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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27. 2024

내일의 일기

10월 28일


#1

그리움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너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

건기의 소나기 같은 네가 미웠고.

나는 산책로에 앉아 마냥 소나기를 기다렸다


산책로의 나는 까만 거푸집이 되었다.

불행의 모양을 한 거푸집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차례로 불행의 주물을 받아갔다


소나기가 오지 않음에 감사했다

넌 나에게 주물을 받아갈 수 없으므로



#2

읽지 않은 시집은 쌓였다,

읽지 않을 시집을 사들였다

전하지 못한 그리움이 쌓였다,

전하지 못할 그리움을 가불 했다


쌓여있는 시집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


이제

그리움으로 충분하다 나 또한.



#3

너는 날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고백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나의 이전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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