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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짱 May 09. 2023

투명인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득 드는 것이 '투명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회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내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직장생활의 연장을 위해서는 당연하겠지만, 왠지 처절해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존재는 보잘것없을 것이다. 회장님 같은 높은 분은 나를 회사의 부속품으로 보지 않으실까? 아니 이름은 알고 계실까?

그렇다면 난 그분에게 투명인간이다. 


집에서 가족들이 나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서 말을 건넨다. 가족 중 나를 항상 생각해 주시는 분은 역시 어머니다.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 하루 전까지 난 도쿄에 있었다. 돌이 지나지 않은 딸과 아내도 같이 말이다. 우린 지진 발생 하루 전날 귀국했다. 다음날 오전에 맨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일본에서 지진이 났다는 것이다. 나를 가장 생각해 주시는 분이기에 또한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분이기도 할 것이다. 조금 어린 시절 항상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누구나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는 최소한 한명에게는 존재하는 사람이다. 

 

나는 언제나 존재감이 있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때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을 웃게 하고 반 친구들이 모두 나 때문에 웃으면 나의 존재감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만의 착각이었지만...  

선생님에게나 반 친구들에게는 꼴통으로 찍혀 있었다. 

대학에서도 동아리나 학생회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정말 열심히 한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다.  


반면, 있으나 없으나 그냥 조용히 묻혀 지내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왜 존재감을 없애고 싶어 할까? 사람들 사이에 있기를 싫어할까? 

다른 말로 나는 왜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을까?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 줬으면 좋겠고...

당연한 말이다. 누구나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도 권력욕 같을 수도 있고 연예인병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때 부터 한 번도 반장이나 부반장도 못 해봤다. 아무도 나를 추천해 주지 않은 것에 서운했고 이것을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모르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튀려는 모습을 보이고, 전체 분위기를 흩트려 놓았는지 모른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함께 많아졌으니 말이다. 더 큰 부작용은 항상 왕따를 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조신하지 못하고 말을 함부로하는 인간은 어디서든 요주의 인물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해서 나의 이름을 사람들이 올리기를 바라건 아닌가 싶다.


투명인간...

투명인간은 단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아니다. 눈에는 보이되 그의 존재를 굳이 인지하지 않는다면 투명인간이다. 사회적 제도상 포함되어 있지만 사람의 감정에는 포함되지 않으면 투명인간이다. 

사람들은 존재감을 보이고 싶은 마음에 사회활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정말 나같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나의 이름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나를 생각해 주는 단 몇 명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지금 바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나의 이름을 불리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은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가끔 투명인간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말이다. 아마도 많은 한국사람들은 중간정도 가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중간이 될 수는 없다. 

중년이 되어서 이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모두가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가끔 나를 나도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나는 매일 나의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한다.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정말 외롭다. 아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주고 싶다. 모두가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이유를 찾아갈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나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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