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은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29cm
5. 스카프를 만지작 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을 잠자리에서 손으로 살짝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천을 조물딱거리며 잠이 들곤 한다. 기억나는 가장 오랜 것은 유치원 시절 코끼리가 그려져 있던 분홍색 애착 이불에 달린 레이스가 그 첫 번째 대상이었다. 엄마가 나 몰래 낡아빠진 이불을 버린 이후에 만족스러운 새 이불을 사지 못했고 그때부터는 엄마의 스카프를 만지작거리며 잠을 청하곤 했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 손을 잡는 대신에 엄마가 입은 블라우스를 만지작 거리면서 곁을 걷곤 했는데 엄마는 간지럼을 잘 타는 사람이라 항상 내 손을 잡아 단속하곤 했다. 뭔가 유아적에 결핍이 있었을까 생각해 봐도 전혀 떠오르는 것은 없다. 그래도 뭐 손을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특별히 고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워서 하루를 복기하는 것에 고통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감촉에 집중하는 것이 잠이 드는데 더 도움이 된다.
생각건대 나는 촉감에 예민한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손을 써서 뭔가 만지작 거리면서 만드는 것들을 좋아했다. 놀이터 흙에 물을 부어서 두꺼비집을 만들거나 소꿉놀이를 하면서 흙뭉치로 동그란 구를 만드는 것이 뛰어다니는 것보다 재미있었다.그림보다는 지점토나 찰흙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종이접기도 참 좋아했다.
다 큰 요즘도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하는데 자꾸 손으로 만드는 것에 끌린다. 어떤 취미가 내게 맞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