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폴리머의 DNA
*1편과 연결됩니다.
지난 편에서 플라스틱의 역사를 훑어봤다면, 오늘은 플라스틱의 개념과 종류에 대해 이해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플라스틱’이라고 이름붙인 물질은 합성 고분자 화합물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개념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살아있는 거의 모든 조직은 고분자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식물 세포벽을 만드는 셀룰로스, 우리의 근육과 피부를 이루는 단백질, 유전적 운명을 담고 있는 기다란 꽈배기 DNA 역시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ⅰ]
고분자 화합물이란?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1만개 이상인, 분자량이 큰 물질을 의미한다. 크게 천연 고분자 화합물과 합성 고분자 화합물로 나눌 수 있는데 탄수화물, 단백질, 녹말, 천연 고무 등이 천연 고분자 화합물로 분류된다. [ⅱ]
합성 고분자는 천연 고분자와 달리 인공적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합성 섬유, 합성 수지(플라스틱), 합성 고무 모두를 합성 고분자 화합물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재활용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합성 수지에 속합니다. 오늘 글은 좀 더 넓은 범위의 플라스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합성 고분자 화합물'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려 합니다.
합성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여러 단위체들의 *중합 반응(다수의 분자가 결합하여 큰 분자량의 화합물이 되는 변화) 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합체’라고도 부릅니다. 중합체는 영어로 polymer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의 재활용 표기나 성분표를 보면 “poly + ○” 와 같은 이름이 적혀있는데요, 이 이름을 뜯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원료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에틸렌의 중합 =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
• 에틸렌 프탈레이트의 중합 =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 스티렌의 중합 = 폴리스틸렌 (polystyrene, PS)
• 프로필렌의 중합 = 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 PP)
• 염화비닐의 중합 =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 PVC)
• 우레탄과의 중합 = 폴리우레탄 (polyurethane, PU)
합성 고분자 화합물의 원료는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추출됩니다. 석유 원유는 시추(땅속 깊은 곳에서 탐색)와 정제 과정을 거친 후 가열(증류)하여 다양한 연료가 됩니다. 휘발유가 추출되는 100~180℃ 구간에서 나프타(Naphtha)라는 물질이 발생하는데, 나프타를 800℃ 이상으로 가열해 분해(Cracking)하면 에틸렌, 프로필렌[ⅲ]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분해된 원료들을 다시 중합하여 다양한 고분자 화합물이 등장합니다.[ⅳ]
• 마스크 :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같은 PP로 만들어짐
• 물티슈 : 부직포에 계면활성제와 보존제를 첨가해 만듦. 부직포는 폴리에스테르, PP로 제조됨.
• 오늘 입은 함성섬유 셔츠 : 면이 아닌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찾아봅시다. 나일론, 아크릴, 폴리• 에스터 모두 고분자 화합물이라는 사실.
• 박스테이프 : 투명한 필름의 정체는? PP를 필름 형태로 늘인 OPP로 만들어짐
• 배달음식에서 함께 온 비닐 랩 : 업소용 랩은 주로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들어짐
• 매일 들고 다니는 블루투스 이어폰 : 플라스틱, 고철, 실리콘
합성 고분자 화합물들은 목재/금형을 대체할 수 있는 강도, 잘 휘고 외부 충격에 유연한 점 등, 천연 화합물의 한계를 보완하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썩지 않고 오래 지구에 남습니다. ‘물질이 분해된다’는 말은 쉽게 말해 미생물이 그 물질을 먹고 물이나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꿔버린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석유 화합물로 만들어진 이런 고분자 화합물들은 미생물이 먹기 힘든 물질이기 때문에 수백년이 지나도 완전히 분해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ⅵ] 잠깐 사용하는 비닐부터, 의류 소재인 합성 섬유, 접착제, 어업에 쓰이는 어망, 건축 자재,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실리콘까지. 인간의 생활에 꼭 필요한 모든 물건이 100년에서 500년 이상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죠. 우리가 살아가며 사용하는 물건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고 개선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ⅰ] p.18, 수전 프라인켈, 을유문화사, <플라스틱 사회>
[ⅱ] 단백질은 천연 고분자, 플라스틱은 합성 고분자? 재미있는 고분자 이야기
[ⅳ] [쓰레기대학] 플라스틱, '이것'으로 만듭니다 | 15강 플라스틱이란? ①
[ⅴ] A brief history of plastic
[ⅵ] [연중기획- 지구의 미래] '쓰레기 없애며 장보기' 기자 도전기
그 외 참고자료
[ⅷ] 환경 넘어 생존 위한 미래 먹거리... 플라스틱 '열분해'가 뭐길래
[ⅸ] [Material] 페트?PE? 나 이거 본 작 있어! 일상생활에 쓰이는 플라스틱(고분자물질)
[ⅹ] 플라스틱 중독사회(1) 당신은 오늘 '몇 플라스틱' 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