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날, 첫 코스로 몽마르트를 갔다. 많은 관광객들에게 몽마르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팔찌 강탈'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갔을 때 나의 직접적인 경험도 그렇고 온라인상에서도 몽마르트를 가면 팔찌를 강제로 채우고 돈을 뜯어가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다들 주의를 요한다. 일부 사람들로 인해 관광객들에게 치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사실 몽마르트, 테르트르는 프랑스 예술의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다. 피카소(Pablo Picasso), 고흐(Vincent van Gogh),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등 유명한 화가들이 몽마르트를 예술의 메카로 만들었다. 현재까지도 유명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카페, 바, 스튜디오 등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 아침부터 북적이는테르트르 광장
몽마르트는 높은 언덕으로 되어있어, 역에서 내려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같은(?) 푸니쿨라를 탔다. 이 높은 곳을 편하게 오를 수 있다니..! 완전 추천이다.
* 푸니쿨라가 아니었다면.. 여길 어떻게...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Le Poubot'이라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는데, 분위기가 좋고 나름 한적해 보여서 바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프랑스가정식! 음식도 다 맛있었는데 에스까르고가 샐러드처럼 나와서 또 다른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 유럽은 테라스지!
배를 든든히 채우고 산책하듯 몽마르트로 걸었다. 올림픽 준비기간이라 치안이 강화된 건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팔찌를 채우는 사람도 물건을 훔치려고 눈치를 보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해서 생각보다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대성당 앞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 자유롭게 앉아서 쉬는 사람들이 참 좋아 보였다.
*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순간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테르트르 광장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예히가 달리 미술관을 발견한 덕분에 뜻밖의 행운으로 달리 미술관을 관람했다.
작품 하나하나 관람하는 내내 현실을 믿기 힘들었다.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부록을 소장할 정도로 애정하는 예술가를 여기, 파리에서 만나게 되어 더 의미가 컸다. 작품을 보는 내내 '내가 지금 파리에서 달리 작품을 보고 있다니!!'라는 방방 뛰는 흥분감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달리의 시그니처인 시계와 코끼리 조각상을 비롯해서 쉽게 볼 수 없는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또 달리와 그의 뮤즈인 갈라의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기도 했다.
* 또 가고 싶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사랑해벽도 들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예쁜 문장이 '사랑해'란 말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어로 쓰여있는 글자를 바라보니 괜히 더 반갑기도 하고 귀여운 한국인 커플분들 사진도 찍어드리면서 또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좋은 기분으로 대망의 에펠탑 피크닉을 즐기러 갔다. 가는 길에 와인샵도 들러 추천받은 와인도 한병 구매하고 크로와상과 치크케이크도 사서 에펠탑으로 향했다.
*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다면 1병 더 사 오는 건데ㅠㅠ
에펠탑 피크닉 장소인 트로가데로 광장에 도착해서 가장 맘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원 없이 볼 수 있는 에펠탑뷰까지. 이 순간에 보고, 듣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내 감각으로 확장되면서 또다시 설렘이 자극되었다.
* 이것이 바로 오감만족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피크닉 매트를 깔고 또 한국에서 가져온 캠핑용 와인잔을 꺼내놓고ㅋㅋㅋㅋ 음식을 세팅한 후, 본격적으로 피크닉을 즐겼다. 빵도 빵인데 와인이 진짜 최고였다. 개인적으로는 여태 먹은 와인 중에 제일 맛있었다.
* 다시 봐도 제대로 즐겼다.
한참을 이곳에서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잠깐의 이슈(우리만의 에피소드인 것으로,,^^)를 거쳐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짐도 챙기고 루프탑에 올라가서 야경도 감상했다.
* 집 가기 아쉬운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
그리고 한국으로 가는 새벽이 오고야 말았다. 헤매고 헤매다 겨우 제대로 된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그 와중에 또 야무지게 라뒤레(LADUREE) 마카롱 하나씩 맛보고 이상한 삼각김밥도 사 먹었다.
* 새벽 공기마시고 디저트 뿌시기
이렇게 14일의 유럽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말라가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 니스, 파리까지 각 도시의 매력이 다 달라서 더 재미있었고 더 잘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해 보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를테면 바닷가에서 독서하기, 재즈바에서 춤추기 등)을 최대한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각자가 가진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여행을 돌아봤을 때 여전히도 설렘을 느낀다. 잘 여행했고, 또 이렇게 여행하고 싶다.
* 안녕, 유럽! Adios!, Au revoi!
기내에서 봤던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중 밤나무라는 책 내용을 소개하며,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가 한동안 머문 장소는 작별한 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기억에서 하나의 형태를 얻고 변하지 않는 모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