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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의 운영 종료

인천아트플랫폼의 시민 친화 공간 개편에 부쳐

by 손동혁

2025년 9월 22일, 인천문화재단은 단 9일의 시간을 남겨두고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의 운영을 10월 1일부로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에는 종료 사유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대체 시설로 각 구에서 운영하는 생활문화센터 현황을 나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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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문화재단 누리집


생활문화센터는 시민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 활동 공간이자, 시민 주도의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 자치를 실현하는 거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으면 프로그램과 네트워크가 단절되고 시민들의 문화권과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 삭감, 운영 주체 변경, 안전 문제 등 이유가 무엇이든,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이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이 내놓은 공지는 운영 종료를 알리고 생활문화센터 이용자들에게 “이 목록을 참고하라”는 안내에 그쳤다. 게다가 목록에 오른 생활문화센터들은 각 구가 운영하는 별개의 시설로 칠통마당이 제공하던 프로그램, 인력, 네트워크와 무관하며 운영 주체가 다른 만큼 인천문화재단은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할 책임도, 능력도 없다. 결국 이 목록은 실질적인 대안이 아닌 참고 자료에 불과하며 이용자들에게는 “알아서 다른 곳을 찾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보여준 ‘결정 통보형 행정’이 인천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공공시설 이전·폐쇄 시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던 숙의 과정은 사라지고, 이제는 배경 설명이나 영향 분석 없이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는 단기적인 효율을 얻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시민의 신뢰와 참여를 상실하는 구조를 고착시킬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9월 30일 ‘인천아트플랫폼 시민 친화 공간 개편 현안 보고’ 자리를 마련해 인천아트플랫폼의 운영 및 공간 재구조화 연구용역의 기본계획과 추진 상황을 공유한다고 한다. 칠통마당이 자리한 바로 그 건물에서 시민친화적인 공간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문화시설은 서비스가 아닌 ‘관계’이다

시민과 기존 이용자들은 여전히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공식적인 계획과 이용자 지원책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프로그램·공간의 연속성, 참여권, 대체 서비스 여부가 모두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은 곧 공공기관의 설명책임 부재 문제를 드러낸다. 법적인 강제력이 없더라도 공공기관의 설명책임(accountability)은 민주적인 행정의 원칙이다. 정책 결정의 과정과 이유, 대안, 향후 계획을 공개·소통해 시민이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활문화센터의 폐쇄와 인천아트플랫폼의 시민 친화 공간 개편은 서로 별개의 사건일 수도, 하나의 전환 과정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왜’와 ‘어떻게’에 대한 설명이다. 시설을 종료하거나 이전할 때는 ▲조기 공지 ▲이유 공개 ▲대체 계획·지원책 안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공공기관의 책무이다. 생활문화센터가 표방하는 ‘생활 속 문화민주주의’ 역시 이런 설명과 참여에서 출발한다.


'시민 친화’가 그저 편의시설 정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과 참여를 전제로 한 문화민주주의의 실천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은 서비스가 아닌 관계이며, 관계는 설명으로 싹트고 참여로 자라며 신뢰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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