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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Oct 21. 2022

<동산을 이루는 풀꽃> 연재를 마치며

완결 후기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써내린 나의 첫 장편소설 <동산을 이루는 풀꽃>이 드디어 완결 났다. 사실 브런치가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을 연재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플랫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소설을 연재한 이유는 다양한 연령, 직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동산을 이루는 풀꽃 (이하 동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총 7명이다. 마을버스기사, 폐지 줍는 6·25 참전용사, 경찰, 전직 보육교사였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아파트 경비원, 초등학교 선생님. 서울시 동산구라는 가상의 지역에 사는 이 인물들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하지만 각 인물들이 겪는 사연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게끔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선택했던 키워드는 '연재소설', '사회복지', '노동자' 이 세 가지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인식, 사회 취약계층이 받는 여러 가지 복지와 그 한계점, 복지사각지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동시에 요즘같이 살기 팍팍한 세상에 따뜻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목적성이 뚜렷한 소설이었기에 더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에 이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일곱 명의 주인공이 순서대로 등장하며 전개를 이어가지만 여기엔 또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는 어린 형제, 맞은편에 생긴 경쟁 가게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와 자식들. 각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관찰되는 이 등장인물들 또한 동풀의 중요한 주인공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크게 '공감'하길 원했다. 그래서 주인공의 직업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고, 각각의 사건도 사람들이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었거나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쓰러진 승객을 살린 버스기사, 실종된 사람을 찾는 재난문자 속에 담긴 사연, 포켓몬 빵과 봉투값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치솟은 물가 때문에 장 볼 때마다 혀를 내두르는 주부, 사소한 선행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돈쭐이 난 치킨가게, 입주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설치해준 경비실 에어컨. 모두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사연이지 않은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수백 개가 넘는 기사를 읽고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날짜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날씨와 물가를 글 속에 반영하고자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물건 가격표가 잘 보이는 몇 달 전의 편의점 리뷰글을 찾아다녔다.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현실 고증을 대충 할 순 없는 일이니까. 다만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내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만들었기에 고증이 완벽하진 않을 수 있다. 언젠가는 내가 쓰고자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번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수많은 제목 후보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동산을 이루는 풀꽃> 이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들고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길을 지나가다보면 풀꽃을 자주 접하곤 한다. 하지만 모두들 그것을 풀꽃이라고 부를 뿐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글 속의 주인공들을 바로 이 풀꽃에 빗대어 표현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 풀꽃과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어느 동네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동산을 이루는 풀꽃>이다.



과연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끝까지 읽고 마침내 이 글까지 읽게 되었다면 당신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한다. 부디 나의 소설을 읽는데 들인 당신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길, 당신에게 이 소설이 유의미한 글이 되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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