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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레쌤 Nov 07. 2022

통번역 출신 영어 강사의 은밀했던 과거 2

- 도피자의 미국 입국기 -

1편 요약


1. 세계 정복을 꿈꾸던 학생이 인생의 좌절을 느껴 삶의 도피를 결심

2. 첫 번째 도피 = 전공을 버리고 일식집 취업으로 학교로부터 도피

3. 두 번째 도피 = 미국 일식 요리사로 취업해서 한국에서의 삶으로부터 도피




2편 시작


출국 전날..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몇 명의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나의 미국행 소식을 전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반대를 했다.

미쳤냐면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화를 내는 친구도 있었다.


"글쎄..."


도피자를 자처한 나였던 터라 딱히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냥 훌훌 떠나보고 싶어"


다시 돌이켜봐도 '그냥'이라는 말 외에는 더 할 말이 없었을 것 같다.


"후.. 미친놈아.. 그래 그럼 기왕 가는 거 가서 찐따같이 총 맞고 그러지 말고! 어?!"


왜였을까?


친구의 저 말과 함께 나는 울음이 터졌고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울었다.


나 스스로가 불쌍했던 걸까?

서러웠던 걸까? 

위로가 필요했던 걸까? 


그렇게 한참을 울다 이내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모두 안녕'




다음날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 전철에 몸을 싣고 가는 순간까지도 이따금씩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짐까지 싸들고 나온 이상 더 이상 번복할 수도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좌석에 앉으니 비로소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이륙 후 얼마 안가 비행기 아래로 평생을 살아왔던 고향 동네가 눈에 들어와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피곤했었는지 그대로 밥도 안 먹고 내리 잠만 잤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말로만 듣던 통과하기 까다롭다는 미국 입국 심사도 하하호호 웃으며 수월하게 통과를 했다.


내가 여태 배우고 공부했던 영어가 그래도 잘 통하는 것이 느껴지자

괜스레 이국땅에서의 생활에 자신감이 생겼고 힘이 나기 시작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 허기가 몰려왔다.

주변 환경도 파악할 겸 무작정 걸어 나왔다.

근처에 대형 몰이 있어서 그곳의 푸드코트에서 갈비 덮밥 같은 메뉴 스몰 사이즈를 주문했다..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큰 사이즈의 고기와 밥이 나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미국의 거대한 음식 사이즈구나..


천조국의 인정(?)을 느끼며 우걱우걱 먹던 중에 맞은편 자리에 한 외국인이 앉았다.

미드에서 수 없이 많이 봤던 합석을 몸소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턱을 추켜올렸다 내리며 나지막이 서로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Hey"


"Hey"


다 큰 남자 둘이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서로 말없이 각자의 음식만을 먹던 중 그 남자도 무언가 불편하고 찜찜했던지

갑자기 다시 인사를 하며 자기를 소개했다.


혼자 세계 여행을 하던 중에 이곳에 잠시 들렀다고 한다.

그는 호주에서 온 나보다 10살이 많은 형님이었다.


Okay와 for real? good for you를 반복하며 리액션을 하다 보니

나의 소개를 할 차례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나는 한국에서 온 내 인생의 도피자야"로 시작할지

평범하게 "나도 놀러 왔어"로 시작할지 고민을 하다가


나는 일식 요리사고 이곳에 취업이 되어서 왔다고 소개를 했다.

가게에 놀러 오면 초밥 만들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자기는 초밥 러버라며 기뻐하는 그와 연락처를 주고받고 헤어진 후 근처 바닷가로 나왔다.

가족, 친구끼리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을 잠시 기대해보았다.


따뜻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감상에 젖다가 이내 숙소로 돌아와 잠들었고

그렇게 나의 미국에서의 첫 하루가 저물었다.





- 투 비 컨티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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