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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Mar 04. 2023

외할머니표 된장

으른들의 맛이란.

아이들의 긴긴 겨울방학 동안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단골손님처럼

우리 집 식탁을 오르락내리락하였다.


당분간 먹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의 투정 아닌 투정!


된장은 된장대로,

김치는 김치대로 맛 나는구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으른들의 맛"

나는 이 두 음식을 사랑한다.



가만 보니

난 참 행복한 아이로 성장했다.

시골에 계신 친가, 외가의 할머니들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듯

 

가만히 있어도 할머니들이 입에 넣어주는 맛난 것들만 잔뜩 먹고 자랐다.

그땐 그 소중함과 행복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으레 누릴 수 있는 권리인 줄만 알았더랬지.


내가 아니면 가정 살림이 돌아가지 않고,

제비새끼처럼 짹짹되는 짹짹이들을 보면서

그때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했고 감사했는지


비.로. 소. 느끼게 된다.







오늘은 새삼스레 어릴 적 외가의 풍경이 떠오른다.



할머니가 농사짓고 수확하여 거둔 사랑의 결과물로부터 생산된 된장.

할머니가 된장 만드는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1.알토란같이 잘 길러낸 콩으로 메주를 띄운다.
2.뽀얀 흰 곰팡이가 피어오르기만을 기다린다.
3.이렇게 발효가 잘 된 메주로 소금물과 고추를 넣고 두어 달의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



뜨끈뜨끈한 방안 한쪽 벽에 일렬로 줄지어 매달려 있던 메주는 꼬리꼬리 한 냄새를 잔뜩 풍기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와 동생은 못난이 메주를 마냥 신기하게 바라본다.

자동적으로 손바닥은 코를 틀어막느냐 바쁘지만!



사진출처:픽사베이 _ 사진은 사진일뿐! 실상은....?






오랜 기다림의 미학으로 탄생된 된장!


특히 엄마가 만들어주신 된장찌개는 세상 어떤 음식보다 훌륭하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각종 야채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 시금치 콩나물 된장국, 근댓국, 아욱국, 시래기 된장국, 냉잇국 등 부재료에 따라 시시때때로 된장국은 옷을 갈아입는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엄마의 된장요리는 매번 가족의 밥상을 빛내준다.


실패 없는 음식,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 음식!


사실 엄마의 세월이 담긴 노하우를 따라가기는 한참 멀었지만 그럭저럭 맛을 흉내 낸다.



메인 베이스 할머니표 된장이 맛있으니깐~



외할머니 없는 세상을 문득 생각해 본다.



누가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주지?
조만간 마트에서 파는 된장을 사 먹으며 할머니를 그리워하겠지.
된장이 그리운 건가,
할머니가 그리운 건가?



조용히 가슴만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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