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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요일 Apr 22. 2023

시가 냄새를 맡아야만 하는 건,

D-178

  역겨운 시가 냄새를 옆에서 가만히 맡아야만 하는 건, 도대체 얼마나 불행한 한낮의 그늘이란 말인가. 더러운 희롱들을 그저 옅은 코웃음으로 받아쳐야만 하는 건, 도대체 얼마큼 나를 저열한 인간으로 추락시키려는 것인가. 나는 도저히 이 추악하고 조잡한 사회를 용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연기가 몸통을 관통할 때마다 내 심장은 새까맣게 멍들어가고, 내 손에 든 공구는 언제 다른 용도로 쓰일지 모른다. 코끝을 찌르는 시가의 메케한 냄새는 볼살 끝을 파고들고, 그 위에는 원망 섞인 광대가 부어올라 그들의 망언들을 힘겹게 튕겨낸다. 결국 내 검은 그림자 위에서 놀아나는 정신병 환자들. 그들의 구릿빛 입술에서 뱉어지는 말들은 한없이 지저분한 언어들이다. 한순간에 나는 그들의 손아귀 안에서 나이롱환자로 전락해 버리고, 볼품없는 육체와 정신으로 완벽히 더럽혀진다.      


  어째서 난 이 더러운 것들에 융화되어야만 하는가. 무엇 때문에 내 정체성의 맹목적 소비를 가만히 두고만 보아야 하는가. 난 더 이상 그들의 배설물 밑에 머리를 조아리고 싶지 않으며, 몰지각한 인간들의 추태 위에서 망가진 발을 구르고 싶지 않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젊은 이빨들의 비명소리는 어째서 묵인 당하고만 있는 것인가. 대체 무슨 이유로 나는 가증스러움을 도로 삼켜야만 하는가. 어쩌면 우리는 도시로부터 완전히 절연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몰배려 속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성선설, 균질화된 인간성의 흐름을 거스르는 내 반항적 태도는 분명히 이 침체 속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이 불편한 공생은 대체 언제쯤 끝마칠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내 문장은 어디쯤 가서야 고결함을 만져볼 수 있는가.      


  몇몇 짐승들이 입을 놀리는 기척을 느낄 때마다, 요 며칠간 일어난 대소사들이 삽시간에 불결한 삶의 무늬로 변한다. 조용히 흘려보내는 울분을 마땅히 거쳐야 할 시련으로 치부하는 이 비열한 인간들. 격렬한 증오가 이렇게나 성급히 나를 찾아올 줄 꿈에도 몰랐다. 설령 이 감정이 하루에도 수없이 쓸려 가는 구름처럼 일련의 현상에 불과하더라도, 나는 그 구름이 파괴한 빛의 한 토막을 잃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 불완전한 땅의 본질이 재정의될 수 있기를. 보잘것없는 회귀의 굴레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그러나 이미 이 사회의 저변에는 타산적인 이들의 포악성이 깔려 있으며, 그들이 죽어도 죄의식의 결여는 구릿빛 핏줄 속에 존속한다. 그렇게 이 외딴곳은 더욱이 빌어먹을 사회가 되어버릴 뿐이고, 그들의 갈변된 입술은 회복성을 완전히 상실할 뿐이다. 따라서 당분간 내 이빨은 무딘 칼과 같을 것이며, 입술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색을 유지할 것임에 묘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인간들과 분명히 다르고, 시가 냄새는 아직도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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