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스플리트
5월 첫째주는 마침 성수기가 막 시작하는 주, 축제feast가 겹친 주말이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해변가는 사람에 치여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짜증 따윈 나지 않았다. 오히려 신났다. 다들 이 봄밤의 분위기에 취해 흥겨웠으니까. 잔디밭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고,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곤니찌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레스토랑에서 해물과 고기, 신선한 야채가 적절히 섞인 만찬에 와인까지 곁들여 푸짐하게 즐기고 나오니, 축제의 밤답게 야외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트래쉬 뮤직을 한다는 스플리트 출신 그룹 보컬의 목소리가 온 도시에 울려퍼졌다. 아내를 등 뒤에서 꼭 껴안고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부르던 중년의 아저씨, 신난 아이를 목마 태우고 덩달아 어깨를 들썩이던 젊은 아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쁜 젊은 연인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따라부르며 신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뒤질세라 음악에 몸을 맡겨봤지만 살짝 외로웠다. 주변의 모두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고, 여행 일정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무대가 끝나기 전에, 서늘하지만 운치있는 밤거리를 씩씩하게 걸어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많던 인파는 사라지고 일요일 아침의 한가로움만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한바탕 꿈같던 밤이었다. 전날 밤 거리를 걷던 내 뺨을 스쳐간 시원한 바람의 감촉만이 남아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