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참 편의점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엄마를 하루종일이라도 벌세우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싫어서 웬만하면 편의점을 피하는 중입니다.
얼마 전, 남편이 편의점에 갈 일이 있었어요.
웬일로 딸아이는 자진해서 아빠를 따라나서더라고요. 그러곤 손에 쥐어 온 것은 엄청난 짬짜면, 듣도 보도 못한 '공간춘'이란 것을 품에 고이 안고 왔더라고요. 먹는 것에 늘 호기심이 넘치는 우리 집 흔한 남매. 다른 것에 저런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참 좋으련만.... 엄마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어떤 유투버가 이거 먹는데, 나도 너무 먹고 싶었어, 엄마가 궁금한 건 뭐든 해봐야 한다고 했잖아"
본인들도 알았던 거죠. 분명 '이런 거 왜 샀냐는' 엄마의 잔소리를요!
"그래, 방학이니깐! 먹자, 먹어"
"엄마도 맨날 라면만 끓여 먹으면 엄마도 편해~"
기어코 안 해도 될 말까지 아이들에게 던지곤 인심 쓰듯 커피포트에 라면물을 올립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아이들은 우르르 부엌으로 달려들어요.
한층 기분이 업된 아이들, 행여나 뜨거운 물과 김에 델까 엄마는 허수아비처럼 '훠이~~훠이~~' 아이들을 식탁으로 내쫓기 바쁩니다.
까치발을 세우며 식탁 너머로 끓는 물을 쏟아내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요.
"물 더 빼야 해~ 더, 더, 더~"
주부 4단 정도는 되는 엄마는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을 자작하게 남겨두고 소스를 넣고 조물조물 비볐어요.
이런, 왠 걸요.
유튜브에서 이미 학습한 아이들의 눈대중이 정확했어요.
결국 물이 너무 많이 남아서 흥건해지고 맛은 밍밍해지고, 아이들은 울상이 되고.
다시는 또 안 사줄 것 같은 엄마를 향해 원망의 소리를 마구마구 내뱉어요.
정말 맛이 없...
"모두 엄마 때문이야."
양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다 먹지 못하고 결국 하수구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앞으로는 다시 사 먹지 말자,
앞으로 엄마가 짜파구리 맛있게 끓여줄게. '기생충' 영화에서처럼 소고기까지는 넣어줄 순 없지만 엄마표로 정성을 다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