바로 조정하려 함
본인의 ‘관계관리 능력’을 과대평가함
이 과정에서 업무 생산성보다 ‘팀 내 긍정 정서 유지’가 우선순위가 되며, 결국 업무 몰입도는 떨어지고, 팀의 초점을 흐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타입은 일을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업무보다 관계에 쓴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 조직 내에서는 “잘 어울리고 분위기 좋게 만든다”는 이유로 생각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보고 품질은 보통
일 처리 속도는 안정적이지만 느긋한 편
실제 일보다 “사람 챙기는 능력”으로 점수 확보
팀장·부서장 등 상위자에게 반응이 좋음
이런 유형이 팀을 이끌면, 그 밑의 실제 실무자는 업무 난이도보다 ‘사람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가십형 상사는 공식 문서·데이터·보고 체계보다 ‘누가 뭐래’, ‘어디서 들었어’ 같은 비공식 정보에 더 의존한다. 그 결과, 실제 사실보다 “분위기와 감정”에 기반해 결정 내리기 쉽다.
근거 없는 루머가 판단에 개입
특정 직원에 대한 편향된 평가 가능성
조직 내부의 정보 비대칭 심화
조직행동론적으로 볼 때 의사결정 신뢰도와 일관성이 떨어지며, 팀 생산성에 직접적 악영향을 준다.
관계와 감정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투입하다 보니, 정작 리더가 수행해야 할 우선순위 설정·성과 관리·조정 기능이 약해진다.
감정 소모가 많아 업무 집중도 낮음
분위기 관리에 집착해 ‘어려운 결정’을 미룸
팀 성과보다 팀 내부의 기류 읽는 데 시간을 씀
리더십 연구 관점에서 보면, 이는 관리자 역할(Role Clarity)의 붕괴로 이어져 팀 전체의 목표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가십은 본질적으로 정보 비대칭 + 스토리 과장 + 감정 개입이 결합된 형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상사는 “입이 가벼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고, 팀원들의 불안·경계·거리 두기를 촉발한다.
직원들이 진짜 고민을 숨김
상사 뒤에서 상사를 신뢰하지 않는 문화 형성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 증가
즉,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낮아진다.
가십형 상사는 대화(특히 사담)를 업무의 일부처럼 여긴다. 이때 팀원들의 뇌는 ‘멀티태스킹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다.
갑작스러운 잡담으로 몰입도 저하
업무 중단 → 재시작 반복으로 생산성 하락
회의·보고 시간을 불필요하게 지연
인지심리학적으로는 Switching Cost(작업 전환 비용)이 증가하여 직원 개개인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가십형 상사는 “내 얘기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래서 일부러 업무 외 관심사에 약간의 공감을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
예: “팀장님, 주말에 또 캠핑 다녀오셨죠? 지난번에 말씀하신 텐트 어떠셨어요?”
→ 이렇게 말문을 터주면, 이후 업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좋다.
단,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 것. ‘적당한 온도’의 관심만 유지해야 한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업무 외 주제일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하루 업무 시간이 엉뚱한 말에 소진된다.
그래서 다음 두 가지를 반드시 명확히 해둬야 한다.
“이건 이번 주 금요일까지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금 이 부분만 정리하고, 자세한 얘기는 이따 티타임 때 들을게요.”
→ ‘시간 차단’ 기술이 핵심이다. 일을 우선순위로 놓는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한다.
이들과 완벽한 중립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나에 관한 정보는 관리할 수 있다.
→ “요즘 연애해?”, “그 일 왜 네가 맡았어?”, “부장님이 너 칭찬하더라?”
→ 이런 질문에 “그냥요~”, “다들 도와주셔서요”라고 가볍게 넘기는 기술을 익히자.
� 오히려 일부러 ‘소문나도 상관없는 얘기’를 흘리는 것도 전략이다.
예: “요즘 운동 좀 해요. 건강검진 결과 보고 놀라서요.” → 말은 돌지만 타격은 없다.
“요즘 팀 분위기가 좋아서 업무 할 맛이 나네요.”
“그 얘기 정말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 부분 퇴근 전 잠깐 정리할까요?”
“팀장님이 만든 이런 분위기 덕에 회사 생활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 상사를 기분 좋게 하면서도, 대화의 초점을 다시 업무로 돌릴 수 있는 멘트들이다.
→ 평소 말투 레퍼토리로 저장해 두면 유용하다.
이런 상사는 ‘친하면 득, 적 되면 독’이다. 말 많은 상사는 입이 무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모든 말을 ‘오픈채팅’이라고 생각하라. 정보는 걸러 듣고, 감정은 조절하며, 적절한 온도로 친밀감을 유지할 것. 사내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과, 일은 잘하되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스마트한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너의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는 저의 책 제목이자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습니다. 이 에세이를 통해 직장인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고자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습니다. 직장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을. 그래서 탄생한 이 연재 브런치북은 상사 때문에 답답했던 순간들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으로 풀어드립니다.
*** 직장인 힐링 베스트셀러 <너의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를 썼습니다.
https://kko.kakao.com/zjKs1kIXBQ
*** 사랑에 관한 에세이집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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