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여행기 2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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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역 화장실에서 1유로로 나름 상쾌하게(?) 재정비를 하고 드디어 야간열차를 탔다.
니스에서 파리까지 보통 비행기를 많이 타고 가던데, 교통편을 알아보던 중 야간열차가 있어서 냉큼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 여행하는데 이왕이면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 살이라도 young할 때 야간열차를 타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특히 한국인이라면 열차는 못 참지...!
야간열차 예약은 SCNF 앱 설치하고 영어로 번역 돌리면 간단히 예약할 수 있다. 여러 블로그 후기를 참고해서 우리는 1등석(4인실), 1층으로 두 좌석을 예매했는데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1등석이 확실히 쾌적하기도 하고 문 열자마자 침대가 딱 세팅되어 있어서(물론 커버는 내가 다 끼워야 함) 타자마자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2시간 정도 달려서 드디어 파리 오스트리츠역에 도착!
중간에 한 6시쯤 깼나,, 선잠 자듯 했지만 기차가 달리는 백색소음 덕분에 잠도 잘 오고 두 발 뻗고 잔 게 어딘가 싶다.
사람들은 다 출근하는데, 우리는 잠 덜 깬 채로 역을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갔다. 붐비는 인파를 뚫고 파리 교통카드인 나비고도 무사히 구매하고 지하철도 잘 타서 숙소로 갔다.
나비고도 처음에 충전용으로 할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까르네 10회권을 샀는데, 생각보다 지하철을 많이 타서 나중에는 2회분 정도 더 추가결제를 해서 사용했다.
우리가 3박 동안 파리에서 머문 숙소는 ‘더 피플 파리네이션(The People Paris Nation)’이라는 곳이다.
에펠탑 보이는 숙소를 찾았는데 이미 풀 예약이었고, 치안이 괜찮으면서(11구에 위치) 역세권과(Nation역 도보 3분) 작지만,,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인 곳을 찾다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대만족 하는 숙소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미리 짐을 보관해 놓고 모닝 크로와상과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테라스로 나와보니 내 눈앞에 보이는 에펠탑...! 우리 진짜 파리에 왔구나!!!
비로소 아침을 먹으며 다소 긴장되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밖을 나섰다. 개선문을 가는 길에 때마침 파리 생제르망 스토어가 오픈하는 시간이 딱 맞아서 우선 스토어부터 가기로 했다. 왔으면 또 유니폼 하나는 사야지! 우리는 거의 시간 맞춰서 도착했는데, 앞에 대기가 꽤 있었다. 이강인 선수가 입단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확실히 더 핫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음바페랑 고민하다가 결국 이강인 유니폼을 샀다.
20만 원짜리 유니폼을 사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개선문을 갔다. 이전에 바르셀로나에서 티켓이 매진된 경험을 밑거름 삼아 개선문은 미리 예매를 하고 들어갔다. 입장하자마자 계단의 늪이 계속되는데.. 아침운동은 여기서 다했다고 본다. 예기치 않게 또 스포츠룩으로 입고 가서 불행 중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ㅋㅋㅋㅋ
다들 화이팅을 전하며 힘들었지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계단을 오르다 보니 개선문의 가장 꼭대기에 도착했다.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파리의 아침이 고스란히 펼쳐져있는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를 들으며 감상에 젖기도 하고, 이강인 선수 유니폼도 야무지게 꺼내 입어서 인증샷도 찍었다. 하고 싶은 거 하고 느끼는 대로 느끼고, 이게 낭만이지. 날씨는 흐렸지만 흐린 대로 그게 또 파리의 매력이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다.
올라온 만큼 뱅뱅 돌아 개선문을 벗어나서, 다음 코스인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 여전히 씻지도 못하고 후리해서 좀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최적의 동선이기에 그냥 갔는데 보기만 해도 딱 유럽풍의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사고 싶었던 셀린느 가방은 없어서 포기하고 구경만 하다가 돌아온 슬픈 사연이..*
어느덧 체크인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어서 다시 지하철 타고 숙소 근처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밥이 귀한지라, 여기저기 탐색하다가 가게 앞 초밥 이미지를 보고 홀린 듯 들어갔는데 동양의 모든 메뉴가 다 있었다ㅋㅋㅋㅋㅋ 심지어 가게 주인은 중국인이었던 게 아직도 웃기다. 덕분에 스시와 분짜를 맛나게 먹고 숙소에 도착해서 드디어 체크인을 했다. 이때 시간은 겨우 오후 3시밖에 안되었다.
그냥 쉴까 하다가 그러면 또 아쉬우니까...! 조금 쉬다가 씻고 재정비를 한 채로 다시 나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 체력 대단하다 싶다. 느린 여행자들이라는 타이틀을 잠시 숨겨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파리에서는 볼 것도, 할 것도 많아서 시간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러 가는 길에 드디어 센강 건너로 보이는 에펠탑을 마주했다. 해질녘에 가니까 더 선명하고도 아름답게 보였다. 파리에서의 첫날, 모든 타이밍이 참 적절했다.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바토무슈를 타고 센강 한 바퀴를 돌며 파리의 메인들을 보는데 중간중간 한국어도 나와서 더 반가웠다. 알렉상드로 3세 다리, 오르세미술관, 공사 중인 노트르담 성당, 탱고를 추는 사람들,, 역사와 특유의 감성들이 파리만의 매력을 만드는 것 같다.
1시간 동안 바토무슈를 타고 강바람을 맞으니 급격하게 추워져서 급히 샤요궁 앞에 있는 트럭에서 핫초코를 테이크아웃해서 걸어 올라갔다. 니스까지는 완전 여름이었는데, 확실히 파리는 가을이 물씬 느껴졌다.
몸을 녹이며 샤요궁 가운데에서 정각이 되기를 기다리며 에펠탑을 보는데, 그냥 이 순간이 너무 평온하고 좋았다.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각, 반짝반짝 에펠탑까지 다 보고 거의 모든 체력을 소진하고 돌아와서 파리에서의 첫날 일과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