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편의점 연세우유빵에 남은 딸기를 다 넣어 먹으며 행복하던 날
8. 무엇을 먹을까, 딴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이건 특히 주중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평일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퇴근해서 집으로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직장인으로서의 업보라 기분을 좋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출근 길이 지옥 같거나, 회사에서 고통받으며 퇴근 시간이 너무 먼 미래 같을 때 이 방법이 꽤 도움이 된다.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대신 회사에서 하루를 시작할 나만의 세팅을 계획한다. '아침은 오트밀에 초코링을 넣어서 먹을까? 아, 그전에 혈당에 도움이 되게 집에서 싸 온 계란을 먼저 먹어야지. 탕비실에 가서 커피를 타면서 우유에 오트밀을 불려야겠다. 커피를 먹으면서 일하다 정신이 좀 돌아오면 그때 먹어야지.'
일하는 도중 머리가 아프면 잠시 화장실이나 탕비실로 이동해 주위를 환기시킨다. 답답했던 마음을 내뿜어내듯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쭉쭉해주고,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 본다. '냉장고에 뭐가 있었더라? 카레가 좀 남았는데... 닭가슴살이랑 알배추랑 넣어서 묽게 끓여 카레수프처럼 먹으면 맛있겠는데?' 이렇게 저렇게 냉장고 속 재료를 떠올리면서 그날의 먹조합을 궁리해 본다. 영양소를 고려하기도 하고, 냉장고 재고를 고려해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있는 것들로 최선의 먹조합을 만들지 생각하다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냉동실의 재료가 번뜩일 때는 해결책을 찾은 듯 만족스럽다. 그렇게 퇴근 후의 저녁시간을 기대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간혹 내 삶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내 존재 안에 있는데 남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이렇게 아주 소소한 영역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을고민하고 그것을 내 뜻대로 실행하는 기쁨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