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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베리 Mar 12. 2024

내 머릿속에 가득 찬 한 사람

[육아해우소 (32)]


# 온통 네 생각뿐이야


하노이로 돌아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임신 막달즈음에 이사를 하면서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그대로 짊어지고 온 짐들과 세 달 동안의 한국생활로 인해서 집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짐정리와 동시에 들어간 집정리.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아직도 치우지 못한, 비우지 못한 곳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된 느낌.

원래 뭘 사들이거나 물건이 많은 걸 싫어하는데 아기를 키우다 보니 짐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정리를 하면서 굳이 이건 없었어도 살았겠다 싶은 육아템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젠 좀 더 미니멀 육아를 해보겠다 다짐한 한 달.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3월이 반쯤 지나가고 있다. 집에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로 결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메이드이모가 우리 집에 왔다. 원래 익숙하던 사람이 아닌 낯선 누군가가 집에 온다는 건 엄청 신경 쓰이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하고 맞춰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이틀을 보내고 저녁에 하빈이를 재우고 내가 제안한 맥주타임.

남편은 바로 “좋지~”하며 우리는 오래간만에 1층 치킨집에 생맥주를 먹으러 갔다.

11시간에서 12시간 통잠을 자는 하빈이 덕분에 카메라만 잘 작동하면 잠깐 외출이 가능하다.


하노이 복귀 후 오래간만에 가지는 둘만의 시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주제는 당연히 하빈이였고, 우리는 당연한 듯이 하빈이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남편이 잠시 멈칫하더니 “살면서 지금처럼 머릿속에 한 사람으로 가득 찬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풋 하고 웃으며 “아 그러네~ 20대 때 아닐까?”하고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진짜 우리 머릿속은 온통 하빈이었다.


온종일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사람.

연애할 때 서로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설렘 가득하고 행복했던 시절이 지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문득 지금이 힘들긴 하지만 설렘 가득하고 행복하다는 게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다르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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