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 회사 생활 할 때는 승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승진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봉은 그와 함께 따라온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많은 선배들이 그렇게 말을 해 줬고 성공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같은 말들을 하니 말이다.
20여 년이 지나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지금 처음에 가졌던 회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것은 승진의 중요성이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면서 처음에는 아닐지 몰라도 차츰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아니 정확하게는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연봉은 따라온다.
의무 군복무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나 수직 지휘계통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장유유서'의 유교적 문화에 대한 폐단을 깨는 방법 중 하나도 직급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할 수는 있어도 직급이 높으면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직급의 의미는 연륜이자, 능력이자, 사회적 직위를 말한다. 심지어 성공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1인 창업이 많아지는 것이 취업이 어려워서도 있겠지만, 직장인의 꿈 '사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단숨에 모든 사람들을 뛰어넘게 되니 말이다(회사의 규모는 둘째 치고).
이 직급에 대한 영향력은 회사의 규모에 의해 제곱으로 증대된다. 그래서 보다 큰 회사에서 승진할수록 사회에서 갑의 위치에 있게 된다.
어느 퇴직하신 중견기업 사장님 말씀이 회사에 다닐 때는 바빠서 동창회 참석을 하지 못하면 친구들이 모임 장소를 회사 바로 앞에서 가졌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변에서는 그분을 갑으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서는 을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적 직위가 회사와 직급에 의해 결정되었던 것이다.
사회적 성공만을 위해 승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큰 이유는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65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직장인들이 60세 넘어서 회사생활 할 수 있는 방법은 냉정하게 두 가지뿐이다. 승진을 계속해서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거나,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거나.
사원으로 시작해서 부장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시간은 경험 상 대략 25년이다. 나이로는 50대 초반 정도. 60세가 넘어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은 사장님과 회장님 뿐이었다. 다른 말로 최소한 임원 승진을 해야 50세 중후반까지는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오랜 기간 회사를 다녀야 하는 부분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다. 일만 하다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또,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말하는 후배들도 있다(결혼도 하고 세상을 더 살아봐야 정신 차리겠지).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성공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 생활을 단지 나 자신은 없고 일만 하는 곳으로 본다면 너무 억울하다. 그곳도 나의 집과 마찬가지로 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툼도 있고 친구도 있는 삶의 일부다.
오래 다니기 위해서 승진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일부였던 회사에 나의 인생관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기왕에 다니는 회사. 그 회사를 내 손으로 큰 공헌을 해서 같이 커 나가야 한다.
회사에서 승진이란 나의 성장의 척도이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위치를 말한다.
어느 이는 승진이란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물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은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조직의 측면에서는 틀린 말이다. 만일 독불장군처럼 혼자만 일을 한 사람이라면 승진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 자신을 믿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계속된 승진을 해야 한다. 같이 성장하고 올려주고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치는 직위로 평가할 수 없지만 보다 큰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