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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Nov 05. 2023

송이라면

칼칼한 추위에 한 사발!



날이 무척이나 포근하다. 이 가을의 마지막 낮기온 20도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반팔을 꺼내 입고 길을 거닐어본다. 아침나절에는 살짝 쌀쌀하긴 했어도 칼칼한 맛은 없었다. 늦가을, 그리고 초겨울엔 땡초같은 매콤한 추위가 계절의 맛을 더하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다. 가을이 정말 깊어간다. 흔히들 하는 만추라는 말을 절감한다. 햇볕에 잘 버무려 숙성된 빛깔과 향기를 더하는 아름다운 날이다. 계수나무의 달큰한 향기가 축축한 습기에 젖어 묵직한 베이스를 만드는 것만 같다.


금주에는 영하권을 내려간다고 하니 봄날 같은 오늘을 만끽한다. 숲향기를 맡으며 얼마 전 영자씨가 끓여준 송이라면이 생각난다. 생각할수록 정많은 그녀.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가 알려준 송이라면 레시피를 남겨본다. 송이는 날것으로 기름소금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제맛이지만, 버섯이 너무 피어버리거나 상품성이 낮은 것들은 라면이나 돌솥밥으로 해 먹는다.


   

송이를 잘게 잘라 그릇에 펼쳐 놓는다.

잘 끓은 라면 국물을 송이 위에 붓고 1-2분 가량 송이향이 베어나도록 한다. 이때 면발은 냄비 위에서 끓고 있어야만 한다. 아직은.

익은 면을 국물 위에 올려 총각김치나 배추김치와 함께 얼큰하게 먹는다.

다음 주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달달 떨면서 호호 불며 송이라면을 끓여 먹어볼까 싶다. 물론, 영자씨의 산골로 찾아가서 말이다. 사실 난 송이맛을 모르지만, 라면에서 솔향과 흙내음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그것이 송이향이자 맛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산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송이라면,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에서만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축복! 작은 감사를 드린다.


아래 글을 같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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