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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Oct 31. 2023

애증의 4남매 유아의자를 비우다.

물건에 의미 부여하지 않기

거실 서재화를 꿈꾸며 큰 책장을 놓아두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타고 올라가면 위험할까 봐 눕혀 두었다. 4남매가 예쁘게 앉아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하며 1인당 하나씩의 의자를 마련해 줬다. 유아소파 2개는 나눔 받았고 안락의자 2개는 5천 원씩 주고 중고거래 해왔다. 제일 구석에 있는 안락의자는 한동안 첫째 아이의 아지트가 되었다. 나의 바람대로 예쁘게 앉아 책을 읽었다. 첫째가 먼저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도 따라 앉아 책을 읽었다.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과 동영상 찍어두기도 했다.


첫째가 3학년이 되니 앉기에 작아졌다. 큰 안락의자에 앉기 시작하니 나머지 아이들이 유아의자를 변형시켜 놀았다. 꼭 등원하기 전에 의자들을 일렬로 만들어 놓고 기차놀이를 한다. 한두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정리하지 않고 가는 모습에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정리는 항상 등원시키고 나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자 가지고 노는 아이들

의자를 변형시켜 노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창의력에 좋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괜찮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정리하지 않으면 비워낼 거라며 몇 번의 기회를 줬다. 아이들은 의자가 있으니 놀았던 것뿐일 텐데 나의 만족을 위해 들인 물건으로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이 웃겼다. 만원의 의자들에 의미를 부여해서 상상 속의 모습이 되면 기뻐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짜증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많이 낡기는 했지만 혹시나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중고거래 앱에 사진 찍어 올려놓아 보았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이제는 미련 없이 놓아 주려한다.


집의 공간마다 돌아보며 의미를 부여하며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물건들이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봐야겠다.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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