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은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봄 5월. 월정사 전나무 숲길
8. 숲과 공원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내게산책은 오랜 시간 즐거움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10여 년의 긴 재활의 시간을 지나 올해는 본격적으로 산책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봄은 욕심을 내서 날씨를 즐기러 부지런히 다녔다. 생태공원, 수목원, 낮은 산길도 걸으러 다녔다.
2024 올해의자연 산책 리스트
- 3월. 지리산 연곡사, 섬진강 벚꽃길
- 5월. 사유원
- 5월. 여의도 선유도
- 5월. 월정사 전나무숲길, 선재길
- 5월. 남산 둘레길 (이태원~타워)
- 7월. 여의도 생태샛강공원
- 8월. 평창 동네 산책
- 11월. 남산 (국립극장~타워~백범광장)
원래대로라면 오직 5월의 남산행만이 매년 나의 챌린지였다. 그 이상의 이벤트는 크게 엄두를 못 내던 일이었다. 그런데 올해 5월을 보자. 지금 봐도 대체 5월에 무슨 객기로 저곳들을 다 다녔을까 싶다. 그것은고통스러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온 따스한 봄에 그동안 방치했던 나의 삶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면서 회복하려는 시도들이었다.
숲과 산을 다니며 그 장소들을 함께 즐기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저들과 같이 '보통의 일상'을 보내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고 뿌듯했다. 여전히 걷기에 컨디션에 대한 부담감이 남아 있지만 근본적인 불안함이 사라지면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푸른 나무들, 살랑살랑 잎을 흔들고 내 이마를 간지럽히는 바람, 흔들리는 잎들 사이에서 윤슬처럼 반짝이는 햇살, 폐에 가득 차는 청량한 공기, 그런 많은 것들이 내게 즐거움으로, 기쁨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