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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를 넘어 ‘글로벌 공생도시 인천’으로

by 손동혁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다문화 포용성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결혼 이주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 다문화사회가 되어 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6곳(40%)이 외국인 주민 1만 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을 차지한다. 다문화는 더 이상 주변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상과 구조를 이루는 한 축이 되었다.


특히 인천은 오래전부터 ‘도착의 도시’였다. 개항 이후 항만과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한 인천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이주민을 품어 왔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서구·중구·연수구를 비롯해 남동·부평·계양 전역에 결혼이주민·이주노동자·유학생이 정착해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인천의 외국인 주민은 15만 명을 넘어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많으며, 전체 인구의 약 5%에 이른다. 과거에는 내국인 노동자의 유입지였던 인천이 이제는 다양한 문화적인 배경을 지닌 이주민과 2·3세가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도시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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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1차 외국인 친화도시 인천 조성 기본계획 (2024~2028)



이런 맥락에서 독일 헤센주 오펜바흐(Offenbach am Main)의 사례는 인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인구 13만 명의 이 도시는 해외에서 이주한 사람만 37%, 부모나 조부모가 이민자인 경우까지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3세 이하 아동의 80%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날 만큼 유럽 최고 수준의 다양성을 자랑한다. 실업률은 독일 평균보다 높지만 창업률이 높고 범죄율은 낮다. 문화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다문화 시민 네트워크 덕분이다. 안데르스 인드세토(Anders Indset)는 그의 저서 『양자경제(Quantum Economy)』에서 오펜바흐를 “159개국에서 온 사람들의 언어·생활방식·관습이 혼합돼 만들어진 ‘글로벌 공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오펜바흐는 2016년부터 도시의 상징으로 ‘도착의 도시(Arrival City)’를 내세웠다. 고향을 떠나 온 이들이 빈손으로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언어·직업·법제도 교육을 지원하고, 시민대학이 한 학기에 1,000개의 강좌를 개설해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도착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주민이 도시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관문이자 세계와 가장 가까운 도시인 인천도 이런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인천은 이미 군·구 가족센터 10곳을 통해 자녀 언어발달, 이중언어 교육, 방문교육, 통번역 서비스, 부모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고 연수구·중구·부평구 등에서는 한국어학당, 사회통합교육,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지원,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시 차원에서도 ‘외국인 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2028년까지 663억 원을 투입해 정착지원, 내·외국인 소통 프로그램, 유학생 취업지원, 인식 개선 행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분절과 접근성의 격차, 이주민 당사자의 참여 부족이라는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공생국가’로 나아가고, 인천이 그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오펜바흐처럼 이주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설계할 수 있는 참여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항과 항만이 문화적인 교차점이 되도록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교류하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성을 억누르지 않고 유지하면서 사회적인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인천의 미래 경쟁력이자 한국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인천이 ‘글로벌 공생도시’를 선언하고 ‘도착의 도시’와 같은 전략을 본격화한다면 이주민의 관점이 반영된 정책과 평생교육, 언어·직업훈련, 차별·혐오 대응 체계가 도시 차원에서 정비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천은 항만·공항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도시로서 공생 모델을 선도하고, 한국이 세계 속에서 신뢰받는 다문화·공생 국가로 자리잡는 발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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