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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nta time Mar 02. 2024

회계팀과 재무팀의 차이

돈을 살리는 팀, 끝내는 팀

 회계팀, 재무팀 또는 기획팀 이렇게 3곳의 부서에서 '숫자'와 관련된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다. 조직성격, 산업유형, 회사규모 등 케이스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일명 '돈을 다루는' 해당 부서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회계팀  


회계팀은 기본적으로 '돈의 집행'에 관한 루틴 한 업무를 수행한다. 

하루하루의 매출, 지출 등 회계처리는 물론  세무업무, 자금관리, 법인카드관리 및 결산(월/분기/연) 등 '집행된 돈에 대한 정리'를 수행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정리한 총내역은 매년 '재무제표'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보고)된다.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보고서지만, 잘 안 돌아가는 회사일수록 꼼꼼히 읽어보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며, 회계팀 책장 한편에 신줏단지처럼 먼지만 쌓여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슬픈 현실에 대한 푸념일 뿐..)

결산보고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이야기 책인데, 대부분 관리자들은 '순이익' 해피엔딩만 집착한다.


이처럼 회계팀은 기본적으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업무의 성격이 강한 부서이다. 회사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하루, 한주, 한 달, 분기, 연 단위로 해야 할 업무들이 지정되어 있고 그 업무들이 하나씩 퍼즐처럼 엮어지면서 결산보고서라는 완성된 그림으로 맞춰지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용처리를 업무로 맡은 회계팀 신입직원의 업무일과를 적어보자면

[하루] 오전 :각 부서에서 올라온 지출결의서 적정성 검토→ 오늘 지출해야 할 총액 확정 
         오후:  이체리스트 작성 → 뱅킹작업(돈 내보내기) → 퇴근 전까지 내일 내보낼 지출내역 검토
[매월] 한 달 내 발생한 지출에 대한 회계데이터 정리
          → 월결산/급여지급/세무보고 등 월 단위로 수행되는 회계업무 처리 
[매년] 총 집행비용 정리 → 매출원가/판관비로 구분 & 원가배분 시행 → 결산보고서에 반영하기

보통 이런 식으로 짧게는 하루의 시간대, 주, 월, 연마다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는 형태이다. 업무 특성이 대부분 이렇다 보니 '변수', '예기치 않은 이벤트'라는 것이 달갑지 않은 부서이며, 잘 아시다시피 '회계팀'에 근무하는 담당자들은 '유연함'보다는 '절차'를 사랑하고, '따뜻한 안내'보다는 '공지사항 확인해 보세요'라는 차가움을 발산하는 성향이 짙은 편이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부서도 회계팀이었다. 당시 회계팀장님이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해줬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회계는 돈을 끝내는 부서고, 재무나 기획은 돈을 살리는 부서다."


단기적으로 돈을 살리는 부서가 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조직 내 사람들이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많지만, 결국 어떻게 돈을 잘 끝내는지가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회계의 역할은 그 어느 조직이든 매우 중요하다. 회계팀이 조금 쌀쌀하고 융통성이 없더라도, 진짜 우리를 끝내려는 게 아니고 오히려 오래오래 회사가 잘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자.  






재무팀 or 기획팀


재무는 보통 '관리회계'를 위해 움직인다. 


사실 회계팀이 재무의 업무를 같이 수행하는 형태도 많고, 또 기획팀 안에 재무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회사도 많다. 또는, 재무팀이라는 독립적 부서가 존재해서 회계, 재무, 기획이라는 각각의 형태로 움직이는 형태도 있다.

즉, 결론으로 말하자면 재무라는 분야는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조직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 조직이 크고, 사업분야가 다양하고, 성장성이 뚜렷한 조직일수록 '재무'라는 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색깔이 짙어지지만, 반대로 조직이 작고 영세하고 루틴 할수록 재무라는 이름은 희미해진다. 

 

세세하게 재무팀의 업무를 나열하지는 않겠다. 의미로만 보자만 회계팀은 일반기업회계기준, IFRS, 세법 등등 이미 정답이 있는 참고서를 옆에 끼고 그에 맞게 숫자를 맞춰가는 업무가 주를 이루고, 마지막에는 결산보고서라는 일종의 객관식 답안지를 제출하는 게 그 목표라면, 재무팀은 그 회사의 사정에 맞게 주관식 문제를 만들어서 해결책을 위한 논술을 집필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로 회사 적자가 심한데,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답을 가져와봐라"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건 회계가 아니라 재무 또는 기획의 업무분야이다. 물론 이 주관식에 답을 하려면, 충실하게 쌓아온 회계데이터가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회계스토리를 매년 충실히 기록해 온 회계결산보고서와 그 백데이터가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회사마다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IT분야 스타트업이라면
"현재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지만, 경쟁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새로운 투자원을 확보하여 기존 사업분야에 대한 신규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 위기만 넘긴다면, 우리가 시장의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직 금융부채를 차입하기 어려우니, 신규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추진해 보겠습니다." 


반대로 고정비가 큰 소비재 제조업체라면, 
"매출이 급감하는 게 현실입니다. 단기적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매출을 늘리기 어려우니, 우선은 원가절감하여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추가 고용을 자제하고, 기존 인력의 감축하거나 인건비 절감요인을 고민해서 비용을 줄여보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 매출성장세에서 시행했던 여러 정책들의 적절성을 판단해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요인들을 선별해 보겠습니다. 저희는 고정비가 큰 회사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큰 회사이니 비용을 대폭 줄여내면, 순손실을 꽤 완화할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한 위의 2개의 가상의 사례와 같이 회사형태, 산업분야, 재무구조, 목표에 따라 최적의 설루션을 제시하고 시행하는 부서가 보통 재무팀 또는 기획팀이다. 즉, '경영관리를 위한 내부용 회계'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부서이다. 또한, 이렇게 회사의 재무적 성과, 목표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자원배분의 힘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의 가상의 예에서도, 스타트업은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를 이용하여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영업부서에 자원을 집중할 확률이 높을 것이고, 제조업 사례에서는 현재 원가절감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정 반대로 영업부서의 인력을 감축하고 조직을 축소하고 예산도 줄이는 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는 재무팀이라는 간판을 달고, 앞서 이야기한 회계팀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어느 회사에서는 회계팀의 담당자가 전사 자원배분과 관리회계 인사이트까지 제공하는 조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서의 이름과는 별개로 각각의 업무는 그 특성과 성격이 매우 다른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예를 들자면, 회계업무는 정확성과 스케줄이 매우 중요한 부서이다. 매출기록, 비용집행, 자금출납, 자금이체, 결산보고서 작성, 세무업무 등 어느 하나 스케줄을 놓치거나 단계를 누락하면 개인은 물론 전사적으로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 

 반대로 재무, 기획업무는 다양한 사례와 부서와 연관되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정량적인 수치는 물론, 정성적이고 정치적인 판단도 곁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철저한 근거가 필요하고 설득력도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부서장을 넘어 임원 앞에서 직접 보고하는 압박감도 존재한다. 이렇게 방향성을 정하는 업무이기에 조직 내에서 권력과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결론이 안 좋으면, 아무리 근거가 훌륭하고 과정이 논리적이어도 인정받지 못하고 리스크를 떠안는 새드엔딩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회계팀과 재무팀은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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