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장국영을 그리는 창]을 읽고 뒤늦게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홍콩 여행을 준비하며 시간 날때마다 도서관에서 홍콩에 관한 책을 빌려와서 읽고 있다. 당연히 홍콩 여행에 관한 책, 혹은 역사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한 책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콩, 장국영을 그리는 창]이라는 제목이었다. 장국영에대해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이 책을 빌려와서 두시간만에 다 읽었다. 그리곤 그 이야기들에 한동안은 마음이 먹먹했다.
1956년생 장국영. 우리 엄마 또래다. 학창시절에도 딱히 홍콩 영화에 매료되어 본 적이 없던 나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대학시절이던 2003년. 뉴스를 도배했던 사건 때문이다.
2003년 4월 1일.
하필이면 만우절이던 그날. 저녁 뉴스엔 홍콩 영화배우의 사망소식을 알리는 뉴스로 시끄러웠고, 그 다음날 학교의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많은 선배, 친구들이 울며 이야기 하던 모습에, '장국영이 정말 인기가 많긴 많았구나' 하고 새삼 느낄 뿐 사실 큰 동요는 없었다.
그랬던 내가, 하필이면 홍콩 여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의 영화들과 생전 인터뷰들을 찾아보았다. 마지막 그의 유서엔 '마음이 피곤하여 더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써있었다고 한다. 인터뷰나 기사 곳곳에 드러난 그의 생각은 예뻤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예쁜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고,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같다.
올해는 장국영의 20주기다.
나는 이제야 그의 영화들을 보고 그를 조금 알게된 것 같은데,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란게 안타까웠다. 사실, 20년 전에 내가 그의 팬이었다고 한들, 그를 만나거나 상황이 달라질 건 전혀 없었겠지만 이렇게 그의 20주기가 되어서야 그의 팬이 되어버린 나는 좀 더 일찍 그의 팬이 되지 못한 사실이 한스럽다.
이 책을 쓴 '유진'작가는 책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나보다 한두살 많은 것 같은데, 그녀의 인생은 '아름다운 장국영의 아름다운 팬' 이라는 말 보다 더 좋은 표현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짐작컨데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물론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도 이끌어 나갔다. 유학을 가고, 회사 생활을 하고, 결혼, 출산까지 하면서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해 보였을 지 몰라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장국영이 있었고 그녀의 행적 곳곳에도 결국 장국영이 닿아 있었다. 나보다 수십년을 먼저 장국영을 좋아하고 동경한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내가 장국영의 펜이 되게 해주었으니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이젠 그녀의 딸 마저 장국영의 팬이라니 가슴 먹먹함을 뒤로하고 웃음도 살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