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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Feb 02. 2024

엄마도 반한 지구식단, 마라탕

마라탕, 좋아하시나요?

저는 마라탕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싫어해요. 처음 유행이 시작되던 때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라면' 정도의 매운맛을 주문했다가 아주 큰 낭패를 본 적이 있었어요. 맵기 조절을 잘못한 거죠. 평상시 신라면을 잘 먹고, 얼큰한 것도 좋아하는 저는 정말 신라면의 매운맛인 줄 알고 주문했죠. 그런데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윽~ 혓바닥이 절이고 목구멍은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하나도 못 먹고 다 남기고 나왔어요.

그때 이후로 마라탕은 기피음식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왜 이리 마라탕을 좋아... 아니 사랑하는지요.

맨날 마라탕 마라탕~ 울부짖었지만 늘 저는 "Nope! 안돼!"를 외쳤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이 요상한 제품이 제 눈길을 끌더라고요.


식물성? 지구 식단? 두유면? 마라 순한 맛?

더군다나 1+1 행사라니...

갑자기 마라탕을 외치던 아이들이 눈에 밟혀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냉큼 집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봉지를 보는 것만이라도 기분은 업이 되고 입은 귀에까지 걸리더라고요. 더군다나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마라탕 비스무리한 제품이니 더욱 열광을 할 수 밖에요.

이번에는 제 맘대로 아닌 조리법에 나온 대로 물의 양과 시간을 정확히 맞혀서 조리했습니다.


"어머나~ 이건 예술이다. 너무 맛있어~ 아주 약간 얼얼한 마라맛이 매콤하고 입에 촥촥 달라붙네"


우리 셋은 연신 맛있다를 외쳐가며 정신없이 흡입했습니다.


"엄마, 다음엔 청경채랑 숙주나물도 여기에 넣어서 먹자. 만두도! 진짜 마라탕집에서 먹는 것처럼"


그래 좋다 좋아. 마라탕집보다는 이렇게 집에서 끓여 먹는 것이 가성비가 좋을 것 같았아요.

그리고 '식물성 지구식단'이라는 말이 건강한 음식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새빨간 오일리한 국물을 마시면서도 죄책감이 덜어지는 것 같았어요. 또 콩으로 만든 면을 먹으니 소화도 더 잘 되는 것 같았고요.


1+1 행사가 끝날까봐 재빨리 마트로 달려갔지요. 청경채와 숙주나물도 잊지 않고요.

이번에도 시간과 물의 양을 정확히 맞추고 집에 있는 떡국떡, 물만두, 청경채 그리고 숙주나물까지 듬뿍 넣어서 끓였어요. 정말 근사한 마라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마라탕이면 저도 언제든 기쁘게 맞이할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국물이 끝내주거든요~^^ 아이들도 청경채와 숙주나물을 두유면에 싸서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마냥 신기해서 쳐다보니...

"엄마, 흔한 남매의 으뜸이도 채소 안 먹는데 마라탕 먹을 때만 이렇게 싸서 먹는데."


이번에도 영상의 힘인가요?! 으뜸이가 먹는 것 보고 따라서 먹는다는 아이들. 저렇게 청경채를 잘 먹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아이들은 숟가락을 놓으면서 또 한마디 거듭니다.

"엄마, 다음엔 여기에 중국당면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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