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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 Nov 15. 2024

4. 쉬는 날 누워서 TV 보면서 수다 떨기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D-47

'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본다. 우리는 좋아하는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은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애 프로그램 <톡파원25시> / 이미지 출처, google



4. 쉬는 날 거실에 누워서 엄마와 TV 보며 수다 떨기


금요일 저녁이다. 주중 내내 기다리던 순간이 내일 온다.

 '주말이 되면 거실에 이불 펴고 누워서 밀린 프로그램 볼 수 있어!! 드디어!!'


아마 1년 전만 해도 아마 누군가가 "뭐 할 때 제일 편안해? 좋아?"라고 물었다면 이 대답이 4번이 아니라 제일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나왔을 거다. 당시 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낙이자 평일을 버텨내는 힘이었다.


내가 이 행위를 좋아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주중에 앉아있느라 고통받는 허리를 편안하게 뉘일 수 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매일 사람에게 치여 받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TV에는 나를 웃겨줄 사람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엄마와 같이 TV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나이가 먹으면 생각보다 가족들과 재미있는 얘기할 일이 없다. 평일의 대부분은 엄마의 잔소리를 듣거나 엄마는 나의 회사 생활 얘기를 듣거나. 사실 우리 서로에게 좋은 말들은 아니었을 거다. 대신 주말에는 우리들의 관심사를 화면으로 돌려 같은 타이밍에 웃고,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좋다.


 "여행도 못 가는데, TV로라도 보자." 하면서 허리 아픈 나와 무릎이 아픈 엄마가 함께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여행 프로그램들을 본다. 우리에게 여행을 못 가는 아쉬운 기색은 없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다 화면 속에 군침이 절로 도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엄마, 쟤네 맛있는 거 먹어." 하면서 냉장고를 뒤져 잊고 있던 간식을 꺼내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을 도전해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어떤 날은 만족스럽고 행복감까지 느낄 때도 있다.


요즘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얻는 새로운 즐거움을 탐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시간이 일주일에 하루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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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이 집에서 즐거운 시간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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