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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세 받고 전자책 출간하는 법

by 경아로운 생각

나는 회사 다닐 때는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보고서용으로 몇 줄, 교안용으로 몇 장이 전부였다. 발표 자료가 온통 글로 가득했던 시절에도 나는 팀원이었다. 모든 프레젠테이션을 상사분이 도맡아서 했던 터라 내가 직접 장황하게 뭔가를 썼던 기억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퇴직 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 밖에서 몇 년간 쓰디쓴 좌절을 맛본 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잡았던 지푸라기가 다름 아닌 글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던 게 나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다.

참 희한했다. 이상하게 글을 쓰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글을 통해 내 목소리가 세상에 전해진다는 것도 놀라웠다. 나는 점점 글에 빠져들었고, 글은 나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평생토록 내게 등지지 않을 유일한 벗이 돼줄 것 같았다.


최근에 갑작스러운 슬픔이 찾아들었을 때도 나는 글로 이겨냈다. 어느 때는 일기를 쓰고 어느 날은 소설을 쓰며 그 시간을 살아냈다. 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방황하면서도 글만은 놓지 않았다. 헤집어진 속 마음을 자판기로 달래며 긴 기간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이 공고하나를 보게 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전자책 지원사업이었다. 당선만 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낯설었다. 전자책은 한 번도 써보지 않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웬 용기인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여하려면 조건이 있었다. 개인 자격으로는 출품할 수 없었다. 내 배경이 될 만한 출판사가 있어야 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출판사를 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기한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글을 받아준다는 출판사가 나타날지도 의문이었다. 출판사의 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출판사 차리자.' 어차피 앞으로도 글을 쓸 거라면 내 이름의 출판사가 있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은 내가 쓴 글을 내가 만든 출판사 이름으로 내면 될 것 같았다. 곧바로 출판사를 세우는 절차를 알아보았다. 긴 고민 끝에 이름도 정했다. ‘리타이어북스’였다.


그로부터 글을 써 내려갔다.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내가 퇴직 직후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었다. 그때에 내가 겪었던 고독과 상실감, 혼란과 어지러움을 상기하며 꾹꾹 눌러썼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럴수록 더욱 진심을 담았다.


공모전 지원에 필요한 원고는 전자책 총분량의 10% 정도였다. 목차와 함께 한두 편의 글을 보내면 되었다. 분량으로만 보면 별 부담이 없었다. 고심하며 목차를 기획했다. 오랫동안 생각했던 내용을 다듬고 뼈대를 완성했다. 정성껏 표지도 만들어 공모전 출품을 마쳤다.

사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게는 당선보다 세상에 다시 나가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긴 동면 끝에 손 놓고 있었던 일들을 시작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했던 일들도 대부분 끊어져 있었다. 그 연결다리로 생각한 게 글이었고, 공모전 출품이었다.

그로부터 딱 한 달 뒤.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진흥원 홈페이지의 당선작 게시판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다. 내가 제출한 총 3편의 원고 중 2편이 당선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글이 당선될 수 있단 말인가. 내 이름 위아래는 쟁쟁한 출판사가 줄지어 있었다. 이름만 내면 다 아는, 언젠가 나도 책을 내고 싶은 그 출판사들이 즐비했다. 두 작품이 당선된 작가도 나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루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내 진심을 담은 이야기가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했다. 비단 선인세라 느껴지는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확인을 받은 셈이었다. 주제넘지만 단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살포시 가져보았다.

만약 이 순간, 세상에 꺼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용기를 내 보시면 좋겠다. 어쩌면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한 희망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희망이 돌고 돌아 내게로 와 내 삶에 빛이 되어 줄 테니까. 돌이켜보면 무너지기 직전의 나를 번번이 일으켜 세웠던 것은 기대 없이 내디뎠던 힘없는 한 걸음이었다.



■ 전자책 지원사업, 이렇게 신청하세요

· 먼저 알아두세요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업입니다.

- 25년 기준 연 4회 진행되었습니다. (2월, 4월, 6월, 8월)

- 전자책 제작비와 컨설팅을 지원합니다

: 편당 EPUB 2는 50만 원, EPUB 3은 차등 지원합니다.

·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 출간 도서 및 미출간 원고를 전자책으로 제작·유통하려는 출판사입니다.

- 출판사 규모는 무관합니다.

· 어떻게 신청하나요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하세요.

- 목차와 전자책 총분량의 10% 원고를 함께 제출하면 됩니다.

- 2026년 공고는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 자세한 문의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 www.kpipa.or.kr

- 미래산업팀: ebookbaro7@kpipa.or.kr, 063-219-2756




■ 퇴직 전후에 계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차 한잔 값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2225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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