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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허물인생 10화

허물인생(10)

죄와 벌

by 강도르


죄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가장 큰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아버지는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똥통 학교라고 불렀다.

아직도 그때의 경멸의 눈빛들과 한숨은 잊히지 않는다.


나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지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태도는 가족들에게 전염됐다.


어머니는 나에게

'밥 먹이기도 아깝다'라며 멸시했다.

나로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였다.


그저 학업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받아야 했던 냉대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지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때는 학업도 내 중요한 고민거리가 됐기 때문에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내적 스트레스는 가중됐다.

마치 주홍 글씨가 박힌 것 마냥 똥통 학교라고 못 박혀버린 학교의 교복을 입으며 집을 도망치듯 학교를 다녔다.


나는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변화의 필요성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한 달에 한 번씩이었나?

모의고사를 치렀다.



제일 처음 모의고사를 치른 후 그때 학교의 담임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받은 성적표가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높은 점수다.


한 순간 물음표로 가득 찬 머릿속, '저 선생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집에서 받던 취급을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받았다.

그 선생은 본인이 이 학교 학생들을 봐왔지만, 단 한 명도 처음 모의고사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본 적 없다며 아이들을 나무랐다.


화가 났다.


아마 이게 단순한 성적이라는 수치 하나만으로 세상이 보는 나였다는 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는 세상이 나를 계속 이렇게 볼 거라는 두려움과 이런 시선과 태도로부터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두려움 몰려왔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나를 바로 보는 것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니 무서웠다.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모든 것들이 다 잘못된 것 같은 불안감과 이제까지 안일하게 살아온 나에 대한 분노가 끊이질 않았다.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할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이 고민의 꼬리를 물었고, 당장 해야 하는 것은 공부였지만 주체적으로 나를 변화시키기에는 나에겐 주어진 선택지도, 이런 일들을 매끄럽게 헤쳐나갈 요령도 없었다.

무엇보다 날 쫓아오는 시간이 마치 내 등에 칼을 꽂아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커서 안절부절못하는 하루들이 이어졌다.

막상 의욕은 가득한데 이런 갈 곳을 잃은 의욕들이 감정으로 치환됐고, 집이고 학교고 사사건건 찔러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에겐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바로 볼 시간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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