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한 첫날부터 파리의 감성을 낭랑하게 느낀 덕분에 오늘의 여행이 더 기대가 되었다.
나름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마치고 마레지구로 출발!
먼저, 메르시(Merci)로 갔다. 파리 여행자라면 꼭 들르는 유명한 편집샵인데, 보통은 에코백을 많이 구매하러 방문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코백... 굳이 여기서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는 입구만 보면 1층 정도 되겠다 싶은데, 지하와 지상이 다 있어서 규모가 꽤 크기도 하고 소품이나 리빙용품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꽤 맘에 드는 향의 캔들이 있어서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선물을 고르는 순간이 참 좋다.
* 둘째날 시작, 메르시, 감사합니다.
메르시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메종키츠네도 들렀다. 거의 눈이 돌아가던 와중에 직원분들 중에 현지인인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시는 분이 있어서 완전 화들짝 했다.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여쭤보고 티셔츠도 살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베자(VEJA), 아페쎄(A.P.C) 등등 마레지구를 거의 훑고 다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두 눈과 걸음이 바빴다.
* 심지어 사진도 이것뿐
정신을 겨우 붙잡고 마레지구에서 루브르박물관 쪽으로 이동을 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Since 1903,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안젤리나(Angelina)에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웨이팅으로 소문이 자자해서 애당초 안에서 먹는 건 생각도 안 했지만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긴 대기줄을 보고 바로 지체할 새도 없이 to-go로 바로 들어갔다. 쇼콜라쇼, 몽블랑 외 초콜릿 같은 디저트 종류도 많아서 고민하다가 밀푀유와 몽블랑 하나씩을 주문하고 선물용으로 밤잼과 크리스피 크레페도 함께 구매했다.
* Since 1903, 안젤리나(Angelina)
그리고 우리는 바로 튈르리 정원에 가서 자리를 잡고 밀푀유랑 몽블랑 시식을 했다. 파리의 튈르리 정원에서 100년 넘은 안젤리나 빵을 먹는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느낀다. 여전히 지금도 포장하길 진짜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몽블랑은 먹다가 느끼해져서 멈추게 되는 맛이고 밀푀유가... (좋은 의미로) 미쳤다.
* 웨이팅 기다리지 말고 튈르리 정원에서 먹을 것(메모)
먹고 쉬면서 여유롭게 정원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눈과 귀로 담았다. 정말 좋았던 게, 이렇게 큰 정원에 의자도 많이 있고 사람들도 여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쉬면서 각 자의 방식대로 이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는 것 같았다. 걸으면서 이곳의 상징(?)처럼 메로나 같은 나무들이 쭉 보였는데, 알고 보니 르네상스 시대부터 프랑스 정원 양식(정형정원)으로 지금까지 내려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추가로, 앙리 2세 부인이 튈르리 궁전과 정원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1871년 파리 코뮌의 시가전 화재로 궁전은 철거되고 정원만 남게 된 안타까운 역사도 알 수 있었다.
* 반듯하고 평화롭고
튈르리 정원을 걷다 보면 이어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바로 연결된다. 루브르박물관은 이전에 가봤을 때, 사람도 워낙 많고 모나리자 작품도 멀찍이 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따로 관람을 하지는 않고 박물관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 올라가서 보면 박물관 앞에 사람이 가득하다는 사실...*
오르세미술관에 가기 전, 센강 사랑의 다리(자물쇠다리)를 건너 초록색으로 줄지어있는 부키니스트(Bouquiniste)도 구경했다. 부키니스트는 고서적상을 말하는데, 책을 다루는 사람,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거쳐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상인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부키니스트는 500년이 넘게 유지되었다고 하니, 프랑스의 문화와 더불어 시민의식은 어디까지인지 더욱 놀랍기만 하다. 이곳은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옛것을 존중하며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할 수밖에 없는 낭만의 도시임이 틀림없다.
* 프랑스 문학과 시민의식의 상징인 부키니스트
감성 뿜뿜한 채로 기다렸던 오르세미술관에 도착했다. 목요일에 야간개장을 해서 12유로에 사전예약을 하고 오후 6시에 맞춰 입장했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이곳, 1970년대에 오르세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그래서인지, 오르세미술관 하면 큰 시계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2016년에 왔을 때에는 시계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카페로 운영되기에, 아쉽지만 멀리서나마 사진을 남겼다.
* 자세히 보면 시계 안 몽마르뜨도 볼 수 있어요.
야무지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사전 신청했는데 덕분에 작품의 의도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세잔과 모네의 작품이 끊이지 않았고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여러 작품들을 거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내 생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의 황홀함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손 끝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갔을 때, 반고흐 특별전이 막 시작되어서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었고 행운 그 자체여서 더 강렬히 남는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내가 원래 좋아했던 작품들을 봐서 좋기도 했지만 조각상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더 의미가 크다.
* 여기서 하루종일 있을수도
오르세미술관까지 소원성취한 이후, 또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고 걸었던 탓에 너덜너덜 해져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예히가 미술관 근처에 있는 르 앙티께르(Les Antiquaires)라는 식당을 찾고 바로 예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맛집이었다. 운 좋게 야외에 자리를 잡고 봉골레파스타와 에스까르고, 추천받은 화이트 와인도 같이 주문했다. 이래서 파리, 파리 하나보다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 아, 또 먹고 싶다
이렇게 보냈는데도 아직도 둘째 날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
잠깐 숙소에 가서 쉬다가 라라랜드 재즈바 ‘Le Caveau de la Huchette'에 갔다. 사실 밤에 이렇게 나와도 되나 싶어서 조금 긴장되었지만 막상 들어가서 놀다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 재즈바에서 흥겹게 놀아버리기
여러 재즈바들 중에 고민을 했었는데, 라라랜드 의미와 더해서 스윙댄스를 추고 일반 재즈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해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로 춤을 엄청 춘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구경만 했는데, 이때 아님 언제 또 춰보겠나 싶어서 이곳에서 처음 뵙게 된 한국분, 그리고 고인물 현지인과 함께 재껴보았다...!
* 낭만 기억에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메르시~
이전에는 밤 10시 이후에 파리에서 논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 했는데, 막상 놀아보니 생각보다 밤에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임을 알아버렸다. 그래도 파리는 치안이 좋지 않으니까 안전 또 안전, 경계 또 경계! 더욱 신기했던 건, 숙소까지 가는 막차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는 것! 온종일 행운이 가득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