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데리고 홍콩 10일!
아빠 빼고, 엄마 혼자 11살, 7살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열흘간의 홍콩 여행. 아이들의 신체적, 감정적 컨디션을 최상으로 해야 나도 편하기에, ‘must do(반드시 하기)’ 보다는 ‘maybe do(어쩌면 하기)’ 와 ‘probably do(아마도 하기)’ 의 중간 어딘가 즈음의 느낌으로 계획을 했다.
무리 없이 열흘을 지내는 게 최고의 목적이기에 융통성이 있게 일정을 잡았지만 디즈니랜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미리 날짜를 확정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많은 후기에는, 코로나로 사람이 없으니 하루 전에 홈피에 등록해도 방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제 전 세계 인들이 다시 홍콩을 방문하고 있고, 여전히 디즈니랜드 공식 홈피에서는 최소 일주일 전에는 방문 날짜를 확정 지으라고 하는데, 만에 하나 디즈니랜드 어플에서 날짜 지정을 하지 못해서 방문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홍콩에 여행 온 아이들의 기분을 최고로 끌어올려주기 위해 홍콩 입국 바로 다음날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디즈니랜드는 10:30분 개장인데 우리는 아침 8시에 부지런히 출발해서 9시 전에 도착했다. 그때 이미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10:30분에 입장할 때는 뒤에 줄이 끝도 없이 보였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티켓 큐알코드 확인 후 입장하면 또 다른 직원들이 간단한 짐 검색을 한다. 음료 과자등 모두 통과되는데 위험한 물건만 소지 금지라고 한다.
준비물
-빵, 과자, 과일, 주스, 물 등 간식거리
규모
가까운 일본 디즈니랜드까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 비교하자면, 많이 작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디즈니랜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하지만 그래서 엄마들에겐 더 편하기도 하다. 천방지축 뛰어다닐 아이들을 잡으러 조금만 달려도 되니.
음식
여느 놀이동산처럼 비싸다. 곳곳에 있는 식당 들은 식사 하나에 130 HKD로 가격이 거의 동일하고, 어린이 메뉴는 밥 양이 적은 대신 물, 감귤젤리, 캐릭터 쿠키가 제공되고 105 HKD이다.
간식거리로 소시지, 핫도그, 햄버거, 닭다리살, 와플, 아이스크림 등도 판매하고 각 가격은 45~60 HKD다.
디즈니랜드 방문 tips
1. 한가한 오전!
오전 내내 대부분 어트렉션의 대기시간은 대략 5분~ 길어야 10분. 아이들이 대기줄을 기다리느라 지루해하는 일은 없었다. 미취학 어린이도 탑승 가능한 슬링키 독 스핀, 티 컵, 스몰월드, 코끼리 점보, 회전목마등은 가장 붐비던 오후 시간대에도 대기줄이 20분을 넘지는 않았다.
2. fast track 없이 어트랙션 빨리 타는 법!
‘rc 레이서’ 다음으로 스릴 있는 ‘토이솔저 낙하산 드롭’은 오후에는 대기줄이 60분까지 길어졌다. 하지만 홍콩인 친구덕에 알게 된 팁! 파트너와 같은 자리에 타지 않고 ‘남은 자리 혼자 앉기’가 가능하다.
3명이 탑승하는 ‘토이솔저낙하산드롭’은 일행이 두 명씩 앉고 남은 한자리는 대부분 비어있다. 목적이 순수한 ‘탑승’ 자체인 11살 아이 둘은 굳이 같이 앉을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긴 줄을 서지 않고 비어있는 줄로 들어가서 바로바로 탑승 가능했다. 한 시간 대기가 있던 오후에만 최소 5번 이상은 탄 듯하다.
3. 디즈니 어플설치
대기시간과 현재 폐장된 놀이기구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실제 대기시간은 어플상 예상 대기시간보다 길어지진 않는다.
4. 식수대
음료가 비싼데, 곳곳에 식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친구인 홍콩 가족들도 아무렇지 않게 마시길래, 나와 아이들도 처음 가져간 물을 다 마신 후 생수를 사지 않고 식수대 물을 물통이 담이 마셨는데, 아이들 배앓이는 없었다.
5. The Lion King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뮤지컬을 몇 번 봤지만 크게 와닿은 적은 없어서 난 뮤지컬에 큰 흥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연을 못 봤을 뿐. 라이온킹 공연은 말 그대로 ‘짜릿한 전율과 감동의 여운’이 마음을 울린다.
디즈니랜드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라이온 킹 공연+불꽃놀이’만 봤다 해도 디즈니랜드 입장권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공연 중에 ‘지금 말한 게 영어 맞나?’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공연 몰입에 전혀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설사 전혀 모르는 언어로 공연을 한다한들 퍼포먼스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멋진 공연이었다.
자리는 어디에 앉아도 다 잘 보일 구조이므로 굳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입장 줄을 서진 않아도 되지만, 해당 시간 공연이 마감되어 다음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으니 적당한 눈치싸움은 필요하다.
6. 불꽃놀이
저녁 8:30 분에 시작되는 불꽃놀이.
7시가 지나면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녁으로 치킨, 핫도그 등을 먹으며 기다렸다. 대기 중에는 앉아있어도 되지만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모두 일어서라고 안내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너무 앞자리보다 차라리 화단 바로 앞자리가 명당이다. 화단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제 펜스에 기대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디즈니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그 불꽃놀이’를 실제로 보는 거야!라고만 해뒀었는데, 멋진 음악, 화려한 레이저 쇼와 함께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닌 하나의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중간중간 악당 캐릭터의 모습에 무서워서 눈을 가리기도 했지만 7살 딸 왈 “엄마, 이거 꼭 영화 보는 것 같아!”
총평
작은 규모 때문인지, 디즈니랜드에 실망했다는 후기를 간혹 읽기는 했다. 짜릿한 놀이기구만을 목적으로 성인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한다면 분명 시시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하기엔 더없이 좋다. 너무 넓어서 많이 걷느라 아이들이 쉽게 지칠 일 도 없이 정말 딱 좋았다.
중국 디즈니랜드는 여기저기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는데 홍콩은 전체적으로 깨끗했고 거리나 벤치에 쓰레기도 보지 못했다.
어트랙션 대기줄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비할 수 없이 짧았고, 모아나 뮤지컬, 길거리 노래공연, 디즈니 캐릭터 인형들의 퍼레이드행진 등 곳곳의 크고 작은 공연들로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후기
사실 내가 방문한 4월 7일은 홍콩의 부활절 연휴에 해당되기에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공휴일에 놀이동산은 최악 아니야? 사람이 미어터질 텐데?’라고 홍콩인 친구에게 물어봤었다. 하지만 홍콩 친구 왈.
“홍콩 사람들도 3년 만에 여행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모두들 해외로 나갔고, 디즈니랜드 오는 사람들은 불꽃놀이 보러 오는 거니 괜찮을 거야”라고 태평하게 말했었다.
오전 입장 때 막상 입장객들이 길게 줄 선 걸 보고는 오늘 하루가 고될까 우려가 되었지만, 친구의 말이 다행히 맞았다. 디즈니랜드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의 목적이 놀이기구 탑승이 아니었기에 입장객 수가 많아도 놀이기구를 빠르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얘들아, 가장 좋았던거 3개만 말해보자!
-11살 아들
‘rc 레이저’는 살짝 무섭고, ‘토이 솔저 낙하산 드롭’은 딱 좋아! (에버랜드 티 익스프레스는 타긴하지만 즐기기보단 무서워함)
물대포 쏘기 놀이, 온천수 폭발하는데서 물 맞기도 어무 좋았어!
라이온킹에서 불쇼는 진짜 멋져!
불꽃놀이도 멋있어!
또 오고싶어요!!!
-7살 딸
슬링키 독 스핀, 곰돌이 푸의 모험, 코끼리 점보 타는게 제일 좋았어!
오늘 하루 엄청난 에너지를 디즈니랜드에 쏟아부었으니, 내일은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 구경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