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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심 Mar 12. 2023

홍콩 갈 결심(프롤로그)

11살, 7살 아이 둘과 셋이서 홍콩 가기로 결심하다

3년 전 뉴질랜드에서 지낼 때 가깝게 지낸 Asian가족이 있다. 한국에는 없는 시스템인데, 굳이 말하자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공동 육아' 개념의 'Playcentre'라는 곳에서 그 가족과 만났다.

그 가족은 홍콩 출신으로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살고 있었는데, 같은 아시안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첫째 둘째의 나이가 모두 같아서 그 엄마와 나는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playcentre에는 적게는 10가족, 많게는 20가족들이 날마다 모인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한 선생님, 요리사, 청소부가 되어야 하는데 그 홍콩친구는 언제든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했다.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모든 행동에 배려심이 깊어서 본받을 점이 많았고, 그렇지 못한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정말 천사가 존재한다면 그녀일 거라고 가끔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한국에 와서도 그녀와 종종 안부를 묻고 통화를 하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녀가 홍콩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3년 전, 내가 뉴질랜드를 떠나며 그녀에게

"It's too hard to come here again cause it's very far from Korea. But just let me know when you visit your parents in HongKong, I'll go to HongKong to see you!"

    -뉴질랜드는 한국에서 너무 멀어서 쉽게 올 수가 없어. 하지만 네가 홍콩으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게 된다면 알려줘라, 나도 가겠다!

라고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연락을 준 것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를 만날  있을까 생각되어 무조건 가기로 결심하고, 급하게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pcr 검사가 필수인지라 여행객들이 많이 선호하지는 않는 탓에 다행히(?) 비행기표를 저렴하게 구매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행운인지!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2-3 후에 중국발 비행기도 한국 입국  pcr 검사가 폐지된  아닌가! 더불어 홍콩행 비행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나야 뭐 콧구멍 한 번 쑤시는 게 일도 아니지만, 아이들 둘을 어르고 달래어 pcr 검사하는 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pcr 검사마저 폐지라니, 이번 여행에 무거운 마음의 짐 하나 뺀 느낌이다.



그리고 숙소도 예약했다. 홍콩은 20여 년 전에 친구들과 가본 게 전부인데, 그때는 목적이 쇼핑이었던지라 센트럴 쪽에만 머물렀다. 이번엔 아이들과 함께하니 여행의 목적 자체가 바뀌었다. 서울에서도 아이들을 명동, 유명 백화점에 데려가봤자 아이들에겐 아무 감흥도 없으니, 이번 홍콩 여행에선 과감하게 쇼핑은 제외했다. 그래서 숙소도 센트럴의 좁디좁은 호텔방이 아닌 친구 본가가 있는 Tin Sui Wai의 넓고 깨끗한 리조트로, 그리고 로컬 체험을 주된 여행 목표로 세웠다.


무려 9박 10일.  

고작 서울 2배 만한 홍콩을, 보통 2박 3일 여정으로, 마카오 까지 포함해도 4박 5일로도 충분하다고도 말하는 홍콩을 9박 10일간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쇼핑도 안 하고, 마카오도 가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진짜 홍콩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고 오고 싶다. 과거 20대의 나는 쇼핑을 좋아했던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여행에서 쇼핑하고 유명 건축물을 보는 것보다, 현지인들을 만나고 나와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게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니까.


정확히 25일 후,  나와 두 아이는 홍콩행 비행기에 올라탈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하루하루 준비하는 과정을 남겨보려 한다.

<홍콩, 출처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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