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다리는 포근한 봄이 곧 올 것만 같아 이 비가 반갑기만 해요. 이젠 슬슬 방학의 끝도 보이니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의 라이딩도 그저 기쁘기만 합니다.
이런 날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나를 위한 선물, 오천 원으로 행복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커피 한잔이 오천 원, 저에게는 비싼 커피값이에요. 조금만 가면 커피쿠폰을 쓸 수 있는 카페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여기, 이 집'이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저를 끌어당겼어요. 비싸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감이 저에게 여유와 마음의 위안을 채워줄 것만 같았거든요.
예전에 제가 비염, 축농증을 아주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습니다. 냄새도 맛도 못 느끼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평생 이렇게 살까 봐 겁에 질렸었어요. 그때 느꼈죠! "잃어보니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누릴 수 있을 때 감사하게 누리자.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말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때부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를 실천하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를 위한 사치'를 부려봅니다. 비 내리는 날, 나 홀로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의 여유!!
정말 운치 있죠?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는 '비 오는 거리' 음악까지 나온다면 참 좋으련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행복이 닿지 않네요. 하지만 라떼의 아트를 본 순간 노래타령은 온데간데 사라져 버리고 커피 위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이쁘다~ 이쁘다~'라는 감탄사만 줄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주로 프랜차이즈 카페에만 다녔기에 이런 아기자기한 아트를 보는 것이 정말 오래간만이었어요. 이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바리스타는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이쁘게 만들지는 못했겠지, 이거 만든 사람은 주인일까? 알바일까? 아트만들다가 망치면 다시 만들까?'
커피아트를 보면서 혼자만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며 어느새 빗소리도 잊고 커피아트에 스며듭니다.
우유의 보드라움과 어우러진 고소한 커피맛도 하루의 피곤도 녹여주는 것만 같아요.
오천 원의 행복,
그 이상의 행복감을 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해요.
커피, 오천 원, 커피아트.
이 세 가지는 오늘 저의 '의미'였습니다. 무심코 카페를 가고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그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삶은 좀 더 의욕적으로 빛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제와 비슷한 오늘인 것 같지만 분명 다른 특별함이 꼭 우리에겐 있을 테니깐요. 의미를 둔다는 것은 남루한 삶에 생기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